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이름 빼라" 뱅킹앱 평판관리 들어간 시중은행

머니투데이

최동수 기자

2호 인터넷전문은행 카카오뱅크의 초반 돌풍이 이어지면서 시중은행들이 위기감을 드러내고 있다. 카뱅 서비스에 맞춰 서비스 개선과 수수료 인하 등과 함께 자체 모바일뱅킹의 평판 관리에도 나서고 있다.

13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한 마케팅·여론조사 업체가 지난 10일 오후 발표한 카카오뱅크 이용현황 보고서를 발표 3시간 만에 폐기했다. 총 5장의 보고서는 카뱅의 주요 고객 연령층, 앱 설치 및 사용자수, 카뱅 앱 설치자의 기존 주거래은행 등의 내용이 담겨 있었다. 특히 앱 설치 및 사용자수와 카뱅 앱 설치자의 기존 주거래은행 등을 다룬 부분에는 시중은행 모바일 앱과 비교한 내용이 들어갔다.

보고서가 나가자 시중은행들은 곧바로 이 업체에 은행앱이 노출된 부분을 삭제하거나 은행 이름을 가려달라고 요구했다. 보고서 내용이나 조사 기법 등에 문제점은 없었지만 카뱅과 비교되는 게 부담이 된 것이다. 실제 카카오뱅크의 가입계좌 수는 출범 보름째인 지난 11일 오후 3시 기준 228만건을 넘어섰는데 이는 지난해 1년 동안 시중은행에서 개설된 비대면 계좌개설수인 15만건의 15배가 넘는다.

결국 회사는 시중은행들의 항의를 이기지 못하고 하루도 안 돼 보고서 폐기를 결정했다. 이 회사는 연 매출 1조원이 넘는 신용정보평가 그룹의 자회사였지만 시중은행이 주요 고객이라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금융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카뱅과 시중은행 앱을 비교하는 자료들이 나오고 있는데 각 기관에서는 은행을 고객으로 두고 있는 곳이 많아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며 "이번 보고서의 경우엔 카뱅 앱 이용자의 주거래은행을 분석한 부분을 예민하게 받아들였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이런 시중 은행들의 행태를 놓고 뒤늦게 모바일뱅킹를 관리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최근 몇년간 은행의 비용구조에 큰 변화가 없는 상황에서 인터넷전문은행이 나오자 뒤늦게 상품과 서비스 개선에 나섰다는 것이다. 그동안 서비스 개선을 못 한 것이 아니라 안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금융업계 한 관계자는 "카뱅이나 케이뱅크이 나오기 전 시중은행들은 안일한 태도를 보여줬다"며 "단순히 상품에 초점을 맞춰 인터넷은행과 비슷하게 금리나 대출한도를 내놓는 것이 중요한게 아니라 고객의 편의성, 모바일 완결성 등 새로운 관점에서 변화를 시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