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교수들 박기영 사퇴 촉구…“황우석에 면죄부 주는 것”

머니투데이

류준영 기자

박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과학기술혁신본부장이 10일 오후 서울 강남구 한국과학회관에서 열린 과학기술계 원로 및 기관장의 정책간담회을 마치고 취재진에 둘러 쌓여 퇴장하고 있다. 박기영 본부장은 이날 “과거 황우석 사태에 대해서는 당시 입이 열개라도 할말이 없었다"며 "그때 조용히 물러나는 것으로 매맞는 것을 대신했다"고 말했다. 2017.8.10/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서울대 교수들이 박기영 과학기술혁신본부장 자진사퇴를 촉구하고 나섰다.

서울대 자연대·의대·수의대 교수들로 이뤄진 '박기영 과기혁신본부장 사퇴를 요구하는 서울대 교수 32인'은 11일 '박기영 교수는 과학기술혁신 본부장직에서 즉시 물러나야 한다'는 제목의 성명서를 내고 "황우석 사태의 어두운 그림자가 새 정부가 나아갈 길에 어른거려서는 곤란하다"며 박 본부장 사퇴를 요구했다.

이들은 "박 본부장은 2005년 말 황우석 사태가 발생했을 때 청와대 과학기술보좌관으로 가장 큰 책임을 져야 할 위치에 있었지만 반성이나 사죄한 적이 없었다"며 “이 사실 하나만으로도 과학기술혁신본부장을 맡을 자격이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박 교수가 계속 자리를 지킨다면 이는 황우석과 그 비호세력에게 면죄부를 주는 것"이라며 "황우석 사태 이후 한국의 대학 사회, 학문 사회가 연구 윤리를 정립하기 위해 기울여온 노력을 송두리째 무시하는 것과 동시에 한국 과학계에 대한 전면적인 모독"이라고 지적했다.

교수진은 "박 본부장은 황우석 연구의 문제를 알면서도 화려한 실적과 개인의 영달만을 추구한 양심 없는 과학자이거나 잘못이 무엇인지 깨닫지도 못할 만큼 실력 없는 과학자이거나 둘 중 하나"라며 "이런 인물에게 새 정부의 과학기술정책과 20조에 달하는 연구개발비의 집행을 총괄하는 중책을 맡길 수 없다"고 밝혔다.

성명서 발기인에는 황우석 사태 당시 연구처장이었으며 현재 법인 이사인 노정혜 자연대 교수, 정부 국정기획자문위원 위원인 호원경 의과대 교수, 의대 교수협의회장인 전용성 교수, 우희종 수의대 학장 우희종 교수 등이 포함됐다.

이들은 전날부터 서명을 받기 시작했으며 이날 오전 11시 기준 교수 288명이 서명에 동참했다. 이들은 오는 14일 오전 10시30분까지 서명을 받은 뒤 최종 참여 명단을 정리해 발표할 예정이다.

한편, 전날 박 본부장은 ‘과학기술계 원로 및 기관장들과의 정책 간담회’에서 황우석 사건과 관련해 공개 사과하면서 자진사퇴할 뜻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같은날 오후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긴급 브리핑을 통해 "과기혁신본부 신설을 주도한 사람 중 하나가 박기영"이라며 "그래서 과(過)가 적지 않지만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또 "그를 임명한 취지에 대해 널리 이해를 구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