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경제'의 일본 공략…제조→서비스로 영역 확장

# 일본 도쿄 아키하바라의 한 주상복합건물에 위치한 중국의 숙박공유업체 투지아(途家) 일본법인. 사무실은 10명이 채 안 되는 인원이 근무할 정도로 작지만 투지아 앱은 1억8000만 명 이상이 다운로드할 정도로 인기다. 미국 에어비앤비의 최대 라이벌이라는 평가도 받았다.

# 중국 광동성에서 가족여행으로 일본을 찾은 텐하이방(田海浜)씨는 1일 도쿄역 인근의 씨트립 고객센터를 찾았다. 교토로 이동하기 전에 무거운 짐을 맡기기 위해서였다. 중국 최대 온라인 여행사 씨트립은 지난 1일 일본 내 첫 고객센터를 열었다. 지난해 일본을 찾은 중국인 여행객은 637만 명, 이 가운데 400만 명 이상이 씨트립을 이용했다.


중국의 ‘붉은 경제’가 일본 점령에 나섰다. 중국의 대표 정보통신(IT) 기업 알리바바가 일본의 간편결제 시장에 진출했고, 모바이크는 공유자전거 전도사를 자처하고 나섰다. 일본 제조기업 인수에 집중하던 중국 자본이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일본 시장에 깊숙이 침투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21일 “불안정한 중·일 관계 위험요인에도 중국의 ‘붉은 경제’가 일본에 밀려들고 있다”며 “올해가 일본에서 중국 경제가 급성장하는 이정표가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중국 기업들이 일본에 본격 진출한 시기는 2010년께다. 자금난에 허덕이던 일본 제조기업이 중국 자본의 표적이 됐다. 중국의 전기자동차 제조사 비야디(BYD)가 일본 오기하라의 자동차부품용 금형 공장을 인수한 시기가 2010년이다. 중국의 가전 유통업체 수닝은 2011년 일본 가전유통업체 라옥스를 사들였다.


중국의 대(對) 일본 직접투자는 2013년 이후 연간 3000억~5000억 엔 규모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는 4372억 엔(약 4조5590억 원)을 기록했다. 올 상반기에는 833억 엔으로 줄었다. 하지만 기업 인수 대신 일본의 소비자와 서비스시장을 직접 공략하는 제휴나 단독 진출 방식이 증가했다.

중국의 붉은 경제 그래픽. /사진=플리커

투지아와 일본 기업 라쿠텐의 제휴가 대표적이다. 양사는 지난 2일 제휴를 공식 발표하고 내년 1월부터 투지아의 온라인 사이트와 앱에서 라쿠텐의 숙박사업 ‘리풀 스테이’(Lifull stay) 상품을 판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리풀 스테이의 오타 무네카츠 사장은 “중국 숙박시장에서 압도적인 존재감을 가진 투지아와 함께 일본을 찾는 중국인 여행객을 공략할 것”이라고 말했다.

알리바바는 내년 초부터 ‘즈푸바오’(알리페이) 서비스를 시작한다. 중국에서만 5억 명 이상이 가입한 간편결제 서비스다. 아직 현금 결제를 선호하는 일본 시장에서 모바일 결제 돌풍을 일으킨다는 목표다.

알리바바의 금융자회사 앤트파이낸셜 일본법인의 오카 겐키 사장은 “현금 결제에 치중한 일본의 결제 문화를 바꾸고 싶다”면서 “올해 알리페이 가맹점을 5만 곳 이상으로 늘릴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달 22일에는 중국 1위 공유자전거업체 모바이크가 삿포로에서 서비스를 시작한다. 중국 부동산기업 완커가 인수한 싱가포르 물류회사 GLP는 2020년까지 일본 최대 규모의 초대형 물류창고를 건설할 계획이다.

중국 최대 전자업체인 화웨이는 50억 엔을 투자해 지바현 후나바시시에 대형 통신장비 공장과 연구시설을 설립한다. 이곳에서 생산된 제품은 소프트뱅크 등 현지 통신사에 판매된다.

니혼게이자이는 “중국 기업의 진출이 제조업에서 서비스업으로 확대된 건 중국의 경제권 자체가 일본에 상륙했다는 의미”라면서 “일본 정부와 기업은 팽창하는 중국 경제를 어떻게 대할 것인지에 대한 해답을 요구받고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