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대법원장 지명 '임박'…박시환 수락할까?

대법원 청사 전경 / 사진제공=뉴스1

박시환 전 대법관 / 사진=머니투데이DB

"여전히 박시환 전 대법관이 가장 유력한 대법원장 후보다. 대안이 없다." 서울지역 한 판사의 얘기다. 일찌감치 유력한 후임 대법원장 후보로 꼽혀 온 박시환 전 대법관(64·사법연수원 12기)이 청와대에 고사의 뜻을 전했지만 결국 '삼고초려' 끝에 지명되는 수순을 밟지 않겠느냐는 관측이다.

양승태 현 대법원장의 임기는 다음달 24일로 끝난다. 퇴임식은 다음달 22일 열릴 전망이다. 그 전에 국회에서 인사청문 특별위원회가 구성되고 청문회를 거쳐 국회 본회의에서 대법원장 임명 동의안이 통과되려면 일정이 빠듯하다. 그만큼 청문절차를 무난히 통과할 수 있는 검증된 인물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박 전 대법관은 최근 사법연수원 동기인 문재인 대통령 측으로부터 대법원장 직을 맡아줄 것을 제안받았으나 이를 고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박 전 대법관이 현 정부가 원하는 성향을 정확히 갖춘데다 결격사유도 없다는 점에서 청와대가 박 전 대법관이란 카드를 쉽게 포기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게 법조계의 분석이다.

문 대통령의 사법연수원 동기인 박 전 대법관은 2004년 문 대통령과 함께 노무현 전 대통령의 탄핵심판 대리인으로 활동한 바 있다. 대법관 시절 김영란·김지형·전수안·이홍훈 전 대법관과 함께 참여정부 시절 진보성향 소수의견을 다수 내놓은 이른바 '독수리 5형제' 가운데 한명이다.


또 박 전 대법관은 1988년, 2003년 두 차례에 걸쳐 불합리한 사법관행에 항거하는 판사들의 집단행동(사법파동)의 중심에 섰다는 점에서 '사법개혁'이라는 시대적 과제를 수행하는 데 최적임자라는 평가도 받고 있다. 경남 김해 출신으로 호남 출신인 박상기 법무부 장관, 문무일 검찰총장과 지역이 겹치지 않아 지역 안배 문제에서 자유롭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

아울러 박 전 대법관은 이미 2005년 대법관에 취임할 당시 청문회에서 엄정한 인사검증을 거쳤다는 점, 대법관에서 퇴임한 이후에도 변호사로 활동하지 않고 법학전문대학원 전임교수로서 후학양성에 매진했다는 점에서도 청문회 통과에 문제가 없을 것으로 법조계는 보고 있다.

박 전 대법관이 끝까지 고사의 뜻을 굽히지 않을 경우 대안으로는 전수안 전 대법관(65·8기)과 김영란 전 대법관(60·10기)이 꼽힌다. 두 사람은 각각 국내 최초, 두번째 여성 대법관으로서 법조계 내의 유리천장을 뚫은 대표적인 인물들이다. 만약 이들 중 한 명이 새 대법원장으로 임명되면 '헌정 사상 최초의 여성 대법원장'이라는 새로운 타이틀을 거머쥐게 된다.

대한변호사협회가 대법원장 후보로 공개추천한 이들도 주목된다. 이인복 전 대법관(61·11기), 박병대 전 대법관(60·12기), 김용덕 대법관(62·12기) 등이 그들이다. 개혁 성향 인사로 꼽히지는 않지만 법원 안팎의 신망이 높은 데다 정통법관으로서 이력을 쌓아왔다는 점이 강점으로 꼽힌다. 이밖에 참여정부 시절 문 대통령과 함께 사법개혁을 추진했던 재야 출신 김선수 변호사(56·17기)도 후보군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한편 누가 신임 대법원장이 되든 그의 앞에는 간단치 않은 과제들이 놓여있다. 대표적인 과제가 사법개혁이다. 국회 헌법개정특별위원회(개헌특위)는 이미 판사 인사 등 법원 행정에 대한 권한을 사법부 외부 인사들을 중심으로 한 사법평의회에 넘기는 방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여기에 각급 법원 판사들의 모임인 '전국법관대표자회의'(판사회의)도 대법원장의 권한 축소를 요구하고 있다. 법원 내부에도 어려운 과제들이 산적해 있다. 10년 전에 비해 약 2배로 늘어난 상고심의 사건 적체를 해소하는 것도 새 대법원장이 떠맡아야 할 몫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 등이 피고인인 국정농단 사건이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피고인인 뇌물사건 등의 상고심도 새 대법원장의 손에 맡겨질 것으로 보인다. 사안의 복잡성과 사회적 파급효과를 고려할 때 이 사건은 결국 신임 대법원장이 이끌 대법원 전원합의체에 이르러서야 결론이 내려질 공산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