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얼굴 볼 수 있다니" 삼성 '착한 VR' 시각장애인 눈 밝혔다

릴루미노 독서모드 적용시 효과를 보여주는 이미지. /사진제공=삼성전자

"엄마? 엄마 맞나? 엄마가 보이네? 진짜 신기하다."


아이의 반응에 아이 엄마는 깜짝 놀라 웃다가 연신 눈물을 닦았다. 한빛맹학교 김의찬군(가명)과 그의 엄마다. 김군은 시력이 '0'인 전맹과 달리 빛을 인식하고 사물을 뿌옇게 본다. 평소 3m 앞의 엄마 얼굴을 못 알아보던 김군이 삼성전자 사내벤처 육성 프로그램 C랩(크리에이티브랩)에서 만든 '릴루미노'를 쓰자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났다.

삼성전자 (77,600원 ▼2,000 -2.51%)가 20일 시각장애인용 시각 보조 애플리케이션 '릴루미노'를 무료 공개했다. 이 앱은 이날부터 오큘러스 스토어에서 무료로 다운받을 수 있다. 갤럭시 S7 이후 스마트폰에 다운받아 기어 VR을 사용해 구동한다.

릴루미노는 굴절장애·변시증·백내장 등으로 시각장애를 겪는 이들에게 뿌옇게 보이는 글자나 사물을 이미지 처리해 인식하기 쉬운 형태로 바꿔준다. 중앙대병원과 공동 실시한 임상시험 결과 릴루미노를 활용하면 최대 교정시력이 0.1인 시각장애인의 시력이 0.8~0.9까지 향상됐다.

윤곽선 강조나 색 밝기 조정, 색 반전, 화면색상필터 기능은 백내장이나 각막혼탁 등의 질환으로 시야가 뿌옇거나 빛 번짐이 있는 굴절장애와 고도근시를 겪는 시각장애인에게 도움이 된다.


섬 모양으로 일부 시야가 결손된 암점과 시야가 줄어든 터널시야를 가진 시각장애인을 위한 이미지 재배치 기능도 있다. 암점으로 보이지 않는 부분은 주변 시야에 배치하고 중심부만 보이는 터널시야는 보이지 않는 주변 시야를 중심부에 축소 배치해 비교적 정상적으로 볼 수 있도록 이미지를 보여준다.

기존 시각보조기기 가격이 1000만원에 달하는 데 비해 '릴루미노'는 성능이 비슷하면서도 10만원 안팎의 VR 기기로 이용할 수 있다.

15년차 개발자로 첫 아이디어를 낸 조정훈 팀장을 포함해 3명의 '릴루미노' 팀은 올해 2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세계 최대 이동통신 전시회 MWC에서 릴루미노를 공개해 큰 호평을 받았다. 릴루미노는 지난해 5월 C랩 과제로 선정됐다.

C랩 과제는 보다 많은 지원자에게 기회를 주기 위해 원칙적으로 1년 동안 진행되지만 삼성전자는 '릴루미노'를 1년 더 지원하기로 했다. 릴루미노 팀은 시각장애인들이 일상생활에서도 사용할 수 있도록 VR 형태를 안경 형태의 제품으로 개발할 계획이다.

이재일 삼성전자 창의개발센터 상무는 "릴루미노는 전세계에서 2억4000만명에 달하는 시각장애인들의 삶을 바꿔줄 '착한 기술'"이라며 "후속 과제에 대한 지원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C랩 '릴루미노' 팀의 조정훈씨가 시각장애인들이 사물이나 글자를 보다 뚜렷이 볼 수 있게 보조해 주는 애플리케이션 '릴루미노'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제공=삼성전자<br>

◇ 삼성전자 C랩 총 180개 과제 수행…25개 스타트업 창업 = C랩은 삼성전자가 창의적인 조직문화를 확산하고 임직원들의 아이디어를 발굴하기 위해 2012년부터 도입한 사내벤처 육성 프로그램이다.

IoT(사물인터넷), 웨어러블, VR 같은 IT분야뿐 아니라 '릴루미노' 같은 사회공헌 과제도 선정해 지원한다.

현재 진행되는 과제까지 총 180개 과제를 수행했다. 참여 임직원은 750명에 달한다.

2015년부터 C랩 과제 중 사업화 가능성이 높은 과제는 임직원들이 독립해 스타트업을 설립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25개 C랩 과제가 스타트업으로 독립했다.

이중 산업 건축용 진공 단열 패널을 설계·생산하는 '에임트'(AIMT)는 40억원 규모의 해외 투자를 유치했다. 허밍으로 작곡하는 앱을 개발하는 '쿨잼컴퍼니'(COOLJAMM company)는 최근 세계 3대 음악 박람회 '미뎀랩 2017'에서 우승하면서 경쟁력을 인정받았다.

점착식 소형 메모 프린터로 올해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최대 가전전시 CES에서 최고혁신상을 수상한 '망고슬래브'는 스타트업으로 독립한지 1년만에 양산 제품을 생산해 오는 9월 본격적인 판매를 앞두고 있다.

'망고슬래브'는 지난해 6월 창업해 현재 14명으로 인력이 3배 이상 늘었다. 20대부터 50대까지 다양한 세대가 근무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