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잭슨홀미팅' 다음주 개막…옐런·드라기 시선집중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왼쪽)과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AFPBBNews=뉴스1

글로벌 금융시장의 시선이 1년 만에 다시 미국 와이오밍주의 작은 휴양지 잭슨홀로 쏠렸다. 오는 24~26일(현지시간) 열리는 ‘잭슨홀 미팅’ 때문이다.


시장은 특히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과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의 연설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세계 양대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향방을 가늠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여서다. 일각에선 큰 기대는 하지 말라는 충고도 나온다.

FRB는 17일 옐런 의장이 오는 25일 오전 10시(한국시간 25일 밤 11시)에 잭슨홀에서 ‘금융안정’(financial stability)을 주제로 연설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옐런 의장의 잭슨홀 미팅은 이번이 마지막일 수 있다. 임기가 내년 2월로, 연임 여부는 아무도 모른다.

드라기 총재도 참석한다. 그의 잭슨홀 방문은 3년 만이다. 다만 드라기 총재의 연설 일정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잭슨홀 미팅은 미국 캔자스시티 연방준비은행이 매년 이맘때 여는 경제정책 심포지엄이다. 주요국 중앙은행 총재와 재무장관, 학계·금융시장의 인사들이 한데 모인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경기부양을 주도한 주요 중앙은행, 특히 FRB의 통화정책 향방을 예고하는 자리로 이용되면서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FRB를 비롯한 중앙은행들의 통화정책을 둘러싼 불확실성은 여전하다. 투자자들이 올해도 잭슨홀에 시선을 집중하고 있는 이유다. 벤 버냉키 전 FRB 의장은 2010년과 2012년 같은 자리에서 각각 2차, 3차 양적완화(자산매입) 가능성을 내비쳐 시장을 열광시켰다.

FRB와 ECB의 통화정책 향방은 어느 정도 드러났다. FRB는 연내에 기준금리를 한 차례 더 올리고 양적완화로 불린 자산을 줄이는 양적긴축을 시작한다는 방침이다. 드라기 총재도 최근 양적완화 축소(테이퍼링)가 멀지 않았음을 시사했다.
시장에서는 9월이 분수령이 될 걸로 보고 있다. FRB는 양적긴축을 발표하고 ECB도 테이퍼링 시간표를 제시할 거라는 관측이다.

하지만, 드라기나 이번에는 말을 삼갈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전망이다. 로이터는 그 이유로 ‘선제안내’(forward guidance)가 이젠 ‘과잉안내’(over guidance)가 됐다고 꼬집었다. 중앙은행들이 그동안 시장이 받을 충격을 최소화하려고 통화정책 방향을 미리 예고했지만, 시장이 선제안내에 너무 의존하게 되면서 부작용이 나타났다는 것이다.

한 예로 드라기 총재는 지난 6월 포르투갈 신트라에서 열린 ECB 연례 포럼에서 “디플레이션 위협이 사라지고 리플레이션이 한창”이라고 말했다. 아직 미약하나 인플레이션 압력이 되살아나고 있다는 의미다. 드라기 총재의 발언은 기존 언급과 맞물려 시장에서 ECB의 테이퍼링이 다가왔다는 의미로 풀이됐다. 이 여파로 달러 대비 유로화 가치가 초강세 행진을 했다.

복수의 소식통은 드라기 총재는 이튿날 ‘시장이 자신의 발언을 오해했다’며 신트라 발언을 후회했다고 전했다. 드라기 총재가 이번 잭슨홀 미팅에서 말을 아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로이터를 비롯한 외신들은 드라기 총재가 잭슨홀 미팅이 아닌 ECB 정책회의를 통해 통화정책 방향을 알릴 것이라고 전했다. ECB 회의를 놔두고 괜히 다른 자리에서 논란을 일으킬 이유가 없다는 설명이다.

옐런 의장의 입장도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전망이다. 미국 온라인 투자전문매체 시킹알파(Seeking Alpha)는 투자자들이 가장 꺼리는 위험이 현상을 위협하는 ‘단절’이라고 지적했다. 미국 뉴욕증시가 호황을 누리고 있는데 굳이 FRB의 굳이 잭슨홀 미팅에서 매파(강경파) 발언으로 시장을 놀라게 할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FRB가 통화정책을 결정할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차기 정례회의는 9월19~20일에 열린다. ECB의 다음 통화정책회의는 같은 달 7일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