"목욕탕에서 먹는 바나나맛우유, 그런 기쁜 추억을 심어줄래요"

이수진 빙그레 마케팅팀 과장/사진제공=빙그레

"어렸을 때 목욕탕 가는게 싫었어요. 그런데 목욕 후에 먹는 바나나맛우유가 어찌나 달고 맛있던지…그것 때문에 갔죠."

지난 26일 서울시 중구에 위치한 빙그레 (70,800원 ▲600 +0.85%) 본사에서 이수진 마케팅팀 과장을 만났다. 올해 입사 9년차, 워킹맘인 그는 지난해 '뚱바키링', '옐로우카페', 올리브영과의 콜라보레이션 화장품에 이어 최근 SNS를 뜨겁게 달군 '마이스트로우(My Straw)' 캠페인까지 성공적으로 이끈 주인공이다.


빙그레 바나나맛우유는 올해 43주년을 맞는 장수 제품이자, 빙그레 대표작이다. 가공유지만 전체 용량 중 흰 우유가 80% 이상을 차지하는 건강제품인데다, 독특한 용기 모양으로 차별화에 성공한 것이 롱런하는 배경이 됐다. 40여년간 경쟁력을 입증받은 셈이지만, 자칫 주력 타깃인 10·20대들은 올드한 제품으로 느낄 수도 있다. 그가 제품에 새로운 이미지를 덧입히는 데 주력한 이유다.

"제가 30대인데 저희 세대는 바나나맛우유하면 목욕탕을 떠올리잖아요? 그런데 요새 젊은 친구들은 안 그래요. 목욕탕도 안 가죠. 그래서 1020세대들이 뭘 좋아할까 고민하다가 '덕후' 문화에 주목했어요."

'덕후'는 일본말 '오타쿠'에서 유래한 단어다. 일본어 '오타쿠'는 집에만 틀어박혀 취미생활을 하는 사회성이 부족한 사람을 뜻했지만, 우리나라로 건너오면서 특정 분야에 대한 마니아, 전문가라는 긍정적 의미로 변했다.


이 과장은 "바나나맛우유는 '뚱바(뚱뚱한 바나나)'라는 애칭으로 불릴 정도로 소비자 충성도가 높았다"며 "바나나맛우유 덕후들이 좋아할 만한 아이템을 만들어보려고 '뚱바키링'을 선보였는데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사가서 깜짝 놀랐다"고 회상했다. 바나나맛우유를 활용한 '굿즈(GOODS)'의 시작이다.

지난해 3월 동대문 현대시티아울렛 내 옐로우카페에서 한정판으로 선보인 뚱바키링은 지금도 매일 200개씩 찍어내는데 여전히 인기가 좋다. 빙그레가 유통업체와 처음 콜라보한 디저트카페 '옐로우카페'도 덕분에 입소문이 났다. 옐로우카페에서 바나나맛우유의 가능성을 확인한 빙그레는 CJ올리브영과 함께 '바나나맛우유' 화장품도 출시했다. 최근 식품업계에 부는 콜라보레이션, 펀(FUN) 마케팅의 원조인 셈이다.

그 역시 바나나맛우유 '굿즈'를 모으려다 빙그레에 입사한 특이한 이력의 소유자다. 빙그레 취업설명회 기념품인 바나나맛우유 휴대폰 액정클리너를 받으러 설명회에 참석했다가 회사에 관심이 생겨 취업까지 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최근 G마켓에서 선보인 바나나맛우유 전용 '마이스트로우'도 젊은 세대에게 추억을 선사하자는 뜻에서 기획했다. 연인끼리 사용할 수 있는 '러브 스트로우', 누워서도 마실 수 있는 '링거 스트로우', 일반 빨대보다 직경이 4배 큰 '자이언트 스트로우'를 선보였는데 총 3만개 물량이 이틀만에 동났다.

이 과장은 "1020세대들이 나중에 커서 제주도 가족여행에서 들른 옐로우카페, 중학생 때 쓴 바나나맛우유 립밤, 친구들과 나눠 써본 러브 스트로우를 떠올리며 바나나맛우유를 또 찾게 될 것"이라며 "세대를 넘어 바나나맛우유 하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추억을 만들어주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빙그레에서 첫 여성 CMO(마케팅총괄임원)의 꿈도 꾸고 있다. 이 과장은 "워킹맘으로 일하는게 쉽지 않지만 일 자체가 재미있어 꾸준히 커리어를 쌓아가고 싶다"며 "보수적인 식품업계 특성상 여성임원 비율이 낮은데 앞으로 빙그레 첫 여성임원이 돼서 유리천장을 깨는 역할도 해보고 싶다"고 수줍게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