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넥스 대장주 엔지켐생명, 美하버드대와 손잡고 90조 신약개발 '정조준'

손영기 엔지캠생명과학 대표가 16일(현지시간) 미국 뉴저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신약개발 현황을 설명하고 있다.

매출액 200억 원대의 국내 바이오벤처 엔지캠생명과학이 미국 하버드대학교와 손잡고 추진하고 있는 90조 원대 블록버스터급 신약개발이 구체화 되고 있다. 천연 녹용에서 유래한 자체개발 면역조절물질 ‘EC-18’ 기반의 신약이다.


손영기 엔지캠생명과학 대표는 16일(현지시간) 미국 뉴저지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미 식품의약국(FDA)로부터 7월 말 EC-18 항암방사선 유발 구강점막염 치료제의 임상 2상 허가를 획득했다”며 “구강점막염 분야 세계 최고 권위자인 스티븐 소니스 미 하버드대 의과대학부속 브리검 여성병원 교수팀과 협력, 이르면 11월부터 임상 2상을 개시한다”고 밝혔다.

구강점막염은 항암제나 항암화학방사선 치료를 받은 3, 4기 암환자들의 70%가량에 나타나는 증상이다. 현재 치료제가 없다. 엔지켐생명과학은 미국에서 항암제로 유발되는 호중구(백혈구의 일종)감소증 치료제의 임상 2상도 진행하고 있다. EC-18을 기반으로 향후 건선, 류마티스관절염, 패혈증, 천식, 아토피피부염 등 7개 분야 치료제를 개발한다는 목표다. 이들 시장의 전체규모는 780억 달러(약 88조 원)에 달한다.

손 대표는 “희귀질환이나 치료제가 없는 분야의 신약은 임상 2상 완료 이후 임상 3상에 앞서 조건부 판매를 허가하는 제도를 활용해 조기 출시전략을 추진하고 있다”며 “임상 2상이 계획대로 마무리되면 2019년 초부터 구강점막염 치료제를 판매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반적으로 신약개발의 임상 2상 성공확률은 15% 수준으로 알려졌다.

손 대표는 “EC-18은 면역조절을 통해 점막 부위 염증을 억제하는 작용기전을 가진 신개념 치료제로 성공 가능성이 높다”며 “하버드대 소니스 박사도 구강점막영의 원인을 차단하는 기전의 약물 개발이 전무한 상황에서 EC-18 치료제의 허가 가능성을 높게 평가, 협력연구를 해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손 대표는 글로벌 임상시험을 위한 자본조달과 관련, “임상 3상 500억 원을 포함해 전체 임상 비용에 700억 원이 투입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50%는 내부조달, 50%는 외부에서 조달할 예정으로 임상 2상 이후 초기판매가 시작되면 자본조달에는 별다른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손 대표는 “암젠 등 특정분야 신약으로 수십조 단위 매출을 일으키는 바이오기업들이 적지 않다”며 “작은 바이오벤처 입장에선 시장규모가 크지만 다수의 다국적제약사들이 경쟁하는 고혈압, 당뇨같은 신약시장보다는 특정암이나 희귀질환 신약개발을 추진하는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엔지켐생명과학은 코넥스 시가총액 1위 기업으로 1999년 창업 이후 조형제 등 원료의약품을 판매하는 한편, 2005년부터 EC-18을 개발, 생산하며 구강점막염 등에 대한 신약개발을 추진해왔다. EC-18에 대한 55건의 국제 특허를 갖고 있다. 지난해 매출 218억 원, 영업손실 62억 원을 기록했다.

손 대표는 “미 여자프로골프(LPGA)의 한국 전성시대를 연 박세리 선수처럼 엔지캠생명과학도 작은 바이오기업이지만 최초로 오리지널 신약치료제를 보유, 한국 바이오산업의 잠재력을 보여주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