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강북 할 것 없이 쇼크… 강북은 동급규제에 불만

문재인정부는 출범 후 급등하는 집값을 잡기 위해 100일간 두 번의 부동산대책을 내놓았다. ‘6·19 부동산대책’은 시장이 잠시 움찔하는 데 그쳤다. 보름여 만에 집값이 다시 꿈틀거리자 투기세력을 정조준해 8·2대책이 나왔다.
　
서울 전역을 투기과열지구로 묶고 강남4구(강남·서초·송파·강동구)뿐 아니라 강북의 마포·용산·성동·노원구 등까지 투기지역으로 지정하면서 시장은 찬물을 끼얹은 듯 조용해졌다.


8·2대책은 타오르는 시장 열기를 잠재우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과도한 심리위축에 따른 ‘거래절벽’을 불러왔다. 강남4구와 강북지역을 같은 연장선에 두고 규제하는 데 대해 불만도 쏟아졌다.

16일 부동산시장에 따르면 문재인정부의 부동산정책이 집값 급등을 진정시키는 데 일정 부분 효과를 보였지만 지역간 획일적 규제로 인한 피해 및 과도한 시장 위축에 대한 우려와 비판도 제기된다.
　
전역이 투기과열지구로 묶인 서울은 문재인정부 출범 직후인 지난 5월 중순부터 집값이 출렁였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일인 지난 5월9일 이후 강남지역의 아파트 매매가격은 22일 기준 한 주간 0.11% 상승하는 수준이었지만 6월로 접어들자 5일 기준 상승률이 0.38%로 껑충 뛰었다.

과열 조짐을 보이자 정부가 6·19대책을 발표해 6월26일 0.22%, 7월3일 0.15%로 주간 상승률이 잠시 꺾였다. 하지만 7월10일 상승률이 다시 0.24%로 뛰고 31일 0.39%까지 치솟으면서 정부가 ‘고강도 카드’를 꺼내는 계기로 작용했다.
　
같은 기간에 강북 아파트의 매매가격도 강남 흐름을 따라가는 패턴을 나타냈다. 8·2대책 직후인 8월7일 기준 주간 상승률은 강남은 0.39%에서 0.07%로, 강북은 0.36%에서 0.08%로 급격히 축소됐다.
　
강남4구에선 재건축단지가 가장 큰 타격을 입었다. 웃돈이 최대 3억원까지 떨어진 급매물이 나와도 시장에서 좀처럼 소화되지 않는 분위기다. 강남구의 한 부동산 공인중개사는 “예상보다 강한 규제에 시장이 하루아침에 온탕에서 냉탕으로 돌변했다”며 “주변으로의 풍선효과도 실종된 것을 보면 심리적으로 확실히 위축된 것같다”고 말했다.
　
강북지역은 불만이 속출했다. 그간 큰 폭의 집값 상승세를 기록한 강남4구와 같은 규제로 묶여 재산상 불이익을 당했다는 반응이다. 노원구의 한 부동산중개업소 대표는 “서울 전역이 오르니까 덩달아 집값이 오른 단지들도 있지만 최근까지 몇천만 원도 안 오른 아파트가 수두룩하다”며 “투기세력이 몰리는 곳과 그렇지 않은 곳을 한데 묶어 규제하니 서민들도 피해를 본다”고 지적했다.
　
시장은 당분간 대책의 효과를 관망하며 방향성을 모색할 것으로 관측된다. 서성권 부동산114 연구원은 “매물 호가가 내리고 급매물이 나오면서 실수요자들도 머릿속이 복잡한 상황”이라며 “성급히 매수하기보다는 시장 추이를 지켜보며 의사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