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총수없는 준대기업' 지정될까…"지배력 없다" vs "실질적 지배"

이해진 네이버 이사회 의장./ 사진=머니투데이DB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가 최근 공정거래위원회를 직접 찾아가 준대기업집단(공시대상기업집단) 지정시 법적 동일인(총수)를 자신이 아닌 네이버 법인으로 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져 관심이다.

네이버측은 이해진 창업자의 지분율(4.6%)이 낮고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만큼 다른 대기업들의 총수 지위로 보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16일 네이버에 따르면 이해진 창업자는 지난 14일 임원들과 함께 공정거래위원회를 방문, 공정위 사무총장과 기업집단과장과의 면담을 진행했다. 이 창업자는 유럽 시장 공략을 위해 올초 이사회 의장직을 내려두고 유럽으로 떠난 상황. 이 때문에 이 창업자의 공정위 방문은 더 눈길을 끈다.

이 창업자를 급히 귀국하게 만든 건 공정위의 준대기업집단 지정. 이 창업자는 공정위 관계자 면담에서 네이버가 총수 없는 준대기업집단으로 지정돼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반적으로 대기업집단 혹은 준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될 경우 회사를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총수가 함께 지정된다. 하지만 일부 공기업으로 시작했거나 오너가 없는 경우 총수없는 대기업으로 지정하는 사례도 있다. KT와 포스코, KT&G 등이 대표적이다.


총수로 지정될 경우 허위 자료 제출 등 회사의 잘못에 대해 법적 책임을 진다. 또 본인은 물론 가족과 친척이 네이버와 거래할 때도 관련 내용을 모두 공시해야한다. 자신과 가족이 소유한 자회사에 일감을 부당하게 몰아주는지에 대해서도 조사받을 수 있다.

이 창업자가 네이버의 총수 없는 대기업 지정을 요청한 근거는 다른 대기업 오너(대주주)와는 달리 지배적인 경영권을 행사하지 않는다는 것. 순환출자구조로 얽혀 있거나 세습경영을 하는 다른 대기업들과는 구조가 다르다는 주장이다.

이 창업자는 보유 지분도 국민연금(10.76%) 보다 낮고 지난 3월 이사회 의장직에서 물러나면서 사실상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현재 이 창업자의 공식 직함은 GIO(글로벌투자책임자)다. 네이버 종속 기업들의 지분을 이 창업자 개인이 아닌 네이버 주식회사가 들고 있기 때문에 지배구조도 투명하다는 설명이다.

네이버는 이 창업자가 총수로 지정될 경우 한참 탄력을 받고 있는 글로벌 진출에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총수 있는 한국 대기업'이라는 딱지가 해외 시장에서 대표적인 '코리아 디스카운트'로 꼽힌다는 것. 네이버는 최근 제록스연구소유럽 인수와 프랑스에 신설된 세계 최대 규모 스타트업 인큐베이션 참여 등의 과정에서 회사의 경영 철학과 투명한 지분 구조 등이 강점으로 작용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 창업자가 창업자로서 지분을 보유하고 있으며, 의장직을 내놓은 뒤에도 해외 투자결정 등 주요 경영상의 의사결정에 관여하고 있다는 점에서 예외로 보긴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공정위는 총수 여부 판단 시 공식 직함이나 지분 뿐 아니라 실제 경영권을 행사하는지 등을 전반적으로 판단한다. 경영상 중요한 결정이나 핵심 인사권을 행사한다면 총수로 지정될 수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 창업자 자체가 네이버의 경영 투명성 확보를 위해 부단히 노력해온 데다 앞에 나서는 걸 좋아하지 않는 만큼 '총수'라는 자리에 거부감이 클 것"이라며 "총수로 지정될 경우 앞으로 규제와 각종 조사에 끌려다니며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될텐데 일분일초를 다투는 인터넷 사업인데다 본격적으로 글로벌 진출을 타진하는 상황에서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했을 가능성도 크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