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통합검색

실시간 속보

KB리브온공동설문 (-12.18)대한민국법무대상 (-1.28)
비트코인 광풍 - 가상화폐가 뭐길래

놀 줄 모르는 어른에 뺏긴 아이들의 놀 권리

[창간기획-놀이가 미래다, 노는 아이를 위한 대한민국] 전문가 대담 내용 전문 ①

폰트크기
기사공유
편집자주2~3살짜리를 위한 사교육이 등장했다. 유치원때 한글은 물론 영어 학습도 기본이다. 초등학생부터는 학원에 시달리는게 일상이다. 시간이 있어도 만만치 않다. 공공시설이나 프로그램이 부족해 놀이도 비용이다. 어느덧 우리 아이들에게 '놀이'는 사라졌다. 반면 선진국들은 점점 놀이에 주목한다. 잘 놀아야 몸과 마음이 건강한 아이로 자란다는걸 깨달은 결과다. 특히 자율과 창의, 융합이 생명인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놀이의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우리 사회의 미래와 아이들의 행복을 위해 놀이의 재조명이 절실하다.
7월12일 서울 종로구 머니투데이 본사에서 열린 [창간기획-놀이가 미래다, 노는 아이를 위한 대한민국] 대담에 참석한 전문가들 /사진=임성균 기자
7월12일 서울 종로구 머니투데이 본사에서 열린 [창간기획-놀이가 미래다, 노는 아이를 위한 대한민국] 대담에 참석한 전문가들 /사진=임성균 기자


놀 줄 아는 어른이 없다. 한국 아이들이 놀이를 뺏긴 현실을 두고 전문가들이 내놓은 분석이다. 놀이의 가치도 방법도 잘 모르는 부모, 선생님, 정치인, 공무원 등 어른들 사이에서 아이들은 '놀이'를 잃었다. 이대로 우리 사회는 괜찮을까.

지난달 12일 오후 서울 광화문 머니투데이 본사에 빈약한 국내 아동 놀이 상황을 우려하는 각계 전문가가 모였다. 머니투데이 기획기사 '놀이가 미래다, 노는 아이를 위한 대한민국'이 두달여에 걸쳐 전한 영국, 핀란드, 호주, 미국, 독일 등 5개국의 아동 놀이 현실을 토대로 우리의 문제점과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논의했다.

이날 대담은 김익태 머니투데이 사회부장이 사회를 맡았다. 전문가 토론자로는 김명순 연세대 아동가족학과 교수, 김수현 참교육학부모회 팀장, 제충만 세이브더칠드런 대리, 채은화 서울 서대문구 육아종합지원센터장, 최윤종 서울시 푸른도시국장이 참여했다. 다음은 대담 내용 전문이다.


▶(김익태 머니투데이 사회부장) 이번 대담은 크게 세 가지 주제로 진행하려 한다. 첫 번째 우리 사회에 무엇이 아이들을 놀지 못하게 하는가. 아이들이 놀이와 동떨어진 생활을 할 수밖에 없는 현실, 문제점이 뭔지 짚어 봤으면 한다. 두 번째 해외 놀이 사례 중에 우리나라에 꼭 도입했으면 좋겠다 하는 놀이정책이 있으면 말씀해달라. 마지막으로 우리나라에서 논의되고 있는 아동 놀 권리 정책은 어떤 것들이 있고, 어떻게 발전시켜 나가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얘기를 나눴으면 한다.

▶(최윤종 서울시 푸른도시 국장) 부모들의 인식 변화가 시급한 거 같다. 부모들이 4-5살까지 놀게 하더라도 더 커지면 학원 보내다 보니 '노는 게 뭐가 중요하냐'는 식으로 인식이 바뀐다. 부모들의 인식이 가장 중요한데, 맞벌이 부부들이 많다 보니까 어디 아이들을 맡길 데가 없다. 그러다 보니 막상 학원으로만 아이를 돌리는 게 아닌가. 부모들의 인식이 가장 우선적으로 고쳐져야 한다.

▶(김수현 참교육학부모회 팀장) 아이 놀이를 결정할 당사자인 부모들이, 자신들도 놀아본 경험 자체가 없으니까 안목이 없다. 우리 사회가 1990년대 이후 급속도로 경쟁 사회로 진입하면서 부모들 자체가 놀이를 박탈당한 첫 세대라 할 수 있다. (지금 부모들은) 놀이를 하지 않고 어른이 돼도 된다고 생각한다. 그 이전 세대 부모들에게서는 나타나지 않는 모습이다. 이전 세대 부모들은 '어떻게 놀지 않고 어른이 돼? 당연하지'라고 말을 하는데 그 이후 세대는 '왜 그래야 하지?'라고 생각한다.

이 말은 놀이가 뭔지 정확히 모른다는 의미다. 영국의 한 시민단체가 '50가지 놀이'를 정리해서 내놓은 것을 부모들에게 보여줬다. 어떤 부모가 냉장고에 리스트를 붙여놓겠다는 이야기를 하더라. 리스트에 나온 놀이가 '지도 없이 헤매기' 뭐 이런 것. 부모가 이 리스트를 아이들하고 하겠다고 하더라. 깜짝 놀랐다. 농담인 줄 알고 웃었는데 아무도 안 웃었다. '나도 계획적으로 하루하루 해보려고 했는데…'라고 하더라. 놀이를 볼 수 있는 안목, 우리 아이가 놀이를 선택하게 하겠다는 그런 자기의 의지가 나오지 않는다.

▶(김 부장) 공감이 가는 말씀이다. 바쁘게 기자 생활하다 1년 미국 연수를 갔다. 시간은 많은데 아이와 뭘 해야 할지 모르겠더라. 노는 방법을 몰랐던 거다.

▶(김명순 연세대 아동가족학 교수) 어떻게 보면 일반의 부모들은 모를 수 있다. 본인이 놀아보지 않아서 모를 수 있다. 그런데 우리가 모른다고 해서 사회 전체가 그 방향으로 가도록 내버려두는 것은 '사회 책무'에 있어 문제다. 부모들이 어디로 가야 하느냐를 알려주는 것이 어떤 정책이 될 수 있는 것이다. 하나의 방향성이라고 생각한다.

요새 '아동기'가 실종된 거 아니냐는 생각이 든다. '아동기 실종'이라는 책이 있다. 아이들이 아동기 동안 해야 할 많은 것들을 잊어버리고 와해 되는 거 아닌가 하는 지적이 나온다. 사회 전체가 책무 없이 그냥 놔두고 있었다는 것이다. 설사 부모가 모른다 하더라도 누군가 아는 사람이 도와 주고 이끌어 줬어야 하는 거 아닌가 생각한다.

누구의 책임이냐고 한다면 물론 학계가 있고 사회, 정부, 시민단체도 있다. 영국 국가 홈페이지를 보면 첫 페이지에 '놀이는 아이의 일상생활에서 너무 중요하다'는 글이 나온다. 그런데 우리에게 놀이는 공부·성과·성취 그다음으로 잠깐 쉬는 동안에 하는 것으로 인식된다. 어떻게 보면 아이와 관련돼 일하는 사람들이 놀이의 가치를 너무 몰랐던 거다. 부모들은 잘 몰랐다 하더라도 아동과 관련한 일을 하는 사람들이 놀이의 가치를 중요시하고 이를 확산하지 못했던 것, 그것도 큰 잘못이다.

▶(김 팀장) '부모 인식 부족' 보다는 '사회 인식 부족'이라고 표현하면 좋겠다. 오히려 부모 인식 부족을 이유로 사회의 놀이 박탈이란 카르텔을 합리화하는 기제로 사용되는 것 같다. 아동기 실종이 우리나라처럼 급속도로 진행되는 경우가 있나?. 거의 없다.

▶(채은화 서울 서대문구 육아종합지원센터장) 요즘 텔레비전을 보면 부모님들이 육아에 많이 참여하면서 아이들과 시간 보내기를 한다. 아이들하고 어디 가는 것, 새로운 곳에 가서 경험하는 것, 놀이동산·문화센터 가는 것을 놀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뭔가 하지 않으면 아이에게 못 해주는 것 같고, 우리 아이가 놀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실제 놀이는 아이들에게 친숙한 집이나 동네 땅바닥, 놀이터 등 에서 이뤄진다. 아주 친숙한 공간에서 스스로 바쁘게 움직이고 뭔가 해보고, 적용해보고… 이런 게 그 아이의 놀이다. 충분히 시간을 주면 아이에게 굉장히 큰 도움이 된다. 그런데 부모로서는 뭔가 해줘야 하고, 새로운 것을 경험하게 해줘야 한다는 강박관념, 이것을 '놀이'라고 생각하는 게 문제다.

▶(사회부장) 제 얘기를 하시는 것 같다. (웃음)
7월12일 서울 종로구 머니투데이 본사에서 열린 [창간기획-놀이가 미래다, 노는 아이를 위한 대한민국] 좌담회에 참석한 채은화 서울 서대문구 육아종합지원센터장이 발언하고 있다./사진=임성균 기자
7월12일 서울 종로구 머니투데이 본사에서 열린 [창간기획-놀이가 미래다, 노는 아이를 위한 대한민국] 좌담회에 참석한 채은화 서울 서대문구 육아종합지원센터장이 발언하고 있다./사진=임성균 기자

▶(채 센터장) 그 시간을 아이에게 놀 수 있도록 배려해줘야 한다. 아이가 분주하게 움직이고 때로는 생각할 수 있도록 내버려두면 된다. 그런데 부모들은 안 놀아주면 그 시간을 배려해주지 않은 것 같고, 새로운 뭔가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주지 않은 것 같은 조급함이 있다. 서로에게 손해다. 부모는 부모 대로 죄책감이 있고 아이는 놀이가 아닌 계속 새로운 것에 시달리게 된다.

▶(최 국장) 그건 놀이가 아니지 않나?

▶(김 교수) 놀이를 이벤트성으로 생각한다거나 한 두 번 하는 체험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마치 이벤트성으로 새로운 곳에 한 번 갔다 오면 놀이가 되느냐, 아니다. 놀이는 일상화다. 놀이는 일상에서 반복이 돼야 만 놀이다.

서울시에서 동네 놀이터 만드는 정책에 대해 적극 찬성하고 지지한다. 놀이를 하기 위해서는 3가지가 꼭 있어야 한다. '놀이 시간', '공간', '성인들의 신념'이다. 놀이터라는 공간이 멀리 떨어지면 접근성이 나빠 놀이의 일상화가 되지 않는다. 놀이 일상화가 되기 위해서는 내 주변, 매일 가는 곳이어야 한다. 아주 크고 기가 막힌 놀이터를 만들어 주는 게 아니라 동네 놀이터를 다시 부활시키는 게 굉장히 중요한 문제다.

▶(제충만 세이브더칠드런 대리) (놀 권리 부족을) 특히 부모님들 탓으로 돌리는 건 굉장히 위험하다. 부모들도 아이들을 놀게 해주고 싶은 분들이 많다. 부모들이 어려움을 느끼는 게 마땅히 놀만 한 공간이 없다는 거다.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다. 미디어가 발달하고 산업화가 되면서 자동차가 많아져 자연스럽게 놀이 공간이 줄었다. 인위적으로, 정책적으로 놀이 공간을 확보해야 하는데 (이게 잘 안되고 있다). 제가 데이터를 찾아보니 전국 7만 개 정도 놀이 시설이 있다. 대부분 서울·경기에 몰려 있다. 특히 어린이공원 40%가 서울·경기에 있다. 나머지 60%가 전국에 흩어져 있다. 서울·경기에 사는 아이들은 어느 정도 걸어서 갈 수 있는 곳에 놀이터가 있지만 나머지 아이들은 차를 타고 가야 한다. 접근성이 굉장히 떨어진다.

그만큼 놀이터가 제대로 유지·관리가 돼야 하는데, 구(區)나 군(郡)에서 (놀이터) 담당자가 한 명이다. 그 한 명이 모든 놀이터를 관리하기 어렵다. 그러다 보니까 방치되거나 (어른들의) 음주·흡연 장소가 돼 버리는 문제가 발생한다. 부모들이 보시기에 '여긴 아이들이 놀 만한 곳이 아니다'는 문제의식을 느낀다. 그래서 아이들을 보내지 못하는 부분도 생긴다.

그렇다면 어디서 놀아야 하느냐. 예전처럼 골목길 문화가 이제는 없다. 얼마 전 저희 직원 중 한 명이 딸아이에게 골목길이라는 개념을 알려주려 했다. 그런데 알려줄 골목길이 없다더라. 아파트 단지에 사니까 그런 부분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곤란했다고 한다. 논두렁이란 개념도 아이들은 상상을 잘 못하게 된다. 그만큼 시대가 변했고 아이들 놀이 환경이 굉장히 열악해졌다. (놀이) 시간의 문제, 공간 문제만큼은 정책적으로 나아가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최 국장) 사실상 지금 서울에만 어린이 공원이 1000개가 넘는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강서 등 신도시가 개발된 곳에 어린이 공원이 굉장히 많다. 강서구 같은 경우는 100군데가 있다. 동작구의 경우 스무 몇 군데 정도다. 많은 것처럼 보이지만 실질적으로 들여다보면 그렇게 많지는 않다.

과거 아파트 단지를 지을 경우 몇 가구 이상이면 어린이 놀이터를 짓는 게 의무 사항이었는데 지금은 없어졌다. 다른 것으로 대체할 수 있다. 어린이 놀이터는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한데 '안 지어도 되는데 그걸 왜 하느냐'면서 안 짓게 된다. 안전관리법에 따라 관리해야 하다 보니 주민들 부담으로 돌아간다. 그래서 놀이터를 폐쇄해버리는 경우도 생긴다. 실질적으로 놀 공간이 그렇게 많지가 않다.

놀이터를 보면 흔히 '종합놀이대'라고 해서 미끄럼틀, 그네 등 정형화된 것 그대로 갖다 놓는다. 아이들에게 재미가 없다. 오히려 아무것도 없고 모래 놀이터만 있어도 아이들이 잘 놀 텐데 정형화된 놀이기구만 있으니까 재미 없어 한다.

▶(제 대리) 놀이 공간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도 점점 심화 되고 있다. 실제 잘 사는 브랜드 아파트에는 놀이터를 외국에서 수입해온다. 수억, 수십억씩 주고 사온다. 그걸 브랜드화 해서 '우리 아파트는 크고 좋은 놀이시설이 있다'는 것을 홍보용으로 사용하기도 한다. 가난한 지역의 아파트 아이들도 있다. 우리나라는 2003년부터 노후·영세한 아파트, 1994년 이전에 만들어진 아파트에 한해 (놀이터를) 주차장으로 용도변경 할 수 있게 법을 만들어 놨다. 잘 못 사는 지역에 있는 아이들의 놀이터까지도 주차장으로 바뀌어버리는 일들이 많이 생겼다. '아파트 50세대'가 기준인데 그나마 기존에 놀이터가 있어야 했던 아파트들도 50세대가 안 되면 놀이터를 없애도 되는 상황이 발생했다. 안전관리법이 강화되고 나서 놀이터가 없어지는 경우가 전국에서 굉장히 많이 일어났다.

언론 기사를 분석해보니 부산·광주·대전·대구 4개 지역만 해도 410군데가 넘더라. 전국으로 따지면 1000~2000개가 될 것이다. 일반 주택에 사는 아이들은 어린이 공원을 가야 한다. 열악하거나 관심이 없는 일부 지역 내 어린이 공원은 접근성도 떨어지고 관리도 안된다. 흔히 말하는 '버려진 땅', 노숙자나 주취자가 주로 점거는 땅이 되어버린다. 너무 안타까운 현실이다.
7월12일 서울 종로구 머니투데이 본사에서 열린 [창간기획-놀이가 미래다, 노는 아이를 위한 대한민국] 좌담회에 참석한 제충만 세이브더칠드런 대리가 발언하고 있다./사진=임성균 기자
7월12일 서울 종로구 머니투데이 본사에서 열린 [창간기획-놀이가 미래다, 노는 아이를 위한 대한민국] 좌담회에 참석한 제충만 세이브더칠드런 대리가 발언하고 있다./사진=임성균 기자

▶(김 교수) '놀이 부재'도 문제지만 '놀이 불평등'도 굉장히 큰 문제다. 스웨덴에서는 아이들의 놀 공간을 크게 잡는다. 집 자체가 소형 아파트인데도 굉장히 커다란 실내, 실외 놀이터를 만들어 준다. 좋은 아파트는 좋은 공간이 있지만 사실 다세대나 소형 주택 등은 공간이 없다. 공원 접근성도 굉장히 낮다. 아이들이 놀이 공간을 찾는 것 자체에 이미 불평등이 굉장히 크다는 얘기다. 다세대나 소형주택 등은 굉장히 접근이 쉽도록 우선적으로 마련해줘야 하는 것 아닌가.

서울시 놀이터 실사를 다니면서 정말 반가웠던 점은 '여기 공간이 주어질까?' 하는 곳에 '창의 놀이터'를 지었더라. 기존에 정형화된 놀이시설을 다 없애고 비용을 들여서 지었다. 그 중 간혹 술 취하신 분들이 놀이터에 들어가는 데 제재를 못하는 것 같다. 굉장히 좋은 놀이터를 만들어도 또 뺏기게 되는 상황이 자꾸 벌어진다. 예컨대 오랫동안 병원에 있는 아이도 놀아야 하는데 놀 공간이 없다. '놀이 불평등'은 곳곳에 굉장히 많이 있다.

▶(김 팀장) '놀이 양극화'는 아이들이 놀 수 있는 가능성 자체를 말살해버리는 것이다. 정말 용서할 수 없는 일이다. 이번 좌담회 주제를 '놀이가 미래다'라고 잡았는데 좋은 제목이다. 2년 전 어느 매체 설문조사에 따르면 초등학교 2학년 아이들 중 약 25%가 하루 1시간을 논다. 25%라는 수치는 생각보다 긍정적이란 생각이 든다. 그런데 놀이 내용을 보면 게임, 교구놀이, 놀이그룹, 과외 이런 것들이다. 건강한, 자발성에 기반해 성장하고 협력하는 놀이는 5% 미만에 불과하다. 놀이협동조합을 통해서 깨어있는 어른들이 만든, 아니면 시민단체 등 예외적인 공간에서만 이뤄지는 일이다. 나머지 90%는 놀이인 줄 알고 게임 하고 수업 받고 있다.

▶(제 대리) 저희가 중랑구에서 서울시와 같이 놀이를 만들면서 아이들을 많이 관찰했다. 아이들 놀이가 처음부터 끝까지 비슷할 거라 생각하지만 어른들의 착각이다. 아이들이 초반에는 굉장히 단순한, 예를 들어 기구를 한 번 타보거나 소리를 지르거나 하는 놀이를 한다.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굉장히 고차원적인 놀이를 한다. 예를 들어 친구들과 같이 해야만 할 수 있는 게임, 상상이 필요한 게임 등을 한다든지. 뭔가 더 깊이 들어간다. 그런데 지금 우리 사회는 놀 시간이라고 해서 주어진 시간이 너무 짧다 보니 단순하고 과격하고 폭력적인 놀이만 반복한다. 아이들이 협력하고 재미를 만들어가기 위해 뭔가 관계를 만들어야 하는데 그런 깊이 있는 놀이는 이루지 못한다. 통계청에 따르면 초등학생들이 하루에 공부하는 시간 평균 7시간, 방과 후 2시간 총 9시간이다. 자는 시간이 평균 9시간 정도 되니까 남은 시간에 밥 먹고 화장실 가고 하는 시간을 빼면 실질적으로 놀 시간 자체가 없다. 얼마 전 보건복지부에서 아동종합실태 조사를 해보니 아이들 절반 정도는 방과 후에 친구들과 놀고 싶다고 했다. 하지만 실제 노는 아이들은 10%가 안된다. 아이들에게 놀 시간이 주어지지 않다 보니 단순하고 짧은 놀이 밖에 못한다. 깊이 있는 놀이의 재미, 부모님들이 생각하는 어렸을 때 느꼈던 놀이의 재미, 이런 것들을 지금 아이들이 느끼지 못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채 센터장) 실내에서 노는 것도 중요하지만, 밖에 나가서 자유롭게 노는 것도 중요하다. 부모님들이 걱정하는 것 중 하나가 안전, 위생이다. 이런 부분들을 염려해 아이들을 못 나가게 한다. 조금이라도 우리 아이가 더러워지면 손 닦고 씻게 한다. 특히 모래 놀이가 점점 없어지고 있다. 모래 놀이를 하다보면 몸이 더러워질 수밖에 없다. 아이가 충분히 모래를 탐색해야 놀이가 나오는데 몸으로 느낄 수 있는 기회 자체를 주지 않고 더럽다고 생각하니 모래 놀이가 없어지는 것이다.

우선 아이가 밖에 나갔을 때 안전은 보장해줘야 하는데 지금 부모들은 아이들과 바깥에 나가서 놀 시간이 없다. 아이가 노는 동안 항상 지켜봐 주고 주변 위험 요소로부터 보호해줘야 하는데, 그런 시간 자체가 없다. 이런 부분들도 놀이를 못하게 하는 요소로 작용한다.

▶(김 팀장) '놀 공간이 없다'거나 '부모들이 놀이를 공부하지 않는다'는 것이 '놀이 부재' 혹은 '놀이 실종'의 원인은 아니다. 실제로는 다 허구라는 것을 꼭 짚었으면 한다. 문제는 '놀이 불평등' 혹은 '양극화'다. 놀이가 없는 게 아니라 시간이 없는 것이다. 놀이는 시간만 있으면 자연스럽게 이뤄지는 것이다. 마치 식물이 햇빛을 향해 기우는 것과 같은 자연스러운 발생과 같다.

안전에 대한 신화도 이야기하고 싶다. 찾아보니까 안전사고가 발생하는 곳 중 60%가 '집'이더라. 나머지 40%가 밖에서 발생한다. 놀이시설의 경우 심하게 안전해서 사고가 날 수가 없는 조건이다. '안전에 대한 신화'의 원인, 이 사회 전체가 속고 있는 이유가 무엇인가, 이런 것도 논의가 필요하다.

▶(김 교수) 놀이 가치를 중요하게 여기려면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위험이 있어야만 아이들이 위험을 극복하는 방법도 배우기 때문이다. 정말 치명적인 위험은 우리가 관리해야 하지만, 아이들이 위험을 감수할 수 있을 만한 것이 있어야 내적 동기를 계속 일으킨다. 너무 깨끗하고 안전하면 놀이가 이뤄지지 않는다. '놀이 가치'가 중요하냐 아니면 '안전이 중요하냐'는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한국에서는 안전을 너무 강조하다 보니 놀이 가치, 위험 감수의 중요성 등이 죽어가고 있다.

▶(최 국장) 사실 위험할수록 재밌다. (웃음) 김 교수가 말씀하신 대로 접점을 못 찾는 것 같다. 아이들은 위험을 어느 정도 극복할 줄 알아야 정말로 위험이 왔을 때 극복할 수 있는 힘이 생긴다. 한 번도 위험을 겪어보지 않았는데 어떻게 극복할 수 있겠나. 우리 사회가 너무 '안전, 안전' 하다 보니 오히려 거꾸로 가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제 대리) 안전을 조금 분리해서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놀이터 안전'이라고 하면 놀이기구의 안전, 설치물들의 안전에 대해서만 생각한다. 놀이터를 둘러싼 안전, 예를 들어 놀이터까지 접근하는 길의 안전에는 소홀한 면이 있다. 경기연구원 자료를 보면 어린이 교통사고 60% 정도가 어린이 공원 주변 500m 이내에서 일어난다. 그만큼 현재 어린이 공원 주변 교통 환경이 열악하다. 주·정차 문제도 고쳐나가야 할 부분이다.

어린이공원에서 음주 자체는 금지할 수 없다. 법적으로 안된다. 도시공원법에 따라 불쾌감을 주는 행위 등에 대해서는 과태료를 물릴 수 있을 뿐이다. 그렇게 해서는 음주를 막을 수 없다. 서울시가 얼마 전에 조례를 통해 공원 전체를 음주·흡연 막으려 했는데 실패했다. 어린이 공원만큼은 음주나 흡연에 있어 청청구역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김 교수) 더러운 것을 막았을 때 못하는 놀이가 많다. 예를 들어 빗물 고인 구덩이에 아이들이 들어가 첨벙거리는 것, 정말 즐거운 놀이다. 그런데 옷이 더러워진다. 어떤 위생의 문제 때문이 아니라 옷이 더러워지기 때문에 못하게 한다. 놀이 가치가 더 크다면 버릴 수 있는 옷을 입히고 놀게 해야 한다. 청결을 넘어서 조금이라도 더러운 것을 못 참는다고 하는 것, 그게 아이들의 놀이를 막고 있다. 일본 등 다른 나라 유아교육 기관이나 어린이집에 가보면 놀이터가 평평하지 않고 중간중간에 구덩이가 많다. 진흙도 많다. 비가 오면 아이들이 우산 쓰고 나가서 구덩이에서 놀거나 진흙을 굴리며 논다. 진짜 즐거운 놀이가 무궁무진하게 나온다. 반대로 우리는 비 오는 날은 절대 못 나가게 한다. '옷을 버려서는 안된다'는 부모 인식 하나 때문에 놀이를 막게 되는 상황이 벌어진다.

▶(김 팀장) 더러움도 놀이의 굉장한 소재가 된다. 코딱지가 얼마나 재밌나. (웃음) 더러움 때문에 못 논다는 말은 너무나 많은 이유를 들어 우리가 놀이를 막고 있다는 의미가 된다. 심지어 청결, 빨래하기 싫다는 이유까지….

▶(제 대리) '퍼실'(Persil)이라는 세제 업체에서 몇 년 전부터 'dirt is good'(더러움이 좋다)이라는 놀이 캠페인을 하고 있다. '옷에 마음껏 때를 묻혀라, 우리 세제를 쓰면 깨끗해진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아이들이 바깥 놀이를 하면 옷이 더러워지지만 즐겼을 때 얻게 되는 이로운 점들이 더 크다는 것을 일반 사기업이 홍보하는 것이다. 그만큼 아이들의 놀이가 일상적이라는 것을 사회 전체적으로 알고 있으니까 이런 마케팅이 먹히는 거다.
7월12일 서울 종로구 머니투데이 본사에서 열린 [창간기획-놀이가 미래다, 노는 아이를 위한 대한민국] 좌담회에 참석한 최윤종 서울시푸른도시국장이 발언하고 있다./사진=임성균 기자
7월12일 서울 종로구 머니투데이 본사에서 열린 [창간기획-놀이가 미래다, 노는 아이를 위한 대한민국] 좌담회에 참석한 최윤종 서울시푸른도시국장이 발언하고 있다./사진=임성균 기자


▶(최 국장) 모래놀이터가 없어지는 게 점점 더 심해지고 있다. 길고양이들 때문에 모래 대신 우레탄 소재 놀이터가 늘어난다. 고양이들 배변 습관이 흙을 파서 묻는 거다. 하지만 구청에 지침을 내려 1년에 수차례 검사를 하는데 심하지 않다. 모래 놀이터에 대한 인식이 그만큼 안 좋다.

어린이공원 주변에 고양이 배변통을 놔두는 실험도 한다. 오히려 우레탄에서 발암물질이 나오지 않았느냐. 어떤 구청에서는 자연스러운 모래가 더 좋겠다며 우레탄을 모래로 바꾸는 경우도 있지만 아직 대다수는 우레탄을 선호한다.

▶(김 팀장) 사실 우레탄이 아이들 청결이나 위생상 더 안 좋다. '위험 민감도'가 자기 경험이 아니라 자본 논리에 기반 하는 것 같다.

▶(최 국장) 모래 놀이터에서는 다치는 경우가 거의 없다. 우레탄, 고무 포장에서 넘어지면 열상을 입는다. 쿠션이 있어서 덜 위험해 보이지만 사실은 모래보다 더 위험하다.

▶(김 교수) 아이들이 신발에 모래를 묻혀오는 것 자체를 부모들이 싫어하기 때문이 아닐까. 어떤 어머니는 아이를 모래 놀이에 보낼 때 꼭 장화를 신긴다. 신발 속 모래가 집안으로 안 들어왔으면 하는 것이다. 청소만 하면 되는데 더러움 자체를 거부하니까 아이들이 놀 수 있는 공간이나 기회가 줄어들게 된다.

  • 0%
  • 0%


오늘의 주요뉴스



베스트클릭

실시간 급상승

10.0초

5분간 수집된 조회수 기준

오늘의 운세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