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명숙 전 총리 만기출소, 엇갈린 정치권 반응(종합)

한명숙 전 국무총리가 23일 새벽 경기 의정부교도소에서 2년간의 수감생활을 마치고 만기 출소해 지지자들에 둘러사여 출소 소감을 밝히고 있다. 한 전 총리는 지난 2015년 8월 20일 한만호 전 한신건영 대표로부터 불법 정치자금 9억여 원을 받은 혐의로 대법원에서 징역 2년을 확정받아 복역했다. 2017.8.23/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소도 재판도 잘못 됐다.” VS “헌법과 법치주의 근간을 흔드는 발언이다.”

23일 새벽 한명숙 전 국무총리가 의정부교도소에서 2년 간의 수감 생활을 마치고 출소한 데 대한 여야의 엇갈린 반응이다.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억울한 옥살이였고, 이명박 정권에서 일어난 정치보복이었다"고 한 반면 자유한국당은 ”민주당 중진의원들이 대거 나가서 마치 독립투사인 것처럼 맞이했다"고 비판했다.


한 전 총리는 출소 직후 지지자들 앞에서 “짧지 않았던 2년 동안 정말 가혹했던 고통이 있었지만 새로운 세상을 드디어 만나게 됐다"고 소감을 밝혔다.

여당 의원들은 일제히 한 전 총리를 반겼다. 추미애 민주당 대표는 이날 오전 당 최고위원회에서 “그분의 진실과 양심을 믿기에 매우 안타까웠다"며 "그동안 인고의 세월을 묵묵히 견뎌 내시고 가족 품으로 돌아온 걸 위로드리고 환영한다"고 말했다.

우원식 원내대표도 "진실이 밝혀지는 날이 빨리 있었으면 좋겠다"며 "한 전 총리가 억울한 옥살이라고 이야기했고 그 무고함이 밝혀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것"이라고 했다.


교도소를 직접 찾은 문희상 의원은 "(한 전 총리가)할 일이 생기면 반드시 그 몫을 다할 거라고 생각한다"며 "한 전 총리는 글자 그대로 이 시대를 치열하게 살았던 현대사 질곡의 증인 같은 분"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이날 논평에서 "한 전 총리에 대한 2번째 재판은 검찰의 기소독점주의와 더불어 잘못된 재판이라는 점을 만천하에 보여준 사건"이라며 “사법정의가 바로설 수 있는 나라를 만들어나가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야당은 즉각 반발했다. 한국당은 "더불어민주당에서 헌법과 법치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위험한 발언이 나오고 있다"고 비판했다. 강효상 대변인은 "민주당은 '기소도 재판도 잘못됐다'는 식의 발언을 했는데 이에 대해 심각하게 우려하는 의견이 있었다"며 "헌법과 법치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굉장히 위험한 발언"이라고 지적했다.

김동철 국민의당 원내대표도 "사법부 독립을 침해하는 무책임한 발언"이라고 여당을 비판했다. 그는 "우리 사회는 지역, 이념, 계층, 세대 등 수많은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된다"며 "이로 인한 갈등이 갈수록 심각하다. 그럼에도 우리 사회가 최소한의 안정을 유지하는 이유는 사법부에서 이런 분열, 갈등이 최종적으로 조정되고 해결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주호영 바른정당 원내대표는 여당을 향해 "정말로 한 전 총리의 재판이 잘못된 것이라 믿는다면 국정조사를 제안해 달라"고 말했다. 그는 "(여당 얘기만 들으면) 한 전 총리는 죄가 없는데 권력의 작용으로 혹은 사법부의 잘못된 판단으로 기소가 되고 유죄가 된 것처럼 읽혀진다"며 "만약 민주당 지도부 말이 사실이라면 국정조사라도 해서 억울함을 밝혀야 할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여당의 지도부가 삼권분립 체제 하에서 대법원의 판결까지 부정하는 이 웃지 못할 일을 그냥 두고 볼 수 없다"고 했다.

한편 민주당 안팎에선 한 전 총리가 당분간 정치적 활동을 자제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대법원 확정 판결까지 난 사안에 대해 적극적인 입장을 밝힐 경우 정권에 부담이 될 수 있어서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한 전 총리가 정치활동을 재개해 친노나 친문 세력이 결집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란 분석이 당 일각에서 나온다"면서도 "정권 초기이기 때문에 국정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서라도, 한 전 총리가 무리해서 정치 활동을 하면서 자신의 입장을 적극 밝히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