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향한 중국의 분노'…FT, 中의 '사드 보복' 조명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인근의 항구에서 선적을<br> 기다리고 있는 차량들. /사진=블룸버그

"자동차 판매는 절반 이상 줄고, 슈퍼마켓 수십 곳이 문을 닫았다. 여행객은 70% 급감했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21일(현지시간) 한국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로 인한 중국의 경제보복 문제를 집중 조명했다.


중국의 ‘사드 보복’은 지난해 7월 시작됐다. 주한미군의 사드배치가 결정된 시기다. "중국의 안보를 위협한다"는게 이유였다. 롯데마트 등 한국 유통업체에 대한 중국 당국의 강도 높은 조사가 시작됐고 한국으로의 단체 여행객 송출이 중단됐다.

FT는 일부 전문가들은 중국의 경제보복이 단기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으나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이 장기화 되면서, 사드 보복에 노출된 한국 기업들의 손실도 크게 불어났다고 전했다.

현대자동차는 올해 상반기 중국 판매가 지난해 동기 대비 42% 급감했다고 밝혔다. 기아자동차는 54% 줄었다. 사드 보복 이전 현대차의 중국 판매는 전체 매출의 25%를 차지했다. 중국 상하이의 한 현대자동차 매장 관계자는 FT와의 인터뷰에서 “(현대·기아차의 중국 판매 급감은) 사드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국을 찾는 중국인 여행객은 지난 6월 66% 감소했다. 지난해 700만 명에 달하던 중국 여행객은 지난 3월까지 증가세를 유지했지만, 중국 정부가 여행사 제재에 나선 직후 급감하기 시작했다. 중국 최대 온라인 여행사 씨트립과 투니우는 “중국 당국의 한국 여행 제재는 여전히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한국 음악과 TV쇼 등의 제제도 진행 중이다. FT는 소식통의 말을 빌어 "최근 중국의 온라인 동영상 스트리밍 회사가 새로운 한국 쇼프로그램 구입을 시도했지만 결국 무산됐다"고 전했다.

화장품 회사 아모레퍼시픽은 지난해 매출의 30% 이상을 중국 시장에서 올렸지만 역시 타격을 입었다. 2분기 영업이익이 58% 급감했다. 익명을 요구한 중국 정저우의 한 화장품 수입상은 "사드 문제로 한국 화장품 수입을 그만뒀다"면서 "나는 애국자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롯데마트는 중국 내 99개 마트가 문을 닫았다. 이 가운데 87곳은 여전히 영업이 중단된 상태다.

중국의 강도 높은 경제보복에도 한국의 대(對) 중국 수출은 증가추세다. 올해 상반기 수출이 전년 동기 대비 12% 늘었다. 반도체 덕분이다. SK하이닉스는 2분기 매출의 3분의1 가량을 중국에서 올렸다.

CLSA증권의 폴 최 연구원은 "중국의 사드 보복은 소비재 분야에서는 제한적"이라며 "많은 중국 수출기업들에 한국 부품은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현대·기아차는 사드 이전 이미 중국 판매가 줄고 있었다"면서 "사드 문제가 이를 촉진시켰을 뿐"이라고 덧붙였다.

FT는 "북한의 최근 거듭된 미사일 시험 발사는 한국의 사드 배치 결정을 더욱 확고히 한다"며 "상황이 짧은 시간 내에 좋아지지 않을 것 같다"고 한 TV제작자의 말을 인용해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