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치 지지와 파시즘 반대는 같지 않다"…英·獨 야당 대표 일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백인우월주의자를 두둔하는 발언을 한 뒤 유럽에서도 트럼프를 향한 비난 여론이 들끓고 있다. 유럽 정치권의 주요 인사들이 일제히 트럼프에게 비판을 쏟아내며 트럼프의 국제적인 입지가 더 흔들리게 됐다.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는 16일(현지시간) 한 행사에서 반인종주의 시위 참가자들과 신나치주의자들을 동등하다고 한 트럼프의 주장을 어떻게 보느냐고 한 질문에 "그들(신나치주의자)은 비난받아야 한다"며 "책임 있는 자리에 있는 모든 이들이 극우적 관점을 비난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영국 야당 대표들은 더 강경한 수위로 트럼프를 비판하며 트럼프의 영국 방문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제1야당인 노동당의 제레미 코빈 대표는 "나치 지지자들과 파시즘 반대 시위자들은 같지 않다"며 "트럼프가 그가 미국의 대통령이란 걸 인식하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그는 “우리 모두는 인종주의를 가장 강경한 어조로 비판할 책임이 있다"며 메이 총리에게도 화살을 돌렸다. 메이 총리가 트럼프에 대해 충분한 비판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메이 총리는 야당의 트럼프 영국 방문 철회를 요구에 대해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다.

빈스 케이블 영국 자유민주당 대표도 트럼프의 영국 방문 백지화를 요청했다. 그는 "트럼프는 자신이 극우주의와 백인우월주의에서 분리될 수 없다 걸 보여줬다"며 "그가 영국을 방문하도록 하는 건 완전히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스코틀랜드 지역의 보수당의 당수인 루스 데이비슨도 트위터를 통해 "미국 대통령이 이제 막 나치와 인종주의자 극우주의자들을 옹호하는 자신의 얼굴을 세계에 드러냈다. 부끄러운 줄 알아라."고 밝혔다.

2차 세계대전 이후 깊은 나치 트라우마가 있는 독일에서도 트럼프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을 직접적으로 언급하진 않았으나, 지난 주말 샬러츠빌 사태가 발생하자 "샬러츠빌 사태는 총리와 독일 연방정부가 추구하는 방향과 정반대"는 비판 성명을 내고 인종주의와 극우주의를 비판했다.


독일 제1야당인 사회민주당의 마틴 슐츠 대표도 16일 독일 미디어 RND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의 일관성 없는 발언에는 나치 폭력성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내용이 있는데 이는 매우 위험하다"며 "미국에서 발생하고 있는 일이 독일에서 일어나는 것을 피하기 위해 모든 걸 해야 한다"고 말했다. 헤이코 마스 독일 법무부 장관도 같은 날 트위터에서 "샬러츠빌 사태를 경시하는 트럼프의 반응이 매우 불쾌하다"며 "이(트럼프의 행동)는 반유대주의이자 인종주의"라고 비판했다.

심지어 유럽에선 그간 트럼프를 옹호하던 극우정당마저 트럼프 비판에 동참하고 있다. 프랑스 극우정당인 국민전선(NF)의 플로리안 필리포 부대표는 "(샬러츠빌 사태의 가해자들은) 백인우월주의자들과 인종차별주의자들이었다"며 "그들은 매우 명백한 언어로 비난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트럼프는 샬러츠빌 사태가 발발한 12일 폭력사태를 '여러 편'(many sides)의 잘못으로 돌렸다가 공분을 샀다. 14일 "인종주의는 악"이란 내용의 성명을 발표해 사태를 진화시키는 듯했으나, 다음날 즉흥적으로 연 기자회견에서 "한쪽 그룹도 나빴고 다른 한쪽의 그룹 또한 매우 폭력적이었다"며 입장을 번복해 비난 여론을 고조시켰다. 이에 미국 내 다수의 기업인이 대통령 직속 자문위에서 탈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