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헤지펀드 "작은 것이 아름답다"…스몰캡 투자로 대박

마더스지수(하양)·토픽스 2부 지수(파랑)·자스닥지수(보라)·토픽스지수 추이(2016년 12월30일=0 기준 재조정)/자료=블룸버그

작고 아기자기한 걸 좋아하는 일본에서 헤지펀드들이 소형주(스몰캡) 투자로 대박을 내고 있다.

블룸버그는 9일 일본 헤지펀드들이 비주류 거래소나 지수에 편입된 소형주에 투자해 큰 수익을 내고 있다고 보도했다.


심플렉스 자산운용의 '재팬로워마켓스트래티지펀드'가 대표적이다. 이 펀드는 일본 지역 거래소 3곳의 소형주에 투자해 올 상반기에 29%의 수익률을 달성했다. 스팍스그룹의 '밸류임팩트펀드'와 스트래티직캐피털의 대표 펀드도 같은 기간에 역시 소형주 투자로 각각 19%, 15%의 수익을 올렸다.

일본 헤지펀드들은 지난해 5년 만에 최악의 실적을 냈지만 올 상반기엔 평균 4.9%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아시아, 남미에 투자하는 헤지펀드에 이어 세계에서 3번째로 높은 것이다. 일본 증시가 반등하면서 실적 개선의 돌파구가 열렸다. 일본에서도 소형주에 집중투자한 헤지펀드의 월등한 수익률은 선택과 집중의 힘을 보여줬다는 평가다.

일본 도쿄증시 대표지수로 토요타를 비롯한 주요 기업을 담고 있는 토픽스는 올 들어 7.7% 올랐다. 이에 비해 미국 나스닥, 한국의 코스닥과 비슷한 일본 자스닥지수는 지난달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등 올해 22% 뛰었다. 중소기업이 편입된 토픽스 2부 지수도 이날 사상 최고치까지 23% 올랐고 고성장·신흥기업이 들어 있는 마더스 지수는 19% 상승했다.


전문가들은 일본 증시에서 중소형 주가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을 내고 있는 건 엔화 환율 변동성에 무딘 기업에 투자 수요가 몰렸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대표적인 안전자산인 엔화 가격은 전 세계 거시경제 및 지정학 여건에 따른 변동성이 크다. 엔화 환율은 일본 수출 대기업 실적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북핵 사태를 비롯한 위험 요인으로 엔화 수요가 늘어나면 달러 대비 엔화 가치가 올라 일본 수출기업이 직격탄을 맞는다.

일본 중소기업은 대기업보다 성장세도 강력하다. 마더스지수에 포함된 종목들은 지난 3년간 EPS(주당순이익) 증가율 중간값이 28%에 달했는데 토픽스지수의 경우는 10%에 그쳤다. 그럼에도 애널리스트들은 일본 중소형 주의 주가 수준이 아직 낮다고 평가한다.

미즈시마 히로마사 심플렉스 자산운용 CEO(최고경영자)는 "토요타같은 기업이 성장세를 2배로 높이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우리가 집중하는 건 작은 회사들이 수익을 10배쯤 늘릴 수 있을지 여부"라고 말했다.

심플렉스 자산운용에 따르면 일본 지역 거래소와 비주류 지수에 편입된 종목은 모두 1653개로 전체 시가총액이 토픽스지수의 4%도 안 된다. 미즈시마 CEO는 이렇기 때문에 오히려 다른 투자자나 애널리스트들이 간과한 종목을 찾아 기회를 노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재팬로워마켓스트래티지펀드'는 현재 100억 엔(약 1032억 원)인 운용자산을 연내에 300억 엔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 펀드가 투자한 종목 가운데 하나인 옵토일렉트로닉스의 주가는 올해 자스닥시장에서 56% 올랐다. 바코드 리더를 만드는 이 회사는 11월에 끝나는 올 회계연도에 순익이 18% 늘어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