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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 줄 모르는 어른에 뺏긴 놀 권리…'일상 속 놀이' 환경 만들자

[창간기획-놀이가 미래다, 노는 아이를 위한 대한민국]⑦ 놀이 불평등에 처한 韓 아동, 미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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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2~3살짜리를 위한 사교육이 등장했다. 유치원때 한글은 물론 영어 학습도 기본이다. 초등학생부터는 학원에 시달리는게 일상이다. 시간이 있어도 만만치 않다. 공공시설이나 프로그램이 부족해 놀이도 비용이다. 어느덧 우리 아이들에게 '놀이'는 사라졌다. 반면 선진국들은 점점 놀이에 주목한다. 잘 놀아야 몸과 마음이 건강한 아이로 자란다는걸 깨달은 결과다. 특히 자율과 창의, 융합이 생명인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놀이의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우리 사회의 미래와 아이들의 행복을 위해 놀이의 재조명이 절실하다.
7월12일 서울 종로구 머니투데이 본사에서 열린 [창간기획-놀이가 미래다, 노는 아이를 위한 대한민국] 대담에 참석한 전문가들 /사진=임성균 기자
7월12일 서울 종로구 머니투데이 본사에서 열린 [창간기획-놀이가 미래다, 노는 아이를 위한 대한민국] 대담에 참석한 전문가들 /사진=임성균 기자
놀 줄 아는 어른이 없다. 한국 아이들이 놀이를 뺏긴 현실을 두고 전문가들이 내놓은 분석이다. 놀이의 가치도 방법도 잘 모르는 부모, 선생님, 정치인, 공무원 등 어른들 사이에서 아이들은 '놀이'를 잃었다. 이대로 우리 사회는 괜찮을까.

지난달 12일 오후 서울 광화문 머니투데이 본사에 빈약한 국내 아동 놀이 상황을 우려하는 각계 전문가가 모였다. 머니투데이 기획기사 '놀이가 미래다, 노는 아이를 위한 대한민국'이 두달여에 걸쳐 전한 영국, 핀란드, 호주, 미국, 독일 등 5개국의 아동 놀이 현실을 토대로 우리의 문제점과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논의했다.

이날 대담은 김익태 머니투데이 사회부장이 사회를 맡았다. 전문가 토론자로는 김명순 연세대 아동가족학과 교수, 김수현 참교육학부모회 팀장, 제충만 세이브더칠드런 대리, 채은화 서울 서대문구 육아종합지원센터장, 최윤종 서울시 푸른도시국장이 참여했다.

◇ 놀이가 불평등한 사회…더럽고 위험해도 아이 성장 돕는 영양분
놀 줄 모르는 어른에 뺏긴 놀 권리…'일상 속 놀이' 환경 만들자

-사회= 우선 우리 사회에 무엇이 아이들을 놀지 못하게 하는지부터 의견을 나눠보자. 무엇이 문제일까.

▶최윤종 국장(이하 최국장)= 부모들이 4~5살까지는 아이를 놀게 하지만 더 크면 학원을 보낸다. '노는 게 뭐가 중요하냐'는 식으로 인식이 바뀐다. 맞벌이 부부 경우에는 아이를 맡길 곳이 없어서 학원으로 돌리는 게 우리 현실이다.

▶김수현 팀장(이하 김 팀장)= 지금 아이를 키우는 부모세대도 어린 시절 놀아본 경험이 별로 없다. 1990년대 이후 '경쟁 사회'로 진입하면서 (유아동기에) 놀이를 박탈당한 첫 세대다. 그래서 놀지 않고 어른이 되도 된다고 생각한다. 그 이전 세대 부모들에게서는 나타나지 않는 모습이다.

-사회= 공감이 가는 말씀이다. 기자 생활하다 최근 1년 미국 연수를 갔다. 시간이 많아졌는데 아이와 뭘 해야 할지 모르겠더라. 노는 방법을 몰랐던 거다.

▶채은화 센터장(이하 채 센터장)= 요즘 부모들은 아이들과 새로운 곳에 가서 뭔가를 경험하거나 놀이동산·문화센터에 가는 것을 '놀이'라고 생각한다. 강박관념이다. 놀이는 아이들에게 친숙한 집이나 동네에서 이뤄지는 거다.

▶김명순 교수(이하 김 교수)= 그 의견에 동의한다. 놀이를 한두 번 하는 체험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놀이를 하기 위해서는 '놀이 시간' '공간' '성인들의 신념'이 꼭 필요하다. 아주 크고 기가 막힌 놀이터를 만들어 주는 게 아니라 동네 놀이터를 다시 부활시키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

▶제충만 대리(이하 제 대리)= 놀이공간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도 생각해 볼 문제다. 잘사는 소위 '브랜드' 아파트에서는 놀이터를 수억, 수십억 원을 주고 수입해온다. 반대로 경제력이 취약한 지역에 있는 아이들 놀이터는 주차장으로 바뀌어버리는 일들도 많이 생겼다. 2014년부터 노후·영세한 아파트, 1994년 이전에 만들어진 아파트에 한해 (놀이터를) 주차장으로 용도변경 할 수 있게 법을 바꾸면서다. (주택건설기준 등에 관한 규정) 언론기사를 분석해보니 부산·광주·대전·대구 4개 지역만 해도 5년간 410군데가 넘더라. 전국으로 따지면 1000~2000개가 될 것이다.

▶채 센터장= 또다른 문제는 부모들의 안전, 위생에 대한 인식이다. 몸이나 옷이 더러워진다는 이유로 모래 놀이가 점점 없지는데 밖에 나가서 자유롭게 노는 것이 중요하다. 아이가 충분히 모래를 탐색해야 놀이가 나오는데 몸으로 느낄 수 있는 기회 자체를 주지 않고 더럽다고만 생각한다.

▶김 교수= 너무 깨끗하고 안전하면 놀이가 이뤄지지 않는다. 한국에서는 안전을 너무 강조하다 보니 놀이 가치, 위험 감수의 중요성 등이 죽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최 국장= 사실 위험할 수록 재밌다. (웃음) 놀이를 통해 위험 극복을 경험해야 현실에서 정말 위험한 상황을 이겨낼 힘이 생긴다. 위험을 겪어본 적 없는 사람이 어떻게 그 순간을 극복할 수 있겠나.

▶김 팀장= 부모, 지자체, 학교 등 각 주체마다 아이들을 놀게 하지 못하는 이유가 다 있다. 각자 노력으론 해결이 안된다. 결국 국가가 나서서 그 주체간 소통을 막는 칸막이를 치워야 하는데, 영국이 대표 사례다. 머니투데이 기사에서도 소개한 것처럼 영국은 무려 2007년에 국가 정책으로 놀이정책을 도입했다.


◇ 英 국가가 놀이 개념을 잡고, 전 구성원이 함께 움직인다

놀 줄 모르는 어른에 뺏긴 놀 권리…'일상 속 놀이' 환경 만들자



-사회= 이렇게 자연스럽게 다음 주제로 넘어간다. (일동 웃음) 그럼 각자 생각하시는 좋은 해외 사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보자.

▶김 교수= 우리가 앞서 논의한 아동 놀이에 대한 사회적 인식 부족 문제는 국가정책으로 푸는 방법이 제일 효과적이다. 영국은 다방면에서 정책을 짰다. 학교와 유치원 같은 교육기관, 공원, 스트리트(거리), 놀이전문가 등 4가지를 고려해서 포괄적인 정책을 만들었다. 아이들에게 놀 공간과 시간을 주고 그래도 놀이에 익숙하지 않다면 전문가를 투입해 돕는다는 의미가 있다.

▶제 대리= 영국 사례는 정부가 정책적으로 '놀이 개념'을 만들고 사회에 확산시켰다는 부분이 중요하다. 지자체, 사회단체 등과 일종의 거버넌스를 형성해서 꾸준히 정책을 유지할 수 있는 힘을 키운 것도 눈여겨 볼 부분이다. 마지막으로 민간 예산으로는 시도가 어려운 '모험 놀이터' '자연형 놀이터' 등 새로운 시범사업을 시도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그대로 따라가는 어렵지만 충분히 공부할 필요가 있는 내용들이다.

▶채 센터장= 최근 영국 교육청이 부모들에게 놀이 기초 개념과 방식을 알려주는 웹사이트를 열었다. 한국 부모들도 인터넷 정보를 잘 흡수하는데 우리도 이런 접근이 필요하다. 서울시가 자치구마다 지역 놀이터 정보를 모아서 '우리동네'라는 일종의 소식지를 만들어 부모들에게 보내는 일도 한다. 놀이 가치에 대한 정보를 중앙정부가 보다 적극적으로 알리면 좋겠다.

▶김 팀장= 영국 플레이워커(놀이전문가) 역할도 눈여겨봐야 한다. 놀이 수업을 하는 선생님이 아니라 아이들이 심도있게 놀이를 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도와주는 사람으로 전문가가 필요하다.

▶최 국장= 우리나라가 (영국 사례인) '플레이 스트리트'(거리를 일정시간대에 막고 놀이 공간으로 만드는 프로그램)를 우선 (도입)해야 한다고 본다. 우리도 실험을 많이 했다. '움직이는 놀이터'라고 빈 공간 등에 (놀이)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것인데 단순하지만 아이들은 잘 논다.

◇ "국가가 나서서 놀이터 지켜야" 놀이 컨트롤 타워 필요성↑

놀 줄 모르는 어른에 뺏긴 놀 권리…'일상 속 놀이' 환경 만들자


-사회= 그렇다면 우리가 당장 해야 할일이 무엇일까. 국가 차원에서 놀이 정책을 추진하자는 방향으로 의견이 모이는 것 같다.

▶김 교수= 서울시와 연세대 산학협력단이 서울 상암 월드컵공원에 '움직이는 놀이터'를 만들었다. 특별하거나 기가 막힌 놀이터를 만든 건 아니다. 주변에서 아주 구하기 쉬운 솔방울, 신문지 등을 갖고 부모들이 아이와 놀게 했다. 어디든 다 놀이터가 될 수 있다는 의미다.

▶김 팀장= '놀이터 공동체 회복위원회'가 생겼으면 한다. 아이들이 노는 것을 공동체가 함께 지켜보자는 것이다. 아이들을 위한 놀이터가 공동체를 성장시키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와글와글 놀이터'(부모들이 참여하는 놀이 프로그램)를 추진하면서 어떤 부모님은 아이의 모든 문제가 놀이터를 다니면서 드러났다고 말했다. 사실 놀면서 아이들간 관계가 만들어지니까 본래 있던 문제가 표출된 것이다. 건강한 갈등이고 위원회가 이런 것을 같이 해결하는 중심이 될 수 있을거다.

▶제 대리= 우리가 의지를 가지고 미래 아이들을 위해 놀이 공간을 지켜줘야 한다. 플레이워커 중요성도 이야기 하고 싶다. 사실 아이들끼리 노는 게 어렵다. 어른 한 명이 '시끄러워, 놀지마!' 하는 순간 아이들이 다 흩어진다. 아이들에게 보호막을 쳐주는 플레이 워커를 양성해야 한다. 또 관련 연구가 제대로 됐으면 좋겠다. 국내는 놀이 자체에 대한 연구가 많이 부족하다. '국가아동놀이연구소' 같은 중앙연구기관이 필요하다.

▶채 센터장= 놀이는 아이의 삶 자체다. 우리가 아이들의 시간을 들여다봐야 하지 않을까. 학원 가야 하고 늦게까지 못 자고, 놀 시간이 없다. 연령별 학원시간 제한 등 다양한 접근으로 아이들의 놀 시간을 확보해야 한다.

▶최 국장= 일단 지자체 역할은 공간을 많이 제공하는 것이다. 특히 서울은 산이 많다. 일정 공간은 유아만을 위한 공간, 창의놀이터(기존 낡은 놀이터를 새롭게 바꾸는 사업)처럼 어린이들 전용 공간을 만들 수 있다. 또 중앙 정부에 컨트롤타워가 있었으면 한다. 각 지자체가 별도로 일을 하다보니 부족하지 않나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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