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의 거부' 당한 49층 은마아파트 재건축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경/사진=머니투데이 DB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도계위)가 강남구 대치동 소재 은마아파트(사진)의 재건축 정비계획안 심의를 거부했다. 계획안이 서울시 주거지역 기준 최고 층수를 35층으로 한 방침에 배치됐기 때문이다.

다만 5년간 계획안을 회부할 수 없는 ‘부결’ 대신 ‘미심의’ 처리한 것은 은마재건축위원회를 배려한 조치로 풀이된다. 요건만 맞추면 언제든 ‘재심의’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지난 16일 도계위를 열어 은마아파트 재건축안 미심의 1건, 개발제한구역 관리계획안 등 원안가결 3건, 영등포구 당산동4가 유원제일1차아파트 주택재건축안 수정가결 1건, 서초구 공공주택지구지정안 보류 1건 등 총 6건의 안건을 처리했다고 17일 밝혔다.
　
서울시는 이번에 처음으로 도계위 안건으로 은마아파트 정비계획안을 상정했지만 도계위 위원 다수는 심의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고 판단해 심의하지 않았다.
　
은마재건축추진위원회는 계획안에서 현재 제3종 일반주거지역에 위치한 14층 4424가구를 철거해 최고 49층 약 6050가구로 재건축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는 2014년 발표된 ‘2030 서울도시기본계획’(서울플랜)에서 규정한 주거지역 ‘35층 이하’ 층수 제한을 위배한 것이다.
　
서울시는 은마재건축추진위가 기본계획상의 도시계획도로를 폐지하는 대신 보차혼용통로를 설치하고 추가로 공공기여도 진행할 것이라고 했지만 정비계획안에는 포함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양측은 정비계획안 조율을 위해 총 5회 사전협의를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은마재건축추진위는 기존 초고층 정비계획안을 고수했다. 이에 서울시는 사전협의가 한계가 있다고 보고 도계위 위원들의 의견을 듣기 위해 이번에 안건으로 상정했다.
　
이날 열린 도계위에서 위원들은 정비계획안이 시 원칙에 정면배치되는 등 논의할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며 다수 의견으로 ‘미심의’ 처리했다. 시 관계자는 “이번 결정은 사실상 부결과 같다”면서도 “부결 대신 미심의로 결정한 것은 은마재건축추진위를 배려한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도계위가 정비계획안을 부결하면 규정상 5년간 동일 안건은 회부하지 못한다. 해당 단지는 정비계획 수립과정의 제반 절차를 원점에서 다시 밟아야 한다. 물론 ‘미심의’ 결정으로 은마 측이 층수를 낮추는 등 요건을 맞추면 재심의 가능성은 열려있다.
　
한편 영등포구 당산동4가 소재 유원제일1차아파트는 용적률이 299.99%로 확정돼 최고 25층 612세대로 재건축된다. 유원제일1차아파트는 1983년도 12월에 5개동 360세대로 건립됐고, 오랜 시간 동안 주거생활의 불편함과 주변 도시 및 주거환경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 계획안에 따라 당산로37길의 확폭 및 단지 내 공공보행통로가 결정돼 보행환경이 개선되고, 사회복지시설과 공원 설치 등의 공공기여 추진된다.

성북구 정릉 공공주택지구 내 건축제한은 완화됐다. 도계위는 성북구 정릉동 894-22 일대 공공주택지구 내(舊 정릉스카이 연립) 자연경관지구 건축제한 규제를 낮췄다. 건폐율은 기존 30% 이하에서 40% 이하로, 건축물 높이도 3층 12m 이하에서 4층 16m 이하로 완화된다. 이에 정릉스카이 연립은 기존 세대수(140가구)보다 24세대가 늘어난 166세대로 지어지며, 지역주민들을 위한 커뮤니티시설 도입(보육시설, 경로당 등) 등 공적기능도 강화될 예정이다.

반면 서초구 방배동 565-2번지 일대 13만7684㎡ 일대 성뒤마을을 공공주택지구로 지정하는 안건은 보류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