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빵]'문재인 우표첩' 득템하러 '광화문' vs '구미' 다녀온 썰.avi

1. 새 대통령이 취임하면 우정사업본부에선 대통령 취임 기념우표를 발행한다. 태극기를 배경으로 새 대통령의 얼굴이 곱게 찍힌 우표를 소형시트, 전지 등의 형태로 만들어 판매한다. 어린 시절부터 해서 새 대통령의 인생 사진을 총망라한 '나만의 우표'와 새 정부의 국정기조를 엠보싱 기법으로 새긴 초일봉투. 그리고 이 모든 걸 한꺼번에 세트로 담은 우표첩 등도 내놓는다.


2. 우표수집이 취미인 사람이 아니라면 대통령 취임 기념우표 '따위'겠지만 제19대 대통령 취임 우표는 달랐다. 대선 당시부터 수많은 '덕후'들을 생성하며 각종 '이니템' 혹은 '이니굿즈'('타임' 아시아판, 오렌지색 등산복, 독도 강치 넥타이, 체크무늬 반팔셔츠, 도서 '명견만리')를 완판시킨 문재인 대통령이기에 평소 우표에 요만한 관심이 없던 사람도 우표 구입 전쟁에 나섰기 때문이다.

제19대 문재인 대통령 취임 기념우표.

3. 나라에서 제작한 공식 이니굿즈인 문재인 우표는 '한정템'이기에 더욱 경쟁이 치열했다. 특히 고급진 패키지와 다채로운 구성으로 소장가치가 높은 기념우표첩은 단 2만부밖에 발행되지 않아 경쟁률이 국내 톱 아이돌의 콘서트 티켓팅 수준으로 치솟았다. '이니굿즈'의 폭발적인 인기를 알게된 우정사업본부가 1만 2000부를 추가 발행하기로 하면서 사정이 아주 조금 나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우체국 전화는 불이 났고, 인터넷으로 사전신청한 우표첩을 받을 수 있는 건지 어쩐 건지 확인이 안 된 대통령 덕후들은 '돈을 준다는데 왜 안 파냐'며 발을 동동 굴러야 했다.

4. 그리고 대망의 현장판매일. 대통령 덕후들은 긴장의 밤을 보냈다. 전국의 '총괄'우체국에서 판매하는 한정템 우표첩을 살 수 있는 사실상 마지막 기회. 각 총괄우체국마다 판매하는 수량은 제각각. 우체국에 모여들 구매 희망자들의 숫자는 미지수. 과연 새벽 몇 시부터 줄을 서야 우표첩을 구할 수 있을지, 가슴 두근거리는 시간을 보냈다.

9일 오전 중구 서울중앙우체국에서 우정사업본부 직원들이 '제19대 문재인 대통령 취임 기념우표'를 선보이고 있다.

5. 꿀빵 역시 이니굿즈 득템 경쟁에 뛰어들었다. '광화문 대통령'을 선언한 문재인 대통령인 만큼 서울 광화문우체국에서 한 부를 구입하기로 했다. 또 동시에 박정희 전 대통령의 고향이자 얼마 전 '박정희 대통령 탄생 100돌' 우표 발행을 시도했다가 논란 속에 계획이 엎어졌던 '박티스칸시티' 구미시로 내려가 우표첩을 사보기로 했다. 두 곳이 갖는 의미도 의미였거니와 광화문우체국은 할당된 물량이 아무래도 다른 곳보다 많을 것 같아서, 구미우체국은 애초에 사려는 사람이 얼마 없을 것 같아서 우표첩을 구하기 쉬울 거란 예상에서였다.


6. 17일 새벽 6시 30분. 광화문우체국과 구미우체국을 찾았다. 일찍 간다고 갔는데도 광화문우체국 앞에 벌써 10여명의 사람들이 줄을 서 있었다. 구미우체국 앞에도 (놀랍게도) 줄이 있었다. 광화문우체국 1등 임혜린씨(23)는 자정쯤에, 구미우체국 1등 김지만씨(27)는 새벽 1시부터 기다렸단다. 임혜린씨는 자신이 지지한 대통령의 얼굴이 새겨진 우표를 득템하기 위해 밤을 새우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았다고 말했고, 김지만씨는 매우 피곤하지만 우표첩은 확실히 살 수 있단 생각에 괜찮다고 말했다.

7. 우체국이 문을 여는 오전 9시가 다가오면서 광화문우체국과 구미우체국의 대기줄은 점점 길어졌다. 특히 사무실이 밀집된 광화문우체국은 출근시간이 다가오면서 대기인원이 급격히 늘었다. 몇십분 사이에 줄이 모퉁이를 돌아 다시 우체국 앞으로 이어질 정도였다. 8시 50분이 되자 우체국에서 대기표를 나눠줬는데 새벽 6시30분에 도착한 꿀빵은 광화문우체국에선 18번을, 구미우체국에선 11번을 받았다. 사전에 전화로 문의한 바에 따르면 구미우체국은 우표첩 18부를 현장판매한다 했으니 '구미는 널널하겠지' 방심하고 늦게 왔더라면 우표첩을 못 구할 뻔 했다.

↑ 구미우체국 앞 대기줄
8. 오전 9시가 되자 드디어 우체국 문이 열렸다. 새벽부터 나와 기다린 지 2시간 반 만에 우표첩을 받아볼 수 있었다. 1인당 1부만 살 수 있는 귀한 우표첩을 갖게 된 행운의 주인공이 된 거다. 광화문우체국은 이날 우표첩 90부를, 구미우체국은 18부를 판매했다. 오랜 시간을 기다렸지만 한 끗 차이로 현장구매에 실패한 번호표 91번, 19번 이후부터는 서둘러 예약신청서를 작성하느라 바빴다.


9. 우체국 한 켠에 비치된 기념도장까지 예쁘게 찍고 우체국을 나왔는데 세상에나. 줄이 더 길어졌다. 오전 9시가 넘어 뒤늦게 광화문우체국을 찾은 한 시민이 받아간 번호표 숫자는 300을 넘겼다. 구미우체국에도 줄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 '박티칸시티'에서도 이니굿즈를 사러 줄을 서다니 마냥 놀랄 따름이었다.

10. 우정사업본부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 기념우표첩 3만 2000부가 17일 발행 당일 모두 팔렸다. '이니굿즈' 완판 행렬이 '우표'에서도 이어진 거다. 기념우표도 500만장 가운데 464만1000장이나 판매됐다. 이쯤되면 '진정한 창조경제'란 소릴 들어도 어색하지 않을 만한 '이니굿즈' 열풍. 우표에 이은 다음 굿즈는 뭐가 될까. 뭐가 됐든 제발 수량이 넉넉하길, 많은 대통령 덕후들이 바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