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고 또 주고' 우후죽순 중소·벤처지원 재정비 시급

#올해 초 과학기술정보통신부(옛 미래창조과학부)는 ‘창업중점대학’ 사업을 신설하고 연세대와 한양대, 고려대에 각각 5억원(본사업시 30억원)의 지원을 발표했다. 하지만 이는 중소벤처기업부가 2011년부터 시행한 캠퍼스 창업지원 프로그램인 ‘창업선도대학교’와 사업 내용이 비슷하다. 뿐만 아니라 연세대와 한양대는 이미 창업선도대학으로 지정돼 한 해 수억 원의 지원을 받고 있어 중복지원이란 비판이 제기됐다.


문재인정부의 국정운영 5개년계획 중 하나인 ‘혁신 창업국가’를 달성하기 위해선 우후죽순 흩어진 정부의 중소·벤처기업지원사업을 재정비하고 재정 효율화를 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올해 예산안 기준 18개 중앙부처와 17개 지방자치단체가 진행하는 중소·벤처기업지원사업은 무려 1347개로 총예산은 16조6000억원에 달한다.

◇5개 부처가 한 업체에 최대 943억원 ‘몰빵’ 지원=14일 중소기업연구원에 따르면 2011년부터 3년간 창업지원 프로그램으로 4번 이상 수혜를 받은 중소기업은 299곳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여러 부처에서 비슷한 창업지원을 받은 기업이 비일비재하다는 얘기다.

이같은 문제는 감사원 감사로도 드러났다. 감사원이 지적한 2015년 중복지원 사례에 따르면 A중소기업은 2010년부터 2014년까지 5개 부처의 8개 지원사업에서 총 943억원의 지원을 받았다.

새 정부의 국정과제인 중소·벤처분야 역시 중앙부처와 지자체간 유사·중복지원 문제가 심각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과기부의 ‘창업중심대학’ 사례뿐 아니라 △글로벌 액셀러레이터 육성(18억원) △K-글로벌(Global) SW(소프트웨어)전문 창업기획사(15억원) △액셀러레이터 연계지원사업(91억원) 등도 유사·중복 정책사업으로 꼽힌다.


수출지원사업도 마찬가지다. 감사원은 올해 초 산업통상자원부가 규정을 제대로 갖추지 않아 해외 전시회 참가기업들에 대한 국비·지방비 중복지원 문제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감사결과 2012~2015년 121개의 해외 전시회에 참가한 708개 기업에 산업부 등 3개 중앙부처가 국비 27억원, 경기도 등 13개 지자체가 지방비 32억원을 동시에 지원한 것으로 확인됐다.

◇“중소기업지원사업 컨트롤타워 필요”=중소·벤처업계는 새 정부가 각 부처에서 운영하는 중소기업지원사업의 유사성을 검증해 재정비하고 신규 지원사업에 대해서도 예비타당성 검증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예산 누수를 막기 위해선 중소기업지원사업을 총괄 관리할 수 있는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며 “이를 위해 법률 제·개정 및 예산사업 조정 역할을 할 수 있는 대통령 직속 위원회를 구성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중소기업지원사업의 재정 효율화를 위해 정책금융에 한해 운용 중인 ‘지원한도제’ 적용대상을 확대하는 방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백 훈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지원한도제 적용을 받는 정부 사업이 현재는 42개인데 대상사업군을 점차 늘리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아울러 유사중복지원 사례를 사전에 관리하기 위해 지원사업과 기업에 대한 연계정보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