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충제 계란]'컨트롤타워' 총체적 난국…문정부 능력 시험대

머니투데이

세종=민동훈 기자

이낙연 국무총리가 19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농림축산식품부를 방문해 '살충제 계란' 후속조치 상황 점검을 하고 있다./사진=뉴스1

살충제 계란 파동을 계기로 먹거리 안전에 대한 정부의 미숙한 대응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정부는 마음이 급해 실수를 남발했고 그 사이 소비자는 불안에 떨어야 했다.

정부의 먹거리 행정에 대한 신뢰도가 바닥에 떨어졌다. 근본적인 대책 마련과 함께 신뢰 회복이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이는 문재인정부의 문제 해결능력 시험대도 될 수 있다.

'부실조사' 420개 농장 재조사, 소비자 혼란만 가중=20일 농림축산식품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 등에 살충제 계란 전수 검사가 부실하게 이뤄졌다는 지적에 따라 19일부터 전국 12개 시도 420개 농장을 대상으로 농약잔류검사를 다시 진행하고 있다.

검사에 필요한 표준 시약을 확보하지 못한 일부 지자체들이 일반농장 일제 전수 검사에서 식약처가 규정한 살충제 27종 중 일부 항목을 누락한 것으로 확인된 까닭이다. 이에 따라 지금까지 확인된 49개 농장에 더해 '살충제 계란' 농장이 추가로 확인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앞서 지난 16일에도 '무작위 샘플조사'라는 시료 채취 지침을 어기고 농장주인에게 조사용 계란을 준비시켜 수거하거나 시료 부족을 이유로 일부 농약성분에 대한 조사를 빼먹는 사례가 발생해 121개 농장에 대한 재조사가 이뤄지기도 했다. 재조사결과 2개 농장에서 살충제 성분이 발견됐다.

정부 전수조사의 부실 가능성은 애초에 제기됐다. 불과 3일만에 1239개 농가에 대한 전수조사 결과를 내놓겠다고 밝힌 것부터가 무리였다는 지적이다.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과 지자체 동물위생시험소 등 검사기관이 총동원 됐지만 기한 내에 맞추는데 급급한 나머지 오류와 혼란이 이어졌다는 지적이다.

◇'정정에 또 정정' 우왕좌왕 주무부처=살충제 계란 사태를 조기에 수습해야 할 주무부처들은 가장 기본적인 발생농장 명단과 통계 수치마저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우왕좌왕했다. 부적합 판정 농가 숫자를 틀려 정정하는가 하면, 적합판정을 받은 농가를 부적합으로 발표하기도 했다. 언론과 홈페이지 등을 통개 공개한 농가명과 계란식별번호도 잘못 발표해 수차례 정정하는 촌극을 빚었다.

살충제 계란 사태로 정부의 친환경 인증 정책도 도마에 올랐다. 살충제 성분이 검출돼 부적합 판정을 받은 49곳 중 31곳이 친환경인증을 받은 곳으로 나타났다. 일반 농가(18곳)보다 오히려 친환경 농가에서 부적합 판정이 더 많았다.

친환경인증 농가 가운데 기준치를 넘지 않았지만 살충제가 조금이라도 검출된 곳도 37곳에 달했다. 그동안 친환경인증 마크를 보고 안전한 제품이라 생각하고 구입했던 신뢰가 깨졌다.

친환경인증뿐만 아니라 식품안전관리인증기준(HACCP·해썹) 등 먹거리 안전 인증제도도 구멍이 뚫렸다. 부적합 판정을 받은 농장 가중 29곳(59%)이 HACCP 인증을 받은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유통 대기업들이 자랑해 왔던 자체 유해관리 시스템도 허점은 마찬가지였다. 이마트 (60,500원 ▼700 -1.14%), 롯데마트, 홈플러스 등 대형마트와 CJ제일제당 (335,000원 ▲3,000 +0.90%) 등 대형 식품기업과 거래하는 농가에서도 살충제 성분이 잇달아 검출된 것이다. 결국 정부와 농가, 대기업 등 어느 한 곳도 계란의 안전성을 담보하지 못했다는 얘기다.

◇친환경 동물복지 사육으로 '대전환' 시급=살충제 계란 사태 재발 방지를 위해선 친환경 동물 복지농장 확대를 포함한 축사 환경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그동안 국내 양계산업의 경우 생산성의 극대화를 꾀하면서 절대 다수의 농가가 공장식 밀집 사육을 하고 있다.

동물보호단체 관계자는 "국내 알 낳는 닭 사육장의 99%를 차지하는 공장식 축산과 감금틀 사육을 폐지하는 것이 AI는 물론 살충제 계란 사태의 근원적 해법"이라고 주장했다. 문제는 수익성을 걱정하는 양계업자의 반발로 사육환경 개선이 쉽지 않다는 데 있다.

이러한 반발을 해소하기 위해선 총제적 문제가 드러난 친환경 인증 시스템의 개편이 선행돼야 한다. 다소 비싸더라도 믿고 구입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춰야 농가들의 자발적인 사육환경 개선을 유도할 수 있을 것이라는 얘기다.

정부는 현재 난립해 있는 64개 민간업체를 통폐합하는 등 친환경 인증체계 개편하고 친환경 농산물 인증 업무를 담당하다 퇴직한 뒤 민간업체에 재취업한 이른바 '농피아' 방지 대책도 병행하기로 했다.

이와 관련 김영록 농식품부 장관은 "장기적으로 케이지 사육을 평사가 있는 동물복지 시스템으로 전환하고 농장 사육환경표시제도 도입하는 등 산란계 농장의 축사 환경을 개선하겠다"며 "이 기회에 친환경 축산물 문제도 전반적으로 손보겠다"고 말했다.

계획보다 중요한 건 이행하는 것이므로 정부가 어느 정도 의지를 갖고 실천을 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일정 정도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 과정에서 시간도 적지 않게 걸릴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