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애 전쟁 불붙나… 사상 첫 대규모 '반대 집회'

'동성애 ·동성혼 개헌 반대 국민연합'은 16일 서울 여의도 KEB산업은행 본점 앞에서 집회를 열고 "'양성평등'에 기초한 현행 헌법이 '성 평등'에 기초한 헌법으로 개정되면 동성결혼과 동성애가 함께 합법화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진=이동우 기자

새 정부가 추진하는 개헌이 동성애·동성혼 찬반 논란에 불을 지폈다. 기독교·보수 단체 등으로 구성된 동성애 반대 진영이 서울 도심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고 강하게 반발하는 가운데 전국 각지에서는 퀴어(동성애·성적 소수자) 축제가 기획되는 등 논란은 확산할 조짐이다.

'동성애 ·동성혼 개헌 반대 국민연합'은 16일 서울 여의도 KEB산업은행 본점 앞에서 집회를 열고 "'양성평등'에 기초한 현행 헌법이 '성 평등'에 기초한 헌법으로 개정되면 동성결혼과 동성애가 함께 합법화된다"고 비난했다.


이날 집회는 17일 '성 평등' 조항 신설을 논의하는 국회 헌법개정특별위원회 제1소위원회 회의를 앞두고 열렸다. 개헌특위는 기존 헌법의 '양성의 평등' 문구를 '성 평등'으로 바꾸기 위한 논의를 진행해왔다.

동성애 반대론자들은 다양한 성 정체성을 보장하는 성 평등이 헌법에 명시되는 것은 사실상 동성애와 동성혼을 허용하기 위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생물학적 성인 '양성평등'이 사회학적 성인 '성 평등'으로 대체되면 다양한 성관계와 결합이 용인된다는 얘기다.

이날 집회 현장에는 1000여명의 인원이 모여 '양성평등 YES, 성 평등 NO', '동성애, 성 평등 절대 반대' 등의 구호를 외쳤다. 앞서 동성애 반대 진영은 퀴어 축제에 맞불 집회를 여는 등 다양한 움직임을 보여왔지만, 개헌 반대라는 구체적 목표를 위해 독자적 대규모 집회를 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계춘 동성애·동성혼 개헌 반대 국민연합 대표는 "동성애와 동성혼은 자연법에 역행하는 것이고 개헌이 이뤄지면 양심상 동성애자를 비난하는 것까지 처벌을 받게 된다"며 "그들만의 자유로 끝나지 않는 것이 동성애 문제"라고 강조했다.

'동성애 ·동성혼 개헌 반대 국민연합'은 16일 서울 여의도 KEB산업은행 본점 앞에서 집회를 개최했다. 사진은 김태흠 자유한국당 의원 / 사진=이동우 기자

이날 집회에는 자유한국당 국회의원들도 참석해 발언대에 올랐다. 김태흠 자유한국당 의원은 "국가인권위원회법 차별금지조항에 들어 있는 '성적지향' 문구를 삭제하는 법 개정을 추진하겠다"며 "한국당 지도부로서 당론으로 정해 확실히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개헌특위 위원 중 한 명인 정용기 자유한국당 의원 역시 "동성애를 합법화하기 위한 활동하는 사람들이 지금 우리 사회를 불안하게 하는 안보, 좌경화 문제와 연결돼 있다"며 "특히 군대 내 동성애 합법화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우리나라를 어디로 끌고 가겠다는 것인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개헌 논의가 본격적으로 진행됨에 따라 동성애 반대 진영은 총력전에 나서는 모양새다. 이들은 지난 15일 광복절에 열린 보수진영 대규모 집회에서도 동성애·동성혼 반대 서명을 받았다. 최근에는 일간지에 광고를 수차례 게재하는 등 동성애 반대 여론 형성에도 힘을 쏟고 있다.

하지만 이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전국 각지에서는 다양한 퀴어 축제가 시행·기획되는 등 동성애에 우호적인 움직임도 만만치 않다. 지난달 15일 서울시청 앞 광정에서 열린 퀴어문화축제에는 8만명 이상이 참가하는 등 사상 최다 인원이 모이기도 했다.

부산과 제주 등에서도 퀴어 축제 개최가 예정돼 있다. 부산 퀴어문화축제는 다음 달 23일, 제주 퀴어축제는 10월 28일 열린다. 이들 도시에서 퀴어 축제가 열리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전문가들은 동성애를 둘러싼 사회적 갈등 확산에 우려를 표한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자신들이 신념을 가지는 것과 동시에 상대방의 주장을 서로가 경청해야 한다"며 "서로 우려하는 사안도 일부 합리성이 있지만 메시지를 다듬어 균형 있게 표현하는 것도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