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육원 한끼 vs 경찰서 유치장 한끼, 비교해보니

'2348원 vs 3000원'


보육원에서 자라는 아이들의 한 끼 밥값이 경찰서 유치장에서 제공되는 급식값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일 보건복지부와 한국아동복지협회 등에 따르면 올해 전국의 아동복지시설의 한 끼 급식비는 평균 2348원으로 지난해 2342원보다 고작 6원이 올랐다. 월 단위(91끼)로 환산하면 21만3668원이다.

시설아동 한 끼 급식비는 최근 3년 동안 약 200원이 오르는 데 그쳤다. 취사연료비와 부식비 등이 급식 단가에 포함되는 방식으로 바뀐 효과 덕에 600원 이상 올랐던 2014년 이후 인상 폭마저 계속 줄어드는 추세다. 2015년과 2016년 각각 175원, 33원 증가했다.

반면 범죄 혐의를 받는 사람 등이 경찰서 유치장에 갇힐 경우 제공되는 유치인의 급식비는 한 끼에 3000원이다. 유치인 급식비는 2014년 약 50% 오른 이후 3년째 동결됐음에도 여전히 시설아동 급식비보다 650원가량 비싸다.


유치인 급식은 일반적으로 경찰서 구내식당에서 제공된다. 이 때문에 책정된 단가는 3000원이지만 구내식당 식단과 같아 4000원 수준에서 내용물이 구성된다. 사실상 예산초과인 셈이다. 급식비가 동결된 3년 동안 전체 구내식당 예산이 약 5억원 오른 것도 이런 실정 때문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유치인 식사 문제는 인권문제와 직결돼 신경 쓰고 있다"며 "최근 유치인 수가 늘어 예산 범위에서 해결하지 못하는 일이 발생해 구내식당 예산을 조정했다"고 말했다.

실제 식단을 비교해봐도 질적 차이가 뚜렷하다. 최근 한 평일 점심 메뉴를 비교해보면, 서울 모 보육원의 식단은 시금치만 들어간 된장국에 고등어구이와 나물 등이 전부인 반면, 서울 모 경찰서의 유치인 급식은 제육볶음과 오뎅탕에 후식(요구르트)까지 제공됐다.

인권차원에서 유치인 급식 수준도 중요하지만 한창 자라나야 할 아이들에게 이보다 못한 급식비를 지원하는 것은 문제라는 지적이다.

시설아동의 급식비는 '국민기초생활 보장법'에 따라 기초생활보장수급자 범주에서 지원한다. 최저 생계비 기준을 적용받는 시설 수급자로 분류되다 보니 예산을 넉넉히 지원하기 어렵다.

형평성 문제도 걸림돌이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시설아동의 급식비만 인상하게 되면 다른 복지시설 노약자·장애인과 형평성 문제가 있을 수 있다"며 "푸드뱅크 등 다양한 지원을 받고 있어 (시설아동 급식이) 현실적으로 그렇게 낮은 수준은 아니다"고 말했다.

모자라는 정부 지원을 국민들의 후원으로 메우고 있는 셈이다. 서울 소재 A 아동복지시설 관계자는 "후원 없이 식단을 구성하면 아이들이 먹기 어려울 정도로 품질이 떨어진다"며 "많은 분의 도움 덕에 최대한 식단에 신경을 쓰고는 있지만, 기본 급식비가 높아지면 그 도움을 아이들 학습지원 등 다른 쪽으로 돌릴 수 있는데 아쉽다"고 말했다.

지난해 정치권에서도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아동복지시설 급식비에 추가 지원이 가능토록 '아동복지법' 개정안을 이용주 국민의당 의원을 중심으로 발의했다. 그러나 탄핵정국 등과 맞물려 여전히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남기철 동덕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저출산 시대에 우리나라 미래 세대가 양적, 질적으로 늘어나야 하는 상황"이라며 "아동이 부모 밑에서 자라느냐 아니냐와 관계없이 국가가 기본적인 것은 책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민간 기부금이나 후원은 아이들의 자기계발 등 그 이상을 지원하는 쪽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