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은행권, 편법대출 자체점검하라"

머니투데이

주명호 기자

금융당국이 강화된 대출규제를 회피하려는 편법적 대출행위를 파악하기 위한 현장점검 준비에 착수했다. 우선 시중은행들에게 자체적인 점검를 지시한 후 이를 토대로 9월 중순쯤 본격적인 현장점검에 돌입할 계획이다. 지속적인 대출리스크 관리로 전반적인 가계대출 증가세는 둔화됐지만 신용대출 및 자영업자대출 증가폭은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22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시중은행들이 편법 대출과 관련한 자체점검을 실시해 9월 첫주까지 결과를 제출하도록 요청할 계획이다. 받은 결과를 검토해 편법대출이 의심스러운 은행에 대해서는 바로 현장점검에 들어갈 방침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9월초에 가계대출 종합대책이 발표되는 만큼 각 은행 검사부가 자체적으로 점검할 수 있는 기간을 충분히 주려 한다"며 "받은 결과를 2~3일 정도 검토 후 곧바로 대상을 선정해 현장점검에 나설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달 들어 시중은행들의 신용대출은 빠른 속도로 증가했다. 5대 은행(신한·KB국민·KEB하나·우리·NH농협)의 8월 신용대출 증가액은 지난 16일 5882억원으로 집계돼 1조2951억원 증가한 지난 5월과 맞먹는 증가세를 보였다. 이에 8·2 부동산 안정화 대책에 따른 LTV(담보인정비율)·DTI(총부채상환비율) 규제 강화로 주택담보대출(이하 주담대)을 받기 힘들어지면서 신용대출이 부풀어 오를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 개인사업자대출 역시 올해 상반기 20조3000억원 증가해 지난해 같은 기간 15조6000억원보다 4조7000억원 더 많이 불어났다.

이에 따라 금감원은 신용대출과 자영업자대출이 대출리스크 및 대출규제 강화를 회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되는 지 여부를 철저히 살피기로 했다. 진웅섭 금융감독원장은 전날 열린 간부회의에서 "강화된 LTV·DTI를 회피할 목적으로 신용대출이나 개인사업자대출을 부추기는 금융회사에 대해 현장점검 등으로 엄중대처하겠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신용대출 취급 전후로 주담대 대출을 받았을 경우 LTV 산정때 신용대출이 적용됐는지, 개인사업자대출이 사업자금 용도가 아닌 주택구입으로 쓰였는지 여부 등 편법대출 관련 기준 항목을 만들어 시중은행에 전달할 방침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구체적인 항목 및 점검방식이 결정되는대로 은행에 통보해 자체점검을 진행토록 하겠다"며 "실제 편법 사례가 얼마나 만연한지는 현장점검을 통해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