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빠진 답사기 메운다…'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서울편

교보문고 광화문점 서가에 놓여진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서울편

전국 구석구석 베스트셀러 답사기(나의 문화유산답사기)를 들고 다니며 여행하는 것이 유행이었지만 예외였던 곳이 있다. 5개의 궁궐을 가진 궁궐의 도시인 서울이 바로 그곳이다.



이빠진 것 같던 답사기는 이번에 미술사학자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이 서울편인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9권과 10권을 내면서 채워져 가고 있다.

그는 최근 열렸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서울편 출판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서울은 5개의 궁궐을 가진 궁궐의 도시”이며 “세계 어느 왕도에 가도 궁궐 5개를 가진 곳은 서울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자연스럽게 책은 종묘와 궁을 주로 다루며 이야기가 전개된다.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9권이자 서울편 1권인 ‘만천명월 주인옹은 말한다’는 조선왕조의 상징적인 문화유산이자 세계문화유산인 종묘를 시작으로 창덕궁, 창경궁을 살피며 왕족들의 삶과 애환, 전각마다 서린 사연을 풀어낸다. 저자는 종묘를 그리스 파르테논 신전, 로마의 판테온, 중국의 천단 등에 비견되는 세계적인 문화유산 반열에 올려놨다.

10권이자 서울편 2권인 ‘유주학선 무주학불’은 서울의 옛 경계인 한양도성, 덕수궁, 성균관 등 조선왕조가 남긴 문화유산을 다룬다. ‘유주학선 무주학불’은 “술이 있으면 신선을 배우고, 술이 없으면 부처를 배운다”는 뜻으로, 흥선대원군 석파 이하응의 도장에 새겨져 있는 문구다. 곧 출간 예정인 11권은 낙산ㆍ인왕산 등과 그 일대, 12권은 북한산ㆍ한강과 그 일대를 다룰 예정이다.

다양한 경험도 녹아든다. 참여정부 때 문화재청장을 지냈던 그는 단골 입각 예정인사로 꼽히지만 손사래를 치곤한다. “이번 정부에 들어가지 않았기 때문에 (답사기) 9ㆍ10권을 좀 더 쉽게, 빨리 내놓을 수 있었다”고 말하는 그다.

1993년 첫권이 나온 ‘나의 문화유산답사기’는 대박 베스트셀러기도 하지만 문화 현상이었다. ‘1권 강진ㆍ해남(남도답사 1번지)’ 편을 시작으로 국내 8권, 일본 4권 등 모두 12권을 연달아 내놓으면서 유 전 청장은 ‘답사 열풍’을 이끌어냈고 여행객들의 손에는 한두권씩 책이 들려있기 마련이었다.

답사기는 역사와 예술, 문화를 아우르는 방대한 정보를 절묘하게 엮고 쉽게 풀어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따로 공부하지 않아도 우리 역사를 한눈에 읽고 배울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여전히 다뤄야 할 곳이 많다는 유 전 청장은 “이제 국토의 반 정도만 썼고 삼보사찰(순천 송광사, 양산 통도사, 합천 해인사)은 아예 못 썼고, 섬도 못 다뤘고, 경기도는 손도 못 댔다”고 토로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의 서울역사문화벨트조성공약 기획위원장(청와대 이전, 그리고 그에 따른 서울 도심부의 공간 재배치 업무 수행)인 유 전 청장인 만큼 집필 속도는 늦춰질 수도 있다. 다만 “‘문화유산답사기’ 시리즈 이름에 누가 되는 일은 절대 하지 않을 것”이라고 힘주어 말하는 그의 다짐은 굳건하다.

【서울=뉴시스】고승민 기자 =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이 16일 오전 서울 종로구의 한 식당에서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서울편' 출간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2017.08.16. [email protected]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