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자대결' BNK금융 회장 선임을 둘러싼 3색 갈등

왼쪽부터 박재경 BNK금융 회장대행, 김지완 전 하나금융지주 부회장

문재인 정부 금융권 인사의 시금석이 될 BNK금융그룹 회장 후보 선정이 진통을 겪고 있다. 박재경 BNK금융 회장대행과 김지완 전 하나금융지주 부회장이 팽팽한 접전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양자구도를 두고 3가지 해석이 나온다.


첫째는 내부 인물과 낙하산 인사간 대결구도다. BNK금융 회장은 2011년 BS금융지주(현 BNK금융지주) 설립 이후 부산은행 행원 출신이 맡아왔다. 2011년 3월부터 2013년 8월까지는 이장호 전 회장 겸 부산은행장이, 2013년 9월부터 지난 16일까지는 성세환 전 회장 겸 부산은행장이 조직을 이끌었다. 박 회장대행은 1981년 부산은행에 입행해 지금까지 BNK금융에서 일해왔다.

반면 김 전 부회장은 외부인사일 뿐만 아니라 노무현 전 대통령과 같은 부산상고 출신으로 지난 대선 때 문재인 대통령 캠프에 경제 고문으로 참여했다는 이력으로 낙하산 인사라는 의혹을 받고 있다. 특히 노무현 정부 출범 후 현대증권 사장을 지내면서 참여정부 인사들과 관계를 형성해온 것으로 알려지면서 낙하산 인사설이 증폭됐다.

둘째, BNK금융 내 부산상고 출신과 비 부산상고 출신간 권력다툼이다. 김 전 부회장은 부산상고, 박 회장대행은 마산상고 출신이다. BNK금융의 전통적인 주류는 부산상고 출신으로 이장호 전 회장 때까지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하지만 부산 배정고와 동아대를 졸업한 성 전 회장이 취임한 후 부산상고 출신들은 예전만큼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BNK금융 한 관계자는 “전통적으로 부산은행은 부산상고 출신이 주류였다”며 “성 전 회장의 동아대 동문 중 부산상고 출신 임원이 있긴 하지만 동아대는 예전에 부산에 있는 야간대학 가운데 상고 졸업 은행원들이 가장 많이 찾는 대학이었기 때문에 부산상고 동문과 결속력을 비교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번에 회장직에 도전했다 탈락한 임영록 전 BS금융지주 사장과 이정수 전 BS저축은행 사장 등이 대표적인 부산상고 출신 임원들이었다. 임 전 BS금융 사장은 이장호 전 회장이 물러날 때 성세환 전 회장과 함께 차기 회장 후보로 유력하게 지목됐던 인물이기도 하다. 현직 부산은행 부행장 및 계열사 대표 중에서는 오남환 부산은행 부행장, 성명환 BNK신용정보 대표, 김승모 BNK저축은행 대표 등이 부산상고 출신이다.

금융업계 한 관계자는 “부산상고 동문이 남다른 결속력을 가진 만큼 현재 BNK금융 내 주요 부산상고 출신들 가운데 김 전 부회장을 밀고 있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셋째, 조직 안정과 조직 쇄신을 둘러싼 갈등이다. BNK금융 임원후보추천위원회(이하 임추위)에서 김 전 부회장을 지지하는 임추위원들은 박 회장대행이 시세조정 혐의로 구속된 성 전 회장의 최측근인 만큼 새 출발을 위해서는 외부인사를 수혈해 혁신을 꾀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조직 안정을 위해 내부 출신이 회장이 돼야 한다는 논리에 대해서는 이장호 전 회장이 2007년 부산은행장을 맡기 전 1999년부터 2006년까지 한국은행 출신 김경림 전 부산은행장과 심훈 전 부산은행장이 조직을 이끌면서 경영위기를 잘 극복했다는 점을 꼽는다.

이에대해 BNK금융 노조는 김 전 부회장이 만 71세의 고령이라는 점을 들어 쇄신과는 거리가 멀다고 지적한다. 조직 혁신이 목적이라면 좀더 젊고 참신한 인물이 적합하다는 주장이다. 김 전 부회장이 은행 경험이 없는 순수 증권맨 출신이라는 점도 문제로 제기한다. 보수적인 은행의 리스크 관리 문화에 적합하지 않다는 우려다. 김 전 부회장은 2012년 하나대투증권 사장(현 하나금융투자)에서 물러나기 전까지 38년간 증권업에만 종사해왔다.

김 전 부회장을 지지하는 임추위원들은 박 회장대행 역시 2007년 부산은행 경영기획본부 M&A(인수·합병)팀장 이후 주로 경영기획본부 내에서 전략을 담당했을 뿐 부장급 이후에는 은행 지점장 등 영업관련 부서에서 근무한 적이 없었다고 지적한다. 이에대해 BNK금융 노조 관계자는 “부산은행장이 따로 있는 만큼 회장이 은행 영업까지 알 필요는 없고 리스크를 잘 관리하고 전략을 아는 내부 출신이 조직을 잘 이끌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