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운전사' 보고 울어버린 기자 출신 李총리

이낙연 국무총리(왼쪽)가 6일 서울 명륜동 CGV 대학로점에서 영화 '택시운전사'를 보기에 앞서 그의 '페친(페이스북 친구)'과 만나 악수를 하고 있다./사진제공=국무총리실

"제가 기자로서, 정치인으로서 역할을 제대로 해왔던가 통렬한 죄책감을 일깨워주는 영화였습니다."

이낙연 국무총리가 6일 휴일을 맞아 서울 명륜동 CGV 대학로점에서 영화 '택시운전사(감독 장훈, 제작 더 램프)'를 관람했다.


'택시운전사'는 1980년 5월 택시운전사 만섭(송강호)이 독일인 기자 피터(토마스 크레취만)를 태우고 광주로 가면서 벌어지는 일을 담은 영화다. 광주민주화운동을 취재해 전 세계에 알린 독일인 기자 위르겐 힌츠페터의 실화를 다뤘다.

영화가 끝난 뒤 상영관을 나온 이 총리는 눈시울이 붉었다. 그는 "울면서 봤다"며 "80년 5월 광주를 그린 여러 영화 중에서 가장 가슴을 친 영화"라고 말했다.

이 총리는 1979 동아일보 입사해 이듬해 기자로서 광주민주화운동을 맞았다. 그는 "80년 5월에 저는 외교를 담당하는 기자였다"며 "광주를 보도하는게 제 업무는 아니었다고 변명할 수 있다 치더라도 많은 부채감을 일깨워준 영화였다"고 말했다.


이 총리는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직접 보도하는 부서는 아니었지만, 친구들도 납득을 못시킬 정도로 제 인생의 가장 고통스럽던 시절이었다"며 "제가 기자인가 생각했었고. 친구들도 답답하니까 나한테 화풀이를 했다"고 회상했다.

이 총리는 "영화를 보면서 광주시민들이 왜 그렇게 목숨을 걸었는지 과거형으로 보지 않고 현재진행형이라고 생각했다"며 "대단히 고마운 영화"라고 거듭 밝혔다.

또 영화의 장면을 언급하며 "택시운전사들이 몸을 던져서 시민들 돕고 했던 게 사실이다"며 "역사를 바꾸는데 기여했고, 무지렁이 같은 사람들이 목숨을 걸고 지킨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 총리는 일부에서 '전두환 전 대통령 흔적지우기' 운동을 전개하는 데 대해서는 "그건 조금 논의가 필요할 것 같다. 부끄러운 과거도 역사다. 모든걸 지운다고 과거가 지워지는건 아니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그는 "그 운동의 충정은 이해하지만 정부가 모두 지우는게 옳을 것인가 하는 것은 논의가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중국 장춘에 가면 옛 만주국 마지막 황제 부의의 치욕적인 삶을 기록한 박물관이 있다"며 "중국으로서는 부끄러운 일이지만 낱낱이 기록하고 있다. 비굴하게 일본 사람과 타협했다고 그대로 기록돼 있다"고 말했다.

이날 이 총리의 영화 관람은 그의 페이스북 친구 20명이 함께 했다. 10살 초등학교 3학년생부터 29세 공무원시험 준비생, 54세 개인사업자, 64세 개인사업자까지 다양했다. 함께 영화를 볼 페친을 모은다는 페이스북 글에는 7만7000여 명이 접속했으며, 댓글만 900개가 붙었다.

이지영 씨(46)는 10살 딸 이가윤양과 함께 이 총리와 영화를 보는 기회를 얻었다. 이 씨는 "6월 초에 이 총리와 페이스북 친구를 맺었다"며 "안그래도 딸과 함께 '택시운전사' 영화를 보려고 마음먹었는데 총리님과 함께 보게 돼서 정말 좋은 추억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가윤양은 광주민주화운동을 알고 있느냐는 물음에 "엄마가 알려주셔서 알고 있다"고 답했다.

대구에서 올라온 박현진 씨(39)는 "참여정부 시절부터 이 총리의 활동을 관심 깊게 지켜봐 왔다"며 "과거와 달리 총리가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서 불특정 다수를 선발해 자리를 만들고, 다양한 생각과 가치관을 가진 사람들과 소통하는게 정말 좋다"고 말했다.

이 총리는 영화를 관람한 뒤에는 참석한 페친들과 인근 통닭집으로 이동해 함께 맥주를 마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