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머니투데이 페이스북 머니투데이 트위터
통합검색

오늘의 증시

오늘의 증시
코스피 코스닥 원/달러
2088.06 681.38 1129.20
▲20.01 ▲9.82 ▼5.1
+0.97% +1.46% -0.45%
양악수술배너 (11/12)KMA 컨퍼런스 배너 (11/9~11/22)
블록체인 가상화폐

[박종면칼럼]하늘 노릇하기 힘든 대통령

박종면칼럼 머니투데이 박종면 본지 대표 |입력 : 2017.08.07 03:27|조회 : 7447
폰트크기
기사공유
고 노무현 대통령이 취임한 지 얼마 안 돼 “대통령짓 못해 먹겠다”고 말해 파문이 일기도 했지만 지금 생각해 봐도 말은 맞다. 그때나 지금이나 대통령 노릇하기는 정말 힘들어 보인다. 탈원전, 대기업과 고소득자 증세, 부동산 대책 등 굵직굵직한 이슈뿐만 아니라 하다못해 대통령이 여름휴가 가는 것을 놓고서도 말이 많다. 그런 점에서 문무일 검찰총장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임명장을 받는 자리에서 읊었다는 한시에 공감이 간다.

주천난주사월천(做天難做四月天·하늘 노릇하기 어렵다지만 4월 하늘만 하랴)/잠요온화맥요한(蠶要溫和麥要寒·누에는 따뜻하기를 바라는데 보리는 춥기를 원한다)/출문망청농망우(出文望晴農望雨·길가는 나그네는 맑기를 바라는데 농부는 비 오기를 기다린다)/채상낭자망음천(採桑娘子望陰天·뽕잎 따는 여인은 흐린 날을 원하네)

알려진 대로 이 시는 유불선에 두루 밝은 대만의 대학자 난화이진(南懷瑾·1918~2012년)이 자신의 저서 ‘금강경강해’와 ‘논어별재’에서 소개한 것이다. 난화이진 본인이 지은 것은 아니고 옛 중국에서 전해 내려온 시다.

난화이진은 ‘논어별재-옹야(雍也)’에서 이 시를 인용한다. 난화이진은 ‘옹야’편을 해설하면서 황제의 조건, 리더의 조건을 말한다.

곤궁이 극에 이르면 하늘을 부르고, 고통이 극에 이르면 부모를 부른다는 말이 있듯이 왕이나 지도자가 대중의 비판을 받는 것은 필연적이라는 것이다. 욕을 먹을 수 있어야 황제가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따라서 리더는 일이 좀 못마땅하다고 해서 다른 사람에게 짜증을 내거나 분풀이를 해서도 안 된다고 말한다. 난화이진은 황제도 지도자도 하늘, 땅과 같은 광대한 포용과 기개를 배워야 한다고 강조한다.

난화이진은 ‘하늘 노릇하기 힘들다’는 이 시를 ‘금강경강해’에서도 소개한다. 여기서는 한 걸음 더 나가 황제나 리더가 아닌 백성과 시민이 취해야 할 올바른 자세와 관점에 대해 말한다.

난화이진이 이 시를 인용한 것은 ‘정신희유분’(正信希有分·바른 믿음이 드물다)편에서다. 금강경에서 이 장의 핵심은 모든 상(相)은 허망하다는 것이다. 일체의 상에 집착하는 순간 그건 진리라고 말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종교를 믿을 때 대부분 형식적인 것을 중시하며 무얼 바라는 마음으로 얻을 수 없는 것을 구한다. 사원에 가서 절하고 기도하면서 사업이 번창하고 복권에 당첨되기를 바란다. 심지어 두 사람이 소송을 벌이는데 서로 자기를 도와달라고 빌기도 한다.

난화이진은 이런 상황에서는 하늘 노릇 하기도 참으로 어렵다고 지적한다. 절대자의 입장에서도 이런 행동은 이해하지 못할 것이라고 비판한다. 이런 행위는 종교의식으로 그쳐야지 그 이상은 곤란하다는 것이다. 난화이진은 깨끗한 믿음을 거듭 강조한다.

아무리 전지전능한 절대자라 해도 누에와 보리, 길손과 농부, 뽕잎 따는 여인의 요구를 한꺼번에 충족할 수는 없다. 우리 대통령도 마찬가지다. 환경론자와 ‘원전 마피아’, 부자와 가난한 자, 다주택 소유자와 무주택자들의 요구를 모두 만족시킬 수는 없는 노릇이다.

부자가 되고 복권에 당첨되기를 기도하는 게 종교인의 자세가 아니듯이 자신만의 이해관계에 집착해 대통령에게 모든 것을 해결해달라고 요구하는 것도 올바른 시민의 자세는 아니다. “대통령 노릇 못해 먹겠다”는 말은 1차로 지도자의 불찰과 부덕의 소치지만 한편에서는 우리 모두의 책임이기도 하다. 시민이 일등일 때 일류 지도자도 나온다. 무더운 여름 난화이진이 쓴 ‘금강경강해’ 일독을 권한다.

  • 0%
  • 0%


Issue Poll머니투데이가
묻습니다!

  • 트위터
  • 페이스북
별을 클릭하여 평가해 주세요!

관련기사

오늘의 주요뉴스




종료된칼럼

베스트클릭

실시간 급상승

10.0초

5분간 수집된 조회수 기준

오늘의 운세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