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T맵' 잡으러 힘 합친 '원내비' 써보니

LG유플러스와 KT가 지난달 20일 ‘U+내비’와 ‘KT내비’를 통합해 ‘원내비(ONE NAVI)’를 출시했다고 밝혔다./사진제공=LGU+

황무지였던 곳에 도로가 개통되고 신도시의 낯선 길들이 우후죽순 생겨나는 요즘. 오감(五感)과 과거 경험만으로 최단 거리 혹은 최단 시간에 목적지를 찾아가는 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그래서 해를 거듭하며 운전자 친화적으로 발전하고 있는 기기가 내비게이션(이하 내비)이다. 특히, 교통상황이 실시간으로 반영되고 자동으로 도로 상황 업데이트가 가능한 이동통신사(이하 이통사) 모바일 내비는 운전자들의 뗄레야 뗄 수 없는 필수품이 된 지 오래다.


이통사 내비 중 최강자는 단연 SK텔레콤 (50,900원 ▼100 -0.20%)의 'T맵'이다. 한 달에 총 1000만명 이상이 T맵을 사용하고 있으며, 이 중 20%가량인 200만명은 SK텔레콤이 아닌 KT (34,550원 ▲250 +0.73%)와 LG유플러스 (9,750원 ▲30 +0.31%) 고객들이다. 그만큼 T맵은 '빠른 길'을 원하는 운전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실시간 모바일 내비의 대명사다.

T맵에 200만명의 안방 고객을 잃은 KT와 LG유플러스가 지난달 손을 잡고 새로운 합작 내비 서비스를 출시했다. '원내비(ONE NAVI)'가 그 주인공. 양사의 장점을 합친 기능 향상으로 빼앗긴 고객을 되찾는 것은 물론, T맵의 아성에도 도전한다는 전략이다.

KT와 LG유를러스의 원내비가 T맵과 견주어 손색이 없는지, T맵을 능가할 수 있는 기능들이 추가됐는지 운전 경력 10년(면허취득 19년 무사고)의 기자가 원내비와 T맵을 모두 켜고 직접 시연해 봤다.


◇GPS 감지 기능 '만족'…경로 재설정 1초도 안 걸려= 출발지점은 서울 광진구 화양사거리 인근, 출발 시각은 교 통정체가 예상되는 평일 오전 8시20분이었다. 목적지는 경기도 이천시 부발읍 모처로 정했다.

원내비에 도착지를 입력하자 경로와 예상 도착시간이 표시되는 모습. /사진=김세관 기자.

지하 주차장에서 목적지를 입력하자 거리, 시간 모두 원내비와 T맵간 차이를 보였다. 원내비는 목적지까지 71.6km, T맵은 69km로 안내했다. 목적지까지의 거리는 더 길었지만 소요 시간은 1시간 8분과 1시간 13분으로 원내비가 더 짧게 계산됐다.

아파트 지하주차장을 나서자 KT와 LG유플러스가 자랑한 원내비의 최대 장점이 곧바로 나타났다. 음영지역인 지하를 벗어나자 마자 거의 시간차 없이 현재 위치를 파악하고 경로를 설정한 것. 반면, T맵은 이보다 약 3~5초 가량 늦게 현재 위치 파악 및 경로 설정에 돌입했다.

빠른 GPS 탐지 장점은 길을 잘못 들었을 때도 그대로 적용됐다. 경로가 재설정되기까지 1초도 걸리지 않았다. GPS 수신 민감도가 그만큼 높다는 KT와 LG유플러스의 자랑이 괜한 말이 아님을 실감했다. 이미 알고 있는 길에서는 큰 차이가 없지만 낯선 길에서의 한 발 빠른 경로 재설정은 운전자에게 큰 도움을 준다.

◇화려하진 않지만 깔끔한 UI, 원내비 만의 장점= 원내비의 깔끔한 UI(유저 인터페이스)도 운전 중 장점으로 다가왔다. 스마트폰을 가로로 운전자의 오른쪽에 거치했을 경우 큼지막하고 시원한 숫자 거리 정보가 한 눈에 들어왔다. 현재 위치와 어느 시점에 방향을 전환해야 하는지 등의 정보를 굳이 곁눈질로 보려하지 않아도 볼 수 있게 구성됐다.

원내비의 심플한 UI. 한 눈에 들어오는 이동경로 안내도 장점이었다. /사진=김세관 기자.

지도(맵) 자체가 군더더기 없이 심플하게 디자인된 점도 특징이다. 화려한 그래픽으로 운전자들의 눈길을 사로잡는 것이 최근 추세지만 심플한 UI 디자인이 오히려 길 찾기와 운전이라는 본연의 역할에 집중할 수 있게 해 줬다.

그렇다고 처음부터 끝까지 단순한 지도만 보여주진 않는다. 진행이 복잡한 교차로가 등장하자 가고자 하는 주행방향으로 실제 풍경과 같은 이미지를 일시적으로 띄우며 정확한 운행을 유도했다. 초행길을 가는 운전자에게 이보다 좋은 가이드가 없어 보였다.

'원내비'는 복잡한 교차로에서 실제 풍경 사진을 일시적으로 띄워 정확한 운행을 안내한다. /사진제공=LGU+

복잡한 교차로에서의 경로안내를 실제 사진으로 보여주는 기존 KT 내비의 '리얼 사진뷰'와 LG유플러스 내비의 '리얼맵'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켰다는 것이 양사의 설명이다.

◇보이스턴·타임머신…이런 기능도?= 대형건물이나 랜드마크 건물을 중심으로 음성안내를 하는 '보이스턴'도 원내비만의 장점으로 꼽힌다. 골목이 많은 거리에서 "200m(미터) 앞 우회전 하세요"라는 기존 음성 안내가 아닌 "어린이대공원을 지나 바로 우회전 하세요"라며 구체적으로 경로를 안내한다. 운전자가 명확하게 방향 전환 지점을 인지할 수 있게 해 준다.

이 외에도 원내비는 △경로상 최저가 주유소 안내 △주변 화장실 검색 △목적지에 특정시간에 도착하기 위해 출발시간을 예측해 알려주는 타임머신 △블랙박스 △전국 1만여 교차로 실사 사진 뷰 △114 데이터베이스 기반 정확도 높은 목적지 및 주변 검색 △운전 중 자동응답 △ 맛집 정보 등의 기능이 탑재돼 있다.

아울러 상습정체구간 관리는 150m(미터) 단위로 교통정보를 생성하며 실시간 도로상황 정보는 국토교통부·경찰청·교통방송과 함께 20여 개 민·관 교통정보 사이트를 활용해 업데이트 된다.

◇최강자와 견줄만큼 업그레이드 된 '원내비'…"그래도 아쉽다"= 원내비가 최강자 T맵과 견주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업그레이드 됐지만 아직 개선해야 할 부분은 분명 있었다.

'원내비'는 골목에서 큰길로 들어서자마자 좌회전을 안내했다. 차량이 많은 출근시간이라 따를 수가 없는 안내였다. /사진=김세관 기자.

우선 길 안내의 디테일이 아쉬웠다. 작은 골목을 통해 편도 4차선 화양사거리에 진입하자마자 원내비는 좌회전을 지시했다. 골목에서 4차로로 진입했기 때문에 좌회전을 위해서는 1차로까지 차선을 차례로 변경해야 한다.

그러나 방향전환을 위한 사거리까지 여유는 1m(미터)도 되지 않았다. 차량이 많은 아침 출근 시간이어서 도저히 1차로로 비집고 들어갈 방법이 없었다. 같은 지점에서 직진으로 사거리를 지나 우회하도록 안내한 T맵과 비교되는 부분이다.

고속도로 안내에서도 개선할 부분이 눈에 들어 왔다. 이천으로 가기 위해 자동차 전용도로인 서울외곽순환도로로 진입했지만 내비 화면이 고속도로 체제로 전환되지 않았다. 다음 휴게소까지 얼마나 남았는지, 가장 가까운 IC(나들목)나 JC(분기점)까지 거리가 얼마나 되는지 등의 정보가 제공되지 않았다.

'원내비'는 고속도로에 진입했지만 별다른 UI변화가 없었다. /사진=김세관 기자.

특히 제1중부고속도로와 제2중부고속도로로 나뉘는 산곡JC(분기점)에서 T맵은 제2중부고속도로의 진행을 안내하면서도 제1중부고속도로로 운전할 경우의 시간도 함께 화면에 표시했다. 반면 원내비는 이와 관련한 특별한 설명이 없었다. 운행을 할 수 없을 정도는 아니지만 도로상의 다양한 정보를 원하는 운전자에게는 상대적으로 아쉬울 수밖에 없는 부분이다.

'T맵'은 고속도로로 진입하자 UI가 고속도로 체제로 변환됐다. 주행 중 나타나는 휴게소와 IC, JC 정보를 알 수 있었다. /사진=김세관 기자.

◇모바일 내비 경쟁 가속화…자율주행 핵심 역할 기대 때문= 한편 모바일 내비가 단순한 길찾기 기기를 넘어 자율주행의 핵심 장치가 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이통사들의 모바일 내비 경쟁이 가속화 되는 모양새다.

SK텔레콤이 지난해 T맵을 무료로 개방하고, KT와 LG유플러스도 원내비 데이터 요금을 무료화 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개방형 서비스를 통해 수집된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자율주행 및 인공지능(AI) 등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필요한 기술 개발 등에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KT와 LG유플러스는 원내비를 활용해 현재 400만명 수준인 양사 내비 고객을 늘려 실사용 데이터를 확보한 후, 향후 차량용 플랫폼 고도화에 나설 방침이다. SK텔레콤도 T맵으로 확보한 빅데이터를 자율주행 알고리즘에 반영할 계획이다. 터치 없이 음성만으로 이용할 수 있는 기술과 실시간 교통상황 단단 능력을 높이는 구조로 AI 소프트웨어 개편도 진행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