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독, 영업이익으로 이자 못갚아…현금사정 살펴보니

중견 제약사 한독 (13,220원 ▼30 -0.23%)이 영업으로 벌어들인 돈으로 이자조차 갚지 못하는 상황에 몰렸다. 이런 순간은 간헐적으로 있었지만 과거에 비해 빚 규모가 현저히 커진 반면 현금 창출 능력은 눈에 띄게 나빠졌다.


17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한독은 2분기 연결기준 11억원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지난해 2분기 6억원에서 적자로 전환한 것이다. 2분기 부진으로 상반기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 7억원의 절반을 밑도는 3억원에 그쳤다.

영업이익이 급감한 건 판매비와 관리비가 크게 늘어서다. 2분기 판관비는 351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317억원보다 10% 넘게 증가했다.

주목할 점은 비대해진 금융비용이다. 2분기 한독은 금융비용으로 12억원을 썼다. 지난해 같은 기간 7억원보다 62% 급증한 금액이다. 상반기 전체로 보면 지난해 상반기 14억원을 64% 웃도는 23억원에 이른다. 영업이익으로 이자조차 갚지 못하게 된 것이다.

지난해 상반기에도 상황은 비슷했다. 이 때도 영업이익으로 금융비용의 절반만 갚는 데 그쳤다. 그러나 올해는 사정이 크게 달라졌다. 지난해 상반기만 하더라도 영업활동으로 벌어들인 실제 현금이 43억원으로, 그런대로 양호했다. 반면 올해는 마이너스 62억원으로 급반전 했다.


영업과 무관하게 발생한 자산처분이익 43억원에 반년 새 93억원어치 증가한 매출채권 거품을 걷어낸 결과다. 한독은 자산처분으로 영업외수익을 끌어올렸음에도 순이익 흑자전환에 실패했다. 대신 매출액을 지난해 상반기보다 소폭 늘리는 데 만족해야 했다.

관심은 현금 창출능력 부재가 일시적 현상인지 여부다. 당장 자산처분이나 외상물량 밀어내기(매출채권)를 중단하면 영업활동 현금흐름이 개선될 여지는 있다.

그러나 분기마다 발생하는 10억여원 금융비용에 쌓여가는 재고자산은 단기간에 풀기 어려운 숙제다. 한독은 자력으로 162억원 단기차입금을 갚을 수 없게 되자 230억원 규모 차입과 사채발행을 병행했다. 이 와중에도 16억원을 주주배당에 썼다. 배당액의 절반 정도는 회사 지분 47.2%를 보유한 김영진 회장과 특수관계인들에게 돌아갔다.

재고자산의 경우 반년동안 86억원어치가 더해져 상반기 말 현재 803억원에 이른다. 한독에 따르면 추가된 재고자산의 많은 부분이 숙취해소 음료 레디큐에서 비롯됐다. 레디큐 판매가 신통치 않았다는 말이다. 이는 지난해 말 일본 산에이겐으로부터 211억원에 사들인 레디큐 원료 생산업체 테라벨류즈 인수가 적절했느냐 지적으로 이어진다. 테라벨류즈를 인수하느라 빚을 지고 이자에 허덕이는 한독으로서는 치명적인 나비효과다.

한독 관계자는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영향으로 중국 수출용 레디큐 재고가 다소 쌓이긴 했지만 케토톱 판매가 공백을 메워줬다"며 "영업이익이 감소한 건 판관비 내 광고비 지출과 연구개발 투자 규모가 늘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