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보좌진 겨냥한 김동연… "기준금리 언급 부적절"

김동연 경제부총리와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6일 오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북핵 리스크에 따른 금융시장 동향과 대응책을 논의하기 위해 만나 대화하고 있다. /사진=홍봉진 기자

청와대 핵심 참모진이 저금리 통화정책의 부작용을 공개적으로 비판하고 나선 가운데,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이에 대해 “적절치 않다”고 지적했다.

기준금리 결정은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고유 권한으로 정부 당국자가 정책 방향을 미리 구체적으로 언급하는 것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힌 것이다.


김 부총리는 16일 이주열 한은 총재와의 오찬 회동 후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금리 문제는 금통위, 통화당국의 고유 권한”이라며 “정부 당국자가 금리 관련 얘기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김 부총리는 “만약에 정부의 누가 됐든 금리를 구체적으로 말하는 것은 그 자체가 한은 독립성에 좋은 얘기가 아니고 바람직하지 않다”며 거듭 부적절하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최근 김현철 청와대 경제보좌관은 일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전 정부의 저금리 통화정책이 실패했다”, “1.25% 기준금리 수준은 너무 낮다”는 등 기준금리 수준에 대해 구체적인 정책 방향성을 밝혔다.


이에 국고채 금리가 오르는 등 시장은 김 보좌관의 발언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김동연 경제부총리와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6일 오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북핵 리스크에 따른 금융시장 동향과 대응책을 논의하기 위해 만나 대화하고 있다./사진=홍봉진 기자

같은 질문에 이 총재도 “부총리와 생각이 같다”고 답했다. 김 부총리처럼 구체적인 언급은 피했지만 정부에서 미리 통화정책 방향을 결론짓는 발언에 대한 부담감을 피력한 셈이다.

김 부총리 임명 직후인 6월 13일 한은에서 만난 두 인사는 두 달 만에 다시 만나 △북한 리스크에 따른 시장 변동성 △새 정부 경제정책방향 및 세출 구조조정 계획 △부동산 시장 동향 및 가계부채 문제 등 폭넓은 분야와 관련해 다양한 의견을 나눴다.

북한 리스크와 관련 김 부총리는 모두 발언에서 “최근 대내외 리스크, 특히 북한 변수가 생겨 시장 변동성이 다소 커졌다”며 “점차 안정되는 모습이지만 한은과 함께 시장을 아주 면밀하게 보면서 대응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필요한 경우가 생긴다면 한은 협조를 통해 단호하게 시장 안정화 조치를 취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지난주 북한 관련 지정학적 리스크가 부각돼 국내 금융‧외환시장 변동성이 커졌다”며 “다행히 금주 들어 진정세지만 향후 진행 상황에 따라 시장 불안이 재현될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이어 “정부와 한은 이에 대응해 국내외 금융시장 면밀히 지켜보면서 시장 안정화를 위해 적극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주 들어 북핵 리스크가 가라앉은 상황이어서 대응이 다소 늦은 것 아니냐는 지적에 김 부총리와 이 총재는 “그동안 실시간으로 실무진 차원에서 정보교환과 대응책을 공유했기 때문에 동의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가계부채 대책과 관련 이 총재는 “구체적으로 테크니컬(실무적인) 얘기는 하지 않았지만 앞으로 적극적으로 대응책을 논의하기로 했다”고 답했다. 김 부총리도 “8월말이나 9월초 가계부채 대책이 발표될 것”이라며 “정부 각 부처와 한은이 긴밀히 협조하자는 얘기를 나눴다”고 했다.

두 인사의 회동은 당초 예정된 시간보다 30분 가량 더 진행됐다. 이에 대해 김 부총리는 “시간은 미리 정해놓은게 아니어서 의미가 없다. 특별한 주제가 아니라 전반적인 경제 현안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고 답했다.

김 부총리와 이 총재는 앞으로도 국제행사에서의 만남과 별도로 틈틈이 시간을 내서 경제 현안에 대해 의견을 나누기로 했다.

기재부와 한은은 회동 직후 배포한 보도자료를 통해 “성장세 회복과 금융안정을 도모하기 위해 재정‧통화정책을 조화롭게 운용해 나가기로 했다”는 공식 입장을 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