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대통령이 찾은 영화는?…'대통령 영화의 정치학'

13일 문재인 대통령은 5·18민주화운동 참상을 전 세계에 보도한 고 위르겐 힌츠페터 기자의 부인 에델트라우트 브람슈테트(80)와 영화 '택시운전사'를 관람했다./사진=뉴시스

지난 13일 문재인 대통령이 1980년 5월의 광주를 전 세계에 알렸던 독일 기자의 실화를 다룬 영화 '택시운전사'를 관람하면서 역대 대통령이 관람한 영화들이 관심을 끌고 있다. 그들은 정치·사회적 메시지가 담겨 있는 영화들을 관람하면서 자신의 정치적 신념·철학을 드러내거나 메시지를 전달하기도 했다.

◇ '인권' 또는 '노무현' 관련 영화 관람…문재인 대통령

13일 문재인 대통령이 서울 용산 CGV 영화관에서 '택시운전사'를 관람하고 있다./사진=뉴스1

문재인 대통령은 주로 노무현 전 대통령과 관련된 영화를 관람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노 전 대통령의 인권 변호사 시절을 모티브로 한 ‘변호인’ 관람이 대표적이다. 최근 개봉한 '노무현입니다'도 조용히 시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은 2012년 18대 대통령 선거 후보 시절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를 봤다. 영화가 끝나고 관객들이 빠져 나간 뒤에도 자리를 뜨지 못하고 눈물을 훔쳤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영화) 마지막 장면에서 노무현 대통령의 얼굴이 저절로 떠올랐던 것 같다"며 운 이유를 밝히기도 했다.

지난 2월 19대 대통령 선거 후보 시절에는 사법 피해자의 사건을 소재로 한 영화 ‘재심’을 봤다. 관람 후 그는 “약자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는 의지를 다졌다”고 밝히기도 했다.

◇ '창조경제', '애국관' 강조…박근혜 전 대통령

박근혜 전 대통령이 영화 '인천상륙작전'을 관람하고 있다./사진=뉴스1

박근혜 정부는 시민들이 보다 쉽게 문화를 접할 수 있도록 매달 마지막 수요일을 '문화가 있는 날'로 지정하는 등 적극적인 문화 행보에 나섰다. 문화가 있는 날에는 영화·공연·스포츠 등을 할인된 가격으로 관람할 수 있다.

2013년 박 전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 ‘뽀로로 극장판 슈퍼썰매 대모험’을, 2014년에는 할리우드에 개봉된 국산 애니메이션 ‘넛잡: 땅콩도둑들’을 관람하며 “창조경제를 달성하기 위해 국내 영화 배급 시스템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문제 제기를 하기도 했다.


이후 ‘명량’, ‘국제시장’과 ‘인천상륙작전'를 시청했다. 특히 박정희 전 대통령 재임시절 광부와 간호사의 독일 파견 이야기를 담은 '국제시장' 관람 후 “부모 세대가 겪은 생활을 토대로 그 분들의 희생정신을 잘 그리면서도 재미와 감동을 주었다”는 소회를 밝혀 눈길을 끌기도 했다.

◇ '성공 신화' 메시지 담아…이명박 전 대통령
이명박 전 대통령은 유독 '역경 극복'과 '성공 신화' 메시지를 담은 영화를 주로 관람했다.

2008년 이명박 전 대통령은 영화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을 관람하며 "실제 2004년 올림픽 여자 핸드볼 결승전을 처음부터 끝까지 봤고 분패하는 장면도 지켜봤다"며 "영화가 잘돼서 국민이 용기를 가지고 나라 사랑하는 마음도 가졌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또 2009년엔 독립영화 ‘워낭소리’를 관람한 뒤 “자녀 9명을 농사지어 공부시키고 키운 게 우리가 발전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 아니었겠는가”라며 “교육을 통해 가난의 대물림을 끊으려 했던 것이 우리의 저력이 됐고 외국인도 이에 놀라고 있다”며 교육 철학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외에도 ‘마파도2’, ‘브라보 마이 라이프’ 등을 관람했다.

◇ 역대 가장 많은 영화 관람…노무현 전 대통령

영화 '무현, 두 도시 이야기' 스틸컷/사진제공=전주디지털독립영화관, 뉴스1

노무현 전 대통령은 역대 가장 많이, 자주 영화를 관람한 것으로 알려졌다.


2006년 ‘왕의 남자’를 시작으로 ‘맨발의 기봉이’, ‘괴물’ 2007년에는 ‘길’, ‘밀양’, ‘화려한 휴가’ 등을 관람했다. 특히 노 전 대통령은 ‘화려한 휴가’를 본 뒤 눈이 붉어진 채 “가슴이 꽉 막혀서 영화를 제대로 볼 수가 없었다”고도 했다. ‘왕의 남자’를 본 뒤에는 “이야기를 엮어가는 상상력이 뛰어나다”는 감상평을 남겼다.

배우 송강호는 노 전 대통령과 만난 자리에서 "(대통령과) 동향인 김해 가락마을 출신이다"라고 밝힌 바 있다. 이후 송강호는 ‘택시운전사’, ‘변호인’, ‘밀양’ 등을 통해 노 전 대통령과 인연이 잦은 배우로 등극했다.

◇ 청와대서 '서편제' 관람…김대중·김영삼 전 대통령

임권택 감독의 '서편제'

대통령이 공식적 영화 관람을 시작한 것은 김영삼 전 대통령과 김대중 전 대통령 때다.

1993년 청와대 춘추관에서 김영삼 전 대통령을 위해 임권택 감독의 ‘서편제’ 상영회가 열렸다. 김 전 대통령은 영화를 본 뒤 “지금까지 내가 본 영화 중에서 가장 큰 감명을 받았다”며 “이 정도면 문화대국으로 가는 것도 신한국건설의 하나다”라고 밝혔다.

같은해 7월 김대중 전 대통령도 ‘서편제’를 관람했다. 이후 “서편제가 나타내고자 하는 우리 민족의 한은 무언가를 이루어내려는 몸부림이다”이라며 “오랜 역사를 통해서도 중국화되지 않았던 것은 바로 이 한 때문이었다”라며 소감을 말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