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상반기 'IB·WM·자기매매'로 수익 급증

올 상반기 주요 증권사의 실적이 크게 개선됐다. 증시 활황으로 거래대금이 늘면서 위탁매매 수입이 증가하고 IPO(기업공개), 유상증자 등 주식시장을 통한 기업의 자금 조달 수요가 커져 IB(투자은행) 관련 수익도 급증했다.


증권사가 주식이나 채권 등을 운용해 얻는 자기매매 수익도 실적 개선을 이끌었다. 다만 최근 증시 조정과 채권금리 상승(채권값 하락) 추세를 보이고 있어 하반기 실적에 부담을 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1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주요 증권사의 상반기(1~6월) 순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모두 증가했다.

증권사별 사업부문 수익(이하 법인세비용 차감전 손익 기준)을 살펴보면, 미래에셋대우는 올 상반기 채권과 파생상품 운용 수익 등 '세일앤트레이딩' 사업부에서 지난해 상반기(495억원)의 3배에 육박하는 1307억원 수익을 냈고 IB분야에서 877억원을 벌어 전년동기(160억원) 대비 5배 넘는 이익을 올렸다. 미래에셋대우의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2738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159.0% 증가했다.

미래에셋대우 관계자는 "코웨이를 비롯해 한라시멘트 등의 인수금융과 삼양옵틱스, ING생명 등의 IPO를 주관했다"며 "한화생명보험 신종자본증권 발행과 롯데동탄개발사업 매입확약 등을 통해 IB 수익을 확대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개인고객의 주식 중개(브로커리지)와 자산관리 상품 판매를 담당하는 WM(자산관리) 사업에서 88억원을 버는데 그쳐 전년동기(389억원)에 비해 크게 부진했다. 지점 등의 통합 시너지가 아직 발휘되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삼성증권은 올해 IB분야에서 눈에 띄는 성장을 보였다. IB부문 상반기 수익은 346억원으로 전년동기(41억원) 대비 8배 넘게 급증했다. ING생명 상장과 SK해운 M&A(인수합병) 등 다양한 IB 거래의 주관 및 자문을 맡았다. ELS(주가연계증권) 운용 수익 증가 등에 힘입어 자기매매 수익 510억원을 기록해 지난해 상반기(308억원)보다 크게 늘었다. 이를 바탕으로 상반기 당기순이익(1226억원)이 지난해보다 24.1% 증가했다.

한국투자증권의 상반기 영업이익은 3589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19억원)보다 172.1% 증가했다. WM(886억원) 및 IB(2816억원) 사업부가 주도했다. IPO시장 최대어인 넷마블 상장과 삼성증권·대한항공 등 총 4건의 공모증자를 맡으며 실적을 끌어올렸다.

KB증권도 올 상반기 IB에서 1057억원(순이익 기준) 이익을 내 지난해(432억원)보다 큰 폭의 성장세를 보였다. 특히 자산운용 사업부에서 936억원의 수익을 거둬 전년도(-299억원) 손실을 벗어났다. NH투자증권도 트레이딩 사업부에서 전년도 194억원 적자에서 1193억원(영업이익 기준) 흑자로 돌아섰고 IB에서 1171억원 이익을 올렸다.

신한금융투자는 자기매매 등을 포함한 S&T 부문에서 457억원(순이익 기준)의 수익을 냈으나 IB에서 지난해(279억원)보다 줄어든 187억원의 수익을 거두는데 그쳤다.

개인고객 비중이 큰 키움증권은 올 상반기 자기자본 투자나 고유계정 매매 등 투자운용 분야에서 지난해(299억원)보다 2배 많은 666억원의 수익을 올렸다. 반면 전통적 강점을 보인 리테일 수익은 572억원으로 지난해(626억원)보다 감소했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하반기에는 증시 조정과 채권금리 상승이 맞물리고 있어 WM과 자기매매 분야에서 실적 둔화가 불가피할 것"이라며 "사업 부문별로 수익 편중을 분산시켜 실적 변동성을 줄여 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