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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부모·형제 단잠 못이루게 하는 군대

광화문 머니투데이 김익태 사회부장 |입력 : 2017.08.15 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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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아, 얘들은 공짜야…”

힘도 돈도 들이지 않고 거 져 얻는 물건 ‘공짜’! 어느 장군 부인에게 ‘얘들’은 딱 그 정도였다. ‘누구 덕에 이렇게 편한 곳에 근무하는데’ 이런 왜곡된 인식 속에 무한충성 말고 인격이 비집고 들어갈 틈은 없었다. 병장 월급 21만6000원. 최저임금의 15% 수준이다. 징병제라는 명목 아래 사실상 병사들을 거의 무상으로 받아쓰고 있는 셈이다. 그러니 남의 자식 귀한 줄 모르고 막 부려 먹어도 되는 ‘공짜 인생’으로 여긴 것 아닌가. 남편이 대장이면 자기도 대장이란 비뚤어진 계급 의식에 폐쇄적인 군 문화까지 더해져 역대급 갑질을 저질렀다. “아들같이 생각하고 했다”는 해명은 “딸 같아서 성희롱했다”는 말과 함께 궤변의 ‘넘사벽’ 반열에 올랐다.

장군도 마찬가지다. 군대는 기본적으로 상관에게 ‘충성’하는 집단이다. 이는 곧 맹목적인 복종으로 치환된다. 내 말 한마디에 울고 웃고 죽고 사는 부하들. 시나브로 착각에 빠진다. “무슨 짓을 해도 된다. ‘상명하복’ 이게 군기 아닌가” 그러다 보면 공·사의 영역이 무너지고, 부하는 지휘의 대상을 넘어 하나의 소유물이 돼 버린다. 병사들은 하인이었다. 일반 시민들에겐 경악 그 자체였지만, 특권으로 여겼을 테니 심각성도 몰랐을 거다. 웅덩이가 진흙탕으로 변하는 게 단지 미꾸라지 몇 마리 때문이었을까. 이런 짓이 용인되고 묵인되는 그들만의 세상 속에서 청년 장교 박찬주는 그렇게 변질 됐을 거다.

공관 밖 병사들의 인격이라고 존중받고 있을까. 급식, 군복, 군화, 수통, 모포 등 병사들이 먹고 입는 것들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온갖 군납 비리. 총에 뚫리는 방탄복, 물에 뜨지 않는 구명조끼, 95만원 짜리 USB…어처구니가 없다. 부실한 의료 장비와 의료진 등 열악한 복무여건은 어떤가. 군 시절 선임병들에게 귀에 못 박히게 들었던 말 “요즘 군대 좋아졌다”였다. 군에 간 조카들도 이런 말을 듣는단다. 정작 본인들은 힘들어한다. 단지 요즘 애들이 허약하고, 군기가 빠져서일까. 제대 후 23년여가 흘렀다. 군대는 해마다 좋아졌다는데 예나 지금이나 병사들의 인권과 복지는 왜 이 모양일까. 이게 경제규모 세계 11위 나라에서 벌어질 법한 일인가. 잊혀 질 만 하면 반복되는 방산비리. 부풀려지고 중간에 없어져 누구 주머니로 흘러 들어갔는지 모르는 혈세. 그 많은 국방비는 어디로 갔을까. 그 중 일부만 사용됐어도 병사들의 복지는 한층 개선됐다. 전 세계에 병사 의존도가 우리만큼 높은 군대가 없다는데, 병사들의 인권과 복지에는 왜 이리 인색한가.

이번 파문은 단순 갑질을 넘어 형사사건으로 비화 되고 있다. 하지만 독립적 사법제도와 끼리끼리 문화를 갖고 있는 군이 이를 엄정하게 처리할지는 미지수다. 계급 제도 탓에 파문의 장본인을 징계할 위원회도 꾸리지 못했다. 그래서다. 사법개혁을 하는 참에 군 사법제도에도 메스를 대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만연한 부조리와 비리를 해결하지 못하는 근저에 이 같은 사법제도가 있는 탓이다.

세상은 급변하는데 군대는 안드로메다에 가있다. 그러고 보니 군대, 검찰, 경찰 등 국가의 합법적인 폭력조직 중 문민 통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곳은 국방부뿐이다. 거센 개혁의 바람 앞에서 어찌 됐든 법무부도 검찰도 바뀌고 있다. ‘군대 가면 인권 침해는 감수해야 되는 것’이란 뿌리 깊은 고정관념을 버리자. 제대 후 제일 꾸기 싫은 악몽이 군대 다시 가는 꿈이고, 자대 방향으로는 오줌도 싸기 싫어 하는 게 대한민국 남성이다. 그런데 ‘군대가 더욱 빡 세져야 한다’는 이중적인 ‘가학 심리’도 갖고 있다. ‘공관 병 갑질 파문’은 개인의 일탈이 부른 단순 해프닝이 아니다. ‘윤 일병 사건’이 벌어진 지 4년도 지나지 않았는데 이런 일이 터졌다. 군대는 원래 그런 곳이라 치부해버리면 문제 해결은 요원해진다. 벌써 두 번째 병 출신 대통령이 나왔으니 바뀔 때도 되지 않았나. 부모 형제들이 ‘나를 믿고 단잠을 자게 하는 군대’가 돼야지 군에 보낸 ‘얘들’이 못 미더워 노심초사하게 만들어서야 되겠는가.
[광화문]부모·형제 단잠 못이루게 하는 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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