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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지속할 수 없는 것들에 관하여

광화문 머니투데이 강기택 경제부장 |입력 : 2017.08.18 03:30|조회 : 72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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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할 수 없는 것은, 지속될 수 없다.

서울시교육청의 초등교사 채용규모 축소 파문은 지속할 수 없는 정책의 최후를 보여준다. 문재인정부와 똑같이 ‘공공부문 일자리 확충’이란 공약을 내건 박근혜정부의 교육부와 ‘청년 일자리’를 강조한 분위기에 묻어간 서울시교육청이 합작으로 대형 사고를 친 것이다.

출생아 수는 2002년생부터 ‘40만명대 시대’로 접어들었다. 이들이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2009년부터 초등교사 수를, 2015년부터 중등교사 수를 줄여야 했다. 그렇지만 어느 정부도 그렇게 하지 않았다. 인위적으로 손을 대지 않아도 2024년 교실은 더 빈다. 올해 출생아 수가 30만명대로 내려앉는 게 확정적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초등학교 교사 1인당 학생 수는 15.1명, 학급당 학생 수는 23.1명이다. 한국은 각각 16.9명, 23.6명이다. 이를 근거로 교사 수를 더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 있지만 출산율이 세계 최저인 까닭에 교사 정원을 그대로 둬도 초등학교는 7년 뒤부터, 중학교는 13년 뒤부터 OECD 평균을 밑돌 수밖에 없다.

‘1수업 2교사 제도’를 대안으로 거론하지만 최소 7년 뒤만 내다본다면 적정 수준이 넘는 교사를 선발할 수는 없다. 교원수급정책의 실패를 국민들이 세금을 더 내서 해결토록 한다는 발상은 저급하다. 새 정부가 비교과과목 위주로 교사 수를 늘린다고 하지만 매년 폐교되는 학교 수를 먼저 세어봐야 한다. 근본적인 처방은 덜 뽑는 것이다. 교대 정원에 손을 대고 명예퇴직을 확대하는 것이다.

초등교사 채용에서 일어난 일련의 일은 모든 공공부문에서도 발생할 수 있다. 2002년생이 대학에 들어가는 2021년의 국공립대학, 이들이 입대하는 2022년의 군대가 비슷한 일이 생길 수 있는 개연성이 가장 높은 곳이다. 그러므로 모든 공공기관에 무차별적으로 ‘일자리 창출’ 평가지표를 들이댈 게 아니라 인구구조의 변화를 따져보고 가려서 해야 한다.

지속할 수 없는 것은 또 있다. 최저임금을 정부가 보전해주는 것도 그 가운데 하나다. 2018년 3조원 이상을 투입해야 한다. 2020년 1만원까지 올리려면 10조2000억원이 들어간다. 모두 세금이다. 최저임금을 영원히 1만원에 묶어둘 수는 없으므로 2025년, 2030년엔 정부의 보조금 규모가 더 커질 것이다. 어느 순간 정부가 대줄 수 없는 한계지점이 올 것이다. 한두 해만 해보고 어떻게 할지 결정할 것이었다면 처음부터 하지 말았어야 했다. 그랬다면 보조금을 줄 기업을 정하고 데이터베이스를 만드는 등의 일에 행정력을 탕진하는 일도 없었을 것이다. 그 역시 세금이 들어가는 일이다.

[광화문]지속할 수 없는 것들에 관하여
전기요금도 같은 범주다. 정부는 탈원전정책을 펴도 저성장으로 인해 2022년 5GW(기가와트)의 전력설비가 남아 요금인상은 없다고 했다. 문제는 2023년부터 20.7GW의 원전설비가 감소하고 2030년 10GW의 설비가 모자란다는 점이다. 이를 LNG(액화천연가스), 태양광, 풍력 등의 발전방식으로 메울 수 있다고 한다. 그럴 수 있을지도 의문이지만 유례 없이 낮은 수준인 LNG 가격이 오르거나 신재생에너지의 발전규모나 단가가 기대치를 맞추지 못하면 6년 뒤 또는 13년 뒤 지금의 전기요금을 지속할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다. ‘가격이 오를 수 있다’고 터놓아야 ‘사회적 대화’와 설득의 여지가 커짐을 알아야 한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건강보험 개편 등에서 이런 사례는 쌓여왔다. 방향성이 옳다고 해도 지속 가능한 것과 지속 불가능한 것을 구분해야 한다. 그것을 분별할 수 있는 능력이 ‘유능한 정부의 조건’이다. 취임 100일을 맞은 문재인 대통령이 적어도 10년 만이라도 앞을 보고 ‘지속 가능한 국가의 미래’를 깊이 생각했으면 한다. 지속할 수 없는 것은 지속할 필요가 없는 것이 되어야 한다.

강기택
강기택 acekang@mt.co.kr

비지니스 저널리즘의 최고 경지, 머니투데이의 일원임을 자랑스레 여깁니다. 독창적이고, 통찰력 넘치는 기사로 독자들과 마주하고자 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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