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약정할인율 인상' 이통사 딜레마

정부가 내달 15일부터 선택약정할인율 25% 상향을 강행키로 하면서 이동통신사들이 소송 여부를 놓고 갈림길에 섰다.


선택약정할인율 상향을 강행할 경우 행정소송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었지만 소송을 제기할 경우 여론 후폭풍 등 예상되는 반작용에 대한 부담이 적지않다. 반면 할인율 상향을 그대로 수용할 경우 주주들의 배임 소송 제기 가능성이 있을 뿐 아니라 정부가 사실상 요금 인하를 강제하는 선례로 이용될 것이라는 점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딜레마에 빠졌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다음달 15일부터 '지원금에 상응하는 요금할인제도' 요금 할인율을 현행 20%에서 25%로 상향해 시행한다는 행정처분 공문을 이동통신 3사에 18일 전달했다. 이에 따라 9월 15일부터 선택약정할인으로 이동통신서비스에 가입한 소비자들은 매달 요금의 25%를 할인 받는다. 이는 지난 6월 22일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발표한 통신비 절감 대책 중 하나다.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는 대형로펌에 의뢰해 선택약정할인율 상향정책에 대한 법률적 검토를 진행하는 등 행정소송을 준비해왔다. 특히 '지원금에 상응하는 요금할인'이라는 선택약정할인 제도 도입 취지와 달리 정부가 인위적으로 이동통신요금 인하에 이용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현재 지원금을 요금할인으로 환산할 경우 15% 수준에 그친다. 현재 약정할인율이 20%인데 비해 과기정통부 장관이 임의로 5%를 가감할 수 있다는 고시 규정도 지나치게 넓은 재량권이라는 지적이다. 할인율 재산정 시점이나 적용 대상 등에 대한 구체적인 규정이 없는 제도적 허점 때문에 언제든 자의적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점도 문제다. 이통사들은 이를 토대로 소송전에 들어갈 경우 이길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법률적 검토를 마친 상태지만 소송카드를 쉽사리 결정하지 못하는 것은 후폭풍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정권 초기 새 정부의 정책에 공식적으로 반기를 드는 데 따른 부담에다 부정적인 여론에 대한 부담도 적지 않다. 정부는 이미 이통사들을 전방위적으로 압박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담합 조사에 나선 데다 방송통신위원회도 약정할인 관련 현장 조사를 실시했다.


새 정부의 통신정책이 국민들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는 점도 업계를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여기에 과기정통부가 기존 가입자에 대한 소급적용에 대해 공식적으로 행정처분 결정에 넣지 않은 것도 소송 고민에 더해지고 있다.

정부는 소송에 돌입할 경우를 대비해 이통사에 사전처분 공문을 보내고 의견서를 받는 절차를 거친데다 소급적용을 정책으로 강제하지 않았다. 신규가입자만 우선 적용할 경우 당장 이통사 매출에 미치는 영향은 예상보다 훨씬 적어진다. 현재 선택약정할인제도를 이용하는 소비자는 1400만명으로 매달 평균 60~70만명이 악정기간이 만료돼 재가입하고 있다.

반면 선택약정할인율 상향안을 그대로 수용하는 것도 쉽지 않은 선택지다. 정부는 선택약정할인율 상향이 자리잡을 경우 요금할인 규모가 연간 1조원 가량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즉, 이통사 입장에서는 연간 1조원대 매출이 감소하는 셈이다.

이통사 관계자는 "매출 영향이 지대할 것이 뻔한 상황에서 아무 조치를 하지 않으면 경영진들이 주주들에게 배임 소송을 당할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또 통신비 절감 대책 중 보편 요금제, 알뜰폰 도매대가 인하 등 추가 정책이 남아있어 첫 정책에 대한 대응이 중요한 데다 향후에도 선택약정할인율을 이용한 사실상 요금 인하 정책이 남발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할 경우 일반적으로 결과가 나오기까지 1~2주 정도가 소요되는 것을 감안하면 이달말까지는 소송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이통사 관계자는 "공식적인 통보를 받은 만큼 내용에 대해 꼼꼼히 검토해서 소송 여부 등 대응 방침을 신중하게 결정할 방침"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