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이수 헌법재판소장 임명동의안 이번엔 국회 문턱 넘나

(서울=뉴스1) 윤진희 기자 =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두 달째 국회 표류 중인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임명동의안이 오는 31일 임시 국회 본회의에 상정된다. 일단 임명동의안 본회의 상정이라는 산은 넘어섰지만 바른정당과 국민의당 등 야당 측이 김 후보자의 임명동의안 처리 여부를 또 한번 다른 인사와 연계시키려는 시도를 하고 있어 본회의 통과 여부는 불투명한 상태다.

◇ 강경화, 김상조 임명에 희생양…이유정에 또 발목잡히나?


18일 오후 여야는 오는 31일 열리는 임시국회 본회의에서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임명동의안을 상정해 표결에 부치기로 했다.

하지만 임명동의안 본회의 상정에는 합의한 야당 측이 이유정 신임 헌법재판관 후보자의 자진사퇴를 요구하며 이 후보자 거취와 김 후보자 임명동의안 처리 여부를 연계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는 상황이다.

임명동의안이 본회의를 통과하려면 국회 재적 의원 과반수 출석에 출석 의원 과반수가 찬성해야 한다. 현재 국회의원 수는 299명이고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의석은 120석으로 과반에 못미친다. 김 후보자의 임명동의안이 본회의 문턱을 넘으려면 야당의 협조가 필수적이라는 얘기다.


앞서 김 후보자는 야당 측의 임명 반대가 극심했던 강경화 외교부장관과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과 비슷한 시기에 인사청문회를 거치면서 세 후보 가운데 가장 흠결이 적음에도 국회에서 제동이 걸렸다.

문재인 대통령이 야당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임명에 국회 동의가 필요하지 않은 외교부 장관과 공정거래위원장 임명을 강행하자 야당 측이 임명동의를 거쳐야 하는 김 헌재소장 후보자의 발목을 잡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헌재 안팎에서는 김 후보자가 '희생양'이 됐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번에는 야당 측이 이유정 헌법재판관 후보자의 자진사퇴를 요구하며 김 후보자의 임명동의안 처리를 연계시키고 나섰다. 헌법재판관 역시 임명에 국회 동의가 필요하지 않기 때문에 문 대통령이 이 후보자 임명을 강행할 경우 김 헌재소장 후보자의 임명동의안 처리에 협조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힌 셈이다.

◇靑, 김이수 헌재소장 카드 고수 의지 재확인…공은 국회로

지난 1월 말 박한철 전 헌법재판소장 퇴임 이후 헌법재판소장 자리가 반년 넘게 공석으로 남아 있어 김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 처리를 더이상 늦출 수 없는 상황이다.

헌법재판소법 12조 2항이 "헌법재판소장은 국회의 동의를 받아 재판관 중에서 대통령이 임명 한다"고 정하고 있다. 이 때문에 김 후보자에 대한 임명 동의안 처리가 지체되자 헌재 안팎에는 청와대가 헌재소장감인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지명해 헌법재판소장으로 임명하려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는 뒷이야기가 무성했다.

하지만 지난 8일 문 대통령이 이유정 변호사를 신임 헌법재판관 후보로 임명함에 따라 관련 소문은 자취를 감췄다. 현직 헌법재판관들에 비해 연수원 기수가 낮고 나이가 어린 이 후보자를 헌법재판소장 후보로 내세울 가능성은 매우 낮다는 분석에 따른 것이다.

이에 따라 이 후보자의 헌법재판관 후보자 지명을 두고 헌법학계 등 헌재 안팎에서는 청와대가 국회에 김이수 헌재소장 카드를 포기하지 않고 밀고 나가겠다는 강한 시그널을 보낸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국회는 김 헌재소장 후보자 임명 동의 여부를 다시 한 번 다른 후보자 임명과 연계시키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국회가 대통령의 공직자 임명권을 견제해야 하는 것은 맞지만 다른 인사와 연계시키는 것은 상당히 부적절한 행태라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이종수 연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야당이 협치 이야기를 하면서도 새 정부 공직자 임명에 관해 어느 한 사람도 그냥 넘어가지 않았다"며 "대통령의 공무원 임명에 대해 국회가 견제 역할을 하는 것은 맞지만 인사처리를 연계시켜서 협상 카드로 내세우려는 등의 행위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국회가 새 정부 인사에서 의원불패 신화는 더욱 공고히 하고 매사 건건이 인사에 반대를 하고 있는 것에 일반국민들이 이미 식상해 하고 있다"며 "임명이 필요한 공직자의 임명동의안을 다른 인사와 연계시키는 것 때문에 국회 견제의 의미가 퇴색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헌법재판소가 소장 권한대행 체제로 운용되고 있기는 하지만 9인 재판부와 정식 헌재소장 체제가 아니라면 국민생활에 영향을 끼치는 주요 사건 결정 등에는 조심스러울 수 밖에 없다"며 "공이 국회로 넘어간 만큼 헌재 재판부 구성 파행 책임은 국회에 물을 수밖에 없게 됐다"고 덧붙였다. [법조전문기자·법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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