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내시장 상인·주민 상생의 협동조합 대형마트 도입할 것"

유통망을 구성한다. 수익은 투명하게 공개하고 배당금을 지급한다. 창출되는 일자리는 지역 청년들을 우선 채용한다. 죽어가던 재래시장 상인들이 살아나고, 과소비의 주범 ‘벌크(bulk) 상품’에 치인 주부들은 알뜰 소비를 하게 된다.

문석진 서대문구청장(62·사진)이 꿈꾸는 모래내시장의 미래다. 모래내시장은 서대문구를 대표하는 전통시장이지만 가재울 뉴타운 지구가 조성되면서 점점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문 구청장은 지난 18일 머니투데이와 인터뷰에서 “서대문구에 상인과 주민들이 상생할 수 있는 전혀 새로운 개념의 대형마트를 도입하려 한다”고 말했다.

그는 “모래내시장 인근에 상인들과 지역주민까지 참여하는 협동조합 대형마트를 만들 생각”이라며 “대형마트와 함께 영화관, 청소년 놀이공간, 청년 창업공간 등도 들어서는 복합문화시설을 구상하고 있다. 복합문화시설도 물론 협동조합으로 운영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아파트 재건축으로 대변되는 과거형 도시재생에서 탈피해 사회적 경제 개념을 결합한 ‘협동조합도시’를 구축하려는 계획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구상 단계이지만 내년까지 구체적 계획을 제시하고 예산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17일 오후 문석진 서대문구청장 인터뷰

협동조합도시 모델은 스페인 바스크 지방의 중소도시 몬드라곤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호세 마리아라는 신부가 1956년 울고라는 협동조합을 설립한 것을 시작으로, 몬드라곤 협동조합은 250여개 관계 기업에 7만4000여 명의 조합원을 둔 큰 도시 기업으로 성장했다.

문 구청장은 협동조합의 성공조건으로는 투명성과 신뢰를 꼽았다. 그는 “리더는 부정부패가 없어야 하고 직원들도 모두 깨끗해야 한다”면서 “모든 절차가 투명해야 수익이 정확하게 돌아가고 구성원 사이에 신뢰가 생긴다”고 강조했다.

특히 최근 살충제 달걀이 논란이 된 만큼 협동조합 마트에서는 ‘친환경 농산물’을 취급한다는 계획이다. 그는 “친환경 농산물을 농촌과 직접 거래하고 주민이 관리하는 시스템을 마련하겠다”면서 “달걀도 집단 사육하지 않고 방목하되, 비싼 방목 비용은 구에서 보조하겠다. 그러면 ‘우리 것은 최소한 믿을 수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 구청장은 서대문구의 협동조합도시 모델이 성공하면 다른 지방자치단체에도 노하우를 적극 전달해 이를 전국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서대문구에서 처음 시도해 전국으로 확산된 ‘찾아가는 동주민센터(찾동)’에 이은 새로운 도전인 셈이다. 그는 이와 관련, 최근 부구청장을 중심으로 협동조합도시 태스크포스(TF)팀을 꾸렸다. 조만간 TF를 스페인 몬드라곤과 영국 런던으로 보내 성공한 협동조합의 운영방식을 체험하게 할 계획이다.

저소득 가정과 후원자들을 연결해주는 ‘100가족 보듬기 사업’도 지난 7월 기준, 474호까지 확대되는 등 눈에 띄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 100가정 보듬기는 도움이 절실하지만 공적지원을 받기 어려운 한부모, 조손, 청소년, 다문화, 홀몸노인가정 등의 자립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지난 2011년 처음 시작돼 지역내 기부 모델로 성공적으로 정착했다.

문 구청장은 명품 숲길로 인기를 모으고 있는 ‘안산자락길’도 소개했다. 그는 “안산자락길은 7km 구간에 무장애 보행길을 조성해 노역자도 편안하게 산 둘레를 한바퀴 돌 수 있다”면서 “안산과 인왕산을 연결하는 80m 길이의 생태통로도 조성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