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뱅, 빠르다면서요…근데 대출 받기 왜 이리 어렵나요

#직장인 김씨(45)는 아파트 매매 잔금을 마련하는데 카카오뱅크(이하 카뱅)의 신용대출을 이용하려다 결국 포기했다. 서비스 지연으로 도무지 대출신청이 완료되지 않아서였다. 김씨는 대출신청을 위해 필요한 소득정보와 직장정보 입력, 공인인증서 등록 절차를 마무리하는 데만 1시간이 걸렸다. 고생 끝에 대출한도 1억500만원에 금리 연 3.05%가 가능하다는 결과를 얻고 대출계약을 진행하려 했지만 마지막 단계인 대출신청 절차에서 다시 막혔다. 김씨는 잔금지급기일을 앞두고 5일째 카뱅 앱만 붙잡고 있다.

카뱅이 출범 보름 만인 지난 11일까지 신규계좌 228만건을 유치하며 흥행 돌풍을 일으키고 있지만 대출서비스 먹통 현상은 좀처럼 해결되지 않고 있다. 특히 당장 대출이 필요한 실수요자들은 카뱅만 믿고 있다간 난감한 처지에 빠지기 일쑤다.


카뱅은 접속자와 대출자가 몰리면서 서비스가 지연되고 있다는 입장이지만 문제 해결이 늦어지면서 이용자들의 불만도 커지고 있다. 고객 불만을 해소하기 위해 고객센터 인력을 160∼170명에서 250명으로 늘렸지만 고객센터의 응대율도 여전히 10%대다.

카뱅의 대출신청 절차는 △신용대출 메뉴 선택 △성명과 주민등록번호 입력 후 휴대폰 본인 확인 △직장정보와 연소득 정보 입력 △대출한도와 금리 가조회 결과 확인 △공인인증서 제출(국민건강보험공단에 등록된 재직정보 및 소득정보 자동 불러오기) △최종 대출한도 및 금리 확인 △대출신청 등으로 이뤄져 있다.

문제는 단순 대출한도와 금리 가조회까지 걸리는 시간도 상당한 인내를 요할 만큼 길 뿐 아니라 공인인증서 등록 절차를 마치고 대출신청만 남겨놓은 채 대출을 받지 못하는 상황도 지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최종 대출한도와 금리, 계약기한을 받고도 대출신청 부분에서 막힘 현상이 계속되고 있는 탓이다. 정해진 기간 내에 대출신청을 완료하지 못하면 고객은 처음부터 대출신청을 다시 해야 한다.


대출신청이 지연되면 카뱅이 제시한 대출신청 기간 내에서도 고객의 대출금리와 한도가 변동된다는 문제도 있다. 카뱅의 신용대출 한도와 금리는 고객의 신용 변동성과 내부 신용평가에 따라 매일 달라진다. 고객이 공인인증서를 제출하고 확인한 최종 한도와 금리를 그대로 적용받으려면 바로 대출신청에 들어가야 하는데 대출신청을 그날 하지 못하면 대출한도와 금리에 변동이 생기는 것이다.

카뱅 신용대출을 이용한 한 고객은 “서비스 폭주로 대출신청에 애를 먹다가 3일만에 겨우 대출을 받았는데 금리가 카뱅이 제시한 최종 금리보다 소폭 높았다”고 밝혔다.

실수요자들이 대출을 받지 못하고 있지만 카뱅에서는 여전히 해결책을 내놓고 있지 못하고 있다. 카뱅 한 관계자는 “출퇴근 시간 등 사람들이 몰리는 시간을 피해 모바일로 계속 시도해 보는 방법밖에 없다”며 “대출이 당장 필요한 고객들에게 제때 대출이 나갈 수 있도록 서버 증축 등 여러가지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