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태풍' 비껴가 높아진 희소성…뉴타운 불패 '화룡점정'

지난 5월부터 8월 18일까지 이주를 진행한 수색9 재개발 구역 내에 공가 관리 관련 안내문이 걸려 있다./사진=배규민 기자

“매물이 하나둘씩 나옵니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매수 희망자들만 있었죠.” (서울 은평구 증산동 K공인중개소 대표)

‘8·2 부동산대책’ 발표 이후 서울 은평구 수색·증산재정비촉진지구(뉴타운)를 찾았다. 지난 6월 수색4구역 재개발단지인 ‘DMC롯데캐슬 더 퍼스트’는 분양 흥행에 성공했다. 1순위 청약접수에서 평균 경쟁률 37.98대1을 기록해 당시 올해 기준 서울 최고 경쟁률을 보였다. 3.3㎡당 평균 분양가가 1669만원으로 옆 동네 상암동의 전세가격으로 집을 장만할 수 있어 실수요자들의 관심이 높았다.


수색·증산뉴타운은 이제 개발이 본격화하는 서울 서북부지역의 대표 뉴타운 사업지다. 2005년 뉴타운으로 지정된 이후 12년 만에 속도를 내고 있다. 디지털미디어시티(DMC) 업무지구와 가깝고 디지털미디어시티역·수색역·증산역 등 지하철역을 끼고 있어 일반 실수요자뿐 아니라 투자수요자들의 관심도 높다.


6·19대책 이후 오히려 부동산시장이 호조세를 보이면서 웃돈도 급등했다. 웃돈은 1억5000만원을 넘어 2억원 중반까지 올랐다. 매물은 없고 대기수요자들은 수십 명에 달해 호가도 계속 뛰었다.
　
강력한 규제를 담은 8·2대책이 발표된 후 수색·증산뉴타운의 열기도 일단은 잠잠해졌다. 웃돈도 일부 조정되는 분위기다. 2억원에 달하던 웃돈이 1억원 중반으로 떨어진 물건들도 나오기 시작했다. 뉴타운 내 공인중개소 관계자들은 “지난달만 해도 집주인이 물건을 거둬들여 품귀현상이 심했는데 최근 들어 다주택자들이 매물을 하나둘씩 내놓는다”고 귀띔했다.

수색·증산뉴타운은 강남 재건축단지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8·2대책의 영향을 덜 받았다. 8·2대책에 따르면 ‘재개발 조합원 분양권 전매금지’는 개정안 시행 이후 처음으로 사업시행인가를 신청하는 조합부터 적용받는다. 다음달 관련법안을 발의하고 오는 12월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하지만 수색·증산뉴타운의 주요 단지들은 이미 상당부분 사업을 진행해 내년 2월 사업시행인가를 신청할 계획인 수색8구역 이외에는 영향권을 벗어났다.



다만 주택담보대출이 종전 60%에서 40%로 줄어들면서 자금조달에 차질이 생긴 수요자들은 당장 매수보다 관망하는 분위기가 짙다. 수색동 L공인중개소 대표는 “원래 대책이 발표되고 한두 달은 (매도·매수자 모두) 지켜보는 편”이라면서 “지금으로선 시장을 전망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대출규제 때문에 자기자본이 훨씬 더 많이 필요해졌다”면서 “내년 분양 예정인 사업지의 (조합원) 빌라는 최소 3억원 안팎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지금도 재개발이 진행되는 조합원 물건을 사려면 최소 1억5000만원, 보통은 2억원 중반에서 3억원은 필요하다.
　
수색·증산뉴타운 이주가 속속 진행되면서 이마트 수색점 건너편으론 빈집이 많다. 증산2구역은 이주가 진행 중으로 이달 말까지 완료할 계획이다. GS건설이 시공을 맡았고 최고 30층, 14개동, 총 1386가구 규모로 짓는다. 수색9구역은 지난 5월부터 이주를 시작해 이달 중 마무리할 계획이다. 최고 30층, 753가구 규모의 아파트로 탈바꿈한다. SK건설이 공사를 맡았다. 하반기 중으로 이주를 진행할 예정인 수색6구역에도 1223가구(시공사 GS건설)의 대단지 아파트가 들어선다. 내년에는 2개 구역에서 분양이 이뤄질 계획이다. 증산5구역은 지난 5월 롯데건설을 시공사로 선정하고 이후 단계를 밟고 있다.
　
수색·증산뉴타운은 2020년을 기점으로 고층의 대단지 주거지로 점점 바뀌게 된다. 첫 분양 사업단지인 ‘DMC롯데캐슬 더 퍼스트’의 입주는 2020년 6월 예정이다. 개발이 완료되면 이곳에 총 1만3019가구가 들어설 전망이다.
　
시장 전망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기대감도 나온다. 오히려 소규모인 도시재생에 주력하는 현 정부에서 반사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앞으로 당분간 강남 재건축단지뿐 아니라 서울 도심 내 대단지 재개발·재건축 지정 및 사업진행이 쉽지 않고 그럴 경우 대규모 뉴타운에 대한 희소가치가 점점 더 높아질 것으로 기대한다.
　
수색동 K공인중개소 관계자는 “재개발단지는 5년 이상을 보고 투자를 생각하기 때문에 변동 가능성이 큰 정부 정책에 곧바로 반응하지는 않는다”면서 “아마 자금력이 부족하거나 양도세 부담을 느끼는 다주택자는 고민하겠지만 전체적인 분위기가 매물을 한번에 내놓거나 가격이 급락하는 등의 시장 변화는 일어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