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갈등 후폭풍…한·중 통화스와프 운명은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G20 회의 기간이 지난달 6일 오전(현지시각) 베를린 인터콘티넨탈 호텔에서 열린 한중 정삼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지난 2월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결정 이후 양국 관계가 급속도로 냉각된 여파로 오는 10월 만기가 도래하는 한·중 통화스와프 연장이 불투명해졌다. 통화스와프 종료 시점이 두 달 남짓 남았지만 협상이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는 까닭이다.

7일 기획재정부와 한은에 따르면 한·중 통화스와프는 오는 10월10일 3년 만기가 종료된다. 현재 양국 실무진 차원에서 연장 협상을 진행 중이지만 구체적인 성과는 없다.

지난달 독일에서 열린 G20(주요 20개국) 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이 만났지만 외교 현안에 밀려 통화스와프 연장은 제대로 논의되지 못했다.

통화스와프는 서로 다른 통화를 미리 약정된 환율에 따라 교환할 수 있는 협정으로 양국은 글로벌금융 위기 직후인 2008년 12월 처음으로 통화스와프를 체결했다. 외화 유동성 위기 시 한국은 위안화를, 중국은 원화를 계약 한도만큼 융통해서 쓸 수 있다. 그동안 소규모 무역결제만 활용했다.

최초에 약정된 환율은 1800억위안/32조원 규모였다. 2011년 재협상에서는 한도가 3600억위안/64조원으로 2배 확대됐고, 2014년 협상에서는 3년 연장에 다시 합의했다.

한·중 통화스와프는 우리나라가 체결한 양자 통화스와프 협정 중 가장 규모가 크다. 올해 초 3년 연장 계약이 성사된 호주(100억 호주달러/9조원), 말레이시아(150억 링깃/5조원) 등의 6~10배 수준을 웃돈다.

현재 우리나라가 다른 나라와 체결한 통화스와프 규모는 미국 달러화 환산시 1220억달러 수준이다. 이 가운데 다자간 체결된 치앙마이이니셔티브(CMIM)만 384억달러 한도로 직접 달러화를 융통할 수 있다. 나머지 통화스와프는 계약 당사국간 통화로만 교환이 가능하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그동안 “양국 경제에 도움이 된다는 논리로 협의해 나갈 것”이란 입장을 밝혀 왔다. 정치와 경제는 분리해서 접근한다는 이른바 ‘정경분리(政經分離)’ 원칙이다.

하지만 최근 사드 갈등 국면이 더 악화되면서 원칙론은 힘을 잃는 분위기다.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은 지난 6일 한·중 외교장관 회담에서 “한국 정부가 7월 28일 사드 (추가) 배치를 결정해, 양국 관계에 찬물을 끼얹었다”며 유감을 표명했다.

이에 대해 한은 고위 관계자는 “아직 만기가 2달 정도 남아있기 때문에 섣불리 결과를 예단하기 어렵다”며 “협상 과정에서 우리 측의 입장을 충분히 전달하고 이해를 구할 것”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신중한 접근을 주문한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위안화 통화스왑은 미국 달러화와 달리 유동성 위기 상황에서 실질적으로 큰 도움이 되기 어렵다”며 “중국과 통화스와프 연장이 무산될 가능성에 대비해 국내 외환보유액을 안정적으로 운용하고, 다른 주요국과의 새로운 통화스와프 체결도 고민할 시점”이라고 했다.

안동현 자본시장연구원장은 “사드 배치 문제로 중국과의 통화스와프 연장이 무산된다면 이런 점을 향후 미국과의 FTA(자유무역협정) 등 경제 협상 과정에서 적극적으로 알려 실리 균형을 맞추는 노력이 요구된다”고 했다.

통화스와프는 기본적으로 미국, 일본, 유럽 등 기축통화국과 체결하는 것이 효과적이나 현실은 녹록치 않다. 미국과는 2008~2010년 300억달러 규모 통화스와프를 체결했지만 글로벌 금융위기에 대응한 일시적 조치였다. 일본과는 최대 700억달러 규모의 통화스와프 계약을 체결했다가 외교적 갈등으로 점차 규모가 축소됐고 2015년 2월 전면 종료됐다. 한·일 양국은 올해 초 통화스와프 재개를 협의했으나 일본 측이 위안부 소녀상 설치를 문제 삼아 일방적으로 협상 종료를 통보해 무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