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위' 韓조선업의 그늘...일본보다 산재 사망자 4배 많아

조선업 세계 1위를 달리고 있는 우리나라가 연간 산업재해 사망자 수는 선진국의 3~4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4개월 사이 조선소에서 10명의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하는 등 후진국형 안전사고에 대한 대책은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21일 고용노동부의 산업재해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조선업 종사자 중 사망자 수는 31명으로 조사됐다. 우리나라와 조선업 경쟁국인 일본은 지난해 조선업 사망자는 7명(중앙노동재해방지협회: JISHA 기준)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 사망자 수가 4배 넘게 많은 것이다. 일본은 2015년에는 조선업에서 10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다른 선진국의 제조업 사망자수로 범위를 확대해도 우리나라 조선업 사망자수는 많은 편이다.

영국 보건안전처(HSE)에 따르면 지난해 영국 내 노동자 중 산업재해 사망자수는 총 99명, 이 중 조선업이 포함된 제조업 전체 산재 사망자수는 15명으로 우리나라의 절반이었다. 호주에서도 지난해 제조업 부문 산재 사망자 수는 3명에 불과했다.

조선강국 중 하나인 이태리의 경우도 제조업 부문 연간 산재 사망자수는 50명 선으로 조선업만으로 연간 25명 이상이 사망하는 우리나라에 비하면 규모가 적을 것으로 추정된다.


우리나라에선 지난 4년간 조선업체에서 작업중 발생한 사고로 숨진 사람 수가 매년 25명에 달한다. 특히 하청업체 근로자의 비중이 높다.

2013년에는 23명 중 20명이 하청업체 소속이었고 2014년에는 24명 중 22명, 2015년은 25명 중 20명이었다. 지난해에도 25명 중 18명으로 하청업체 노동자는 82%나 차지했다.

올해는 지난 5월 삼성중공업 조선소에서 크레인 충돌로 6명이 사망했고, 지난 20일 STX조선해양에서 특수도장 전문 하청업체 노동자 4명 등 총 11명이 사망했다.

국제노동기구(ILO)에 따르면 10만명의 노동자 당 사망자 수를 나타내는 지표에서도 한국은 6으로, 프랑스(3), 일본(2), 독일(1.6), 영국(0.4)보다 압도적으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이러한 사망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고용노동부에서 안전보건 특별감독을 실시하지만 안전불감증은 매년 반복된다는 점이다.

STX조선해양은 2011년에도 1년 사이 사망재해가 5건이나 발생해 특별감독을 받은 적 있다. 이듬해 창원지법으로부터 벌금 3000만원 및 대표이사 벌금 5000만원을 선고받았지만 이같은 수준의 처벌은 약하다는 게 업계의 지적이다. 지난해에도 STX조선에선 근로자가 추락사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업계 관계자는 "STX조선해양의 사고는 밀폐된 공간에서 작업할 경우 가스 잔량과 산소 농도 등을 체크해야 하는데 이같은 산업안전보건법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중대재해 발생시 회사 측에게 강력한 처벌을 내리지 않는한 사고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