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정협상 개시" vs "효과분석 먼저" 한·미 FTA '수싸움' 본격화

김현종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왼쪽)과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사진=머니투데이 DB

22일 서울서 열리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공동위원회 특별회기는 협정 개정·수정 가능성을 가늠할 수 있는 ‘분수령’이다. 특별 공동위 개최가 곧 개정 협상의 시작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지만 앞으로 이어질 협상의 전초전이라는 점에서 그 결과가 주목된다. 유리한 고지를 확보하려는 치열한 ‘수 싸움’이 예상된다.

◇서울 개최로 ‘명분’ 챙긴 文정부=한국과 미국 정부는 특별 공동위 개최장소를 둘러싸고 신경전을 벌여왔다. 개최지가 서울로 확정된 것만 보면 놓고 보면 우리 정부가 선취점을 딴 모양새다.


양국은 그동안 공동위 개최 장소를 두고 옥신각신했다. 앞서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지난달 12일 산업통상자원부에 특별 공동위를 개최를 요구하는 서한을 보내면서 개최 시기와 장소를 ‘30일 이내, 워싱턴D.C.’를 제안했다.

하지만 산업부는 지난달 24일 USTR에 보낸 답신에서 개최 시기와 장소를 ‘통상교섭본부장 임명 등 정부 조직개편 절차 완료 후 적절한 시점, 서울’로 못 박았다.
개최 시기와 장소와 관련된 양측의 이견은 협상 주도권을 차지하기 위한 차원으로 해석된다. 한·미간 물리·심리적 거리 등을 고려할 때 협상 장소를 유리하게 결정해야 초반 기선을 제압할 수 있다는 셈법이 반영됐다.

협정문에는 특별 공동위 개최와 관련해 ‘다른 쪽 당사국의 영역에서 개최하거나 양 당사국이 합의하는 장소에서 개최한다’로 규정돼 있다. 이는 미국 측 요구에 합의하지 않는 이상 우리나라에서 연다는 의미다. 우리 정부는 물러섬 없이 원칙을 고수했고 결국 개최 장소를 서울로 확정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원칙을 지켜 미국의 양보를 얻어낸 셈”이라고 자평했다.


다만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USTR 대표가 방한하지 않고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과 영상회의를 갖는 것은 우리 측 양보로 읽힌다. USTR의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개정 협상 일정 등을 고려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우리는 서울 개최로 ‘명분’을, 미국 측은 NAFTA 개정 협상과 특별 공동위를 병행하는 ‘실리’를 나눠 챙겼다는 해석이 나온다.

◇“개정협상 개시” vs “효과분석 먼저”=특별 공동위에서 양측 대표단은 한·미 FTA 개정 여부를 놓고 치열한 힘겨루기를 벌일 것으로 예측된다.
미국은 공세적 입장을 지속하고 있다. USTR은 특별 공동위 개최를 요구하는 서한에서 미국의 대(對)한국 무역수지 적자를 지적하면서 “한미 FTA의 개정 및 수정 가능성을 포함한 협정 운영상황을 검토하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당장 공동위에서 개정 협상 개시를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구체적으로 자동차·철강·기계 및 서비스 시장 개방 확대를 요구할 것으로 예측된다. 국내 자동차업계의 대미 수출액은 FTA 발효 이전 5년 평균과 이후 5년 평균을 비교했을 때 92억 달러 증가했다. 제조업 전체 증가분인 179억 달러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일각에서는 깜짝카드로 쌀과 쇠고기 시장 개방을 들고 나올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최남석 전북대 무역학 교수는 “미국 입장에서는 협정 발효후 5년간 적자가 누적된 자동차·철강·기계 등을 테이블에 올릴 것”이라며 “가급적 짧은 시간 내 적자를 만회할 수 있는 방안을 도출하는 것을 목표로 강한 압박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반면 우리 정부는 미국 측의 개정 협상 개시 압박에 한·미 FTA의 효과에 대한 분석이 먼저라고 맞설 예정이다. 객관적 분석 없이 섣부르게 개정하는 것은 부정적 효과가 더 클 수 있다는 논리다.

우리 측 대표단 관계자는 “한·미 FTA 발효 이래 5년간 양국간 교역, 투자, 고용 등에 있어 상호호혜적인 성과를 거두었다는 게 기본적인 우리 입장”이라며 “(공동위에서) 발효 효과에 대해 양국이 공동으로 객관적인 조사, 연구, 평가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논의하자고 요청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시욱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우리 정부 입장에서도 한·미 FTA와 관련된 다양한 오해에 대해 직접 얘기할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된다는 점에서 공동위 개최가 나쁘지만은 않다”며 “특히 철강 등 미국 내 일자리 창출 기여하는 부분을 합리적인 차원에서 얘기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