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전기 만드는 '실'…'배터리 없는 휴대폰' 등 응용분야 무궁무진

티셔츠에 트위스트론 실을 꿰매서 삽입하고 호흡에 반응하는 자가구동 센서를 만들었다. 사람이 트위스트론 실로 꿰맨 티셔츠를 입고 호흡을 할 때마다 가슴의 넓이가 변화되는 것을 이용하여 전기 에너지가 발생된다. 이를 측정하여 호흡의 크기, 주기 등을 실시간으로 센싱할 수 있다/사진=한양대

숨을 쉴 때 티셔츠가 늘었다 줄었다를 반복하는 매우 작은 신축성만으로도 전기를 생산할 수 있는 최첨단 실이 국내연구진에 의해 개발됐다.

김선정 한양대 전기생체공학부 교수팀은 수축·이완·회전할 때 전기에너지를 저절로 생산하는 ‘실’을 개발했다고 25일 밝혔다.

코일 형태인 트위스트론 실의 주사전자현미경 사진/사진=한양대

컴퓨터는 전원을 연결해야 사용할 수 있듯이, 인공근육은 에너지를 외부에서 공급해야만 움직일 수 있어 활용에 제한이 있었다. 이번 연구는 인공근육이 자체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에너지를 생산·구동할 수 있다면 더 많은 활용 가능성이 있을 것이라는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 사람의 근육을 대신할 인공근육은 1950년 pH(수소 이온 농도 지수) 변화에 따라 수축현상을 일으키는 인공섬유가 개발된 이래 지금까지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이번 연구는 인공근육 재료의 실을 이용해 전기화학적인 방법으로 전기 에너지를 생산한 것이다.

연구팀에 따르면 탄소나노튜브를 꼬아서 과도하게 꼬인 고무밴드와 같은 코일 형태의 ‘트위스트론 실’을 제조했다. 트위스트론 실은 사람의 머리카락보다 직경이 1만배나 작은 탄소나노튜브로 만들었다.

이 실을 전해질 속에서 잡아당기면 꼬임이 증가하면서 밀도는 증가하고 내부표면적은 감소된다. 그 결과 전하를 저장할 수 있는 전기용량이 감소하고 전기용량 변화량만큼 전기에너지를 생산하게 된다.


트위스트론 실은 19.2밀리그램(mg)만으로 2.3볼트(V)의 초록색 LED 전등을 켤 수 있다. 이 실은 초당 30회 정도의 속도로 수축·이완할 때 킬로그램(kg)당 250와트(W)의 전력을 생산할 수 있다. 이뿐 아니라 트위스트론 실로 꿰맨 티셔츠는 호흡의 크기, 주기 등을 실시간으로 센싱할 수 있다.

연구팀은 파도나 온도변화를 활용해 트위스트론 실이 스스로 전기 에너지를 생산하는 실험을 실시, 에너지 하베스터로서의 응용가능성을 입증했다.

에너지 하베스터는 열, 진동, 음파, 운동, 위치에너지 등 주변에서 일상적으로 버려지거나 사용하지 않는 작은 에너지를 수확해 사용가능한 전기에너지로 변환하는 장치를 말한다.

동해 경포대 바다에서 실험한 장치 모식도와 실험 사진/사진=한양대<br>

연구팀에 따르면 우리나라 동해 해변 경포대에서 트위스트론 실에 풍선을 매달아 바닷물 속에 직접 넣으면 파도가 칠 때마다 실은 풍선에 의해 25%까지 수축이완 되면서 전기에너지가 생산됐고, 공기 중 온도변화로 움직이는 나일론 인공근육과 트위스트론 실을 연결해 나일론 인공근육의 기계적 운동에 의해 트위스트론 실이 전해질 내에서 전기 에너지가 저절로 생산되는 결과를 보여줬다.

또 트위스트론 실로 꿰맨 티셔츠를 입고 호흡할 때 마다 실의 신축 변화에 의해 생성되는 전기적 신호를 검출, 외부에서 전원공급이 필요없는 자가구동 센서로써의 가능성도 보여줬다.

김선정 교수/사진=한양대

김 교수는 “기존 배터리와는 달리 반영구적으로 무제한 전기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는 트위스트론 실은 해양에서의 대량 전기 생산, 휴대폰 및 드론(소형 무인기)에 연속적 전원공급 등 다양하게 응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성과는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지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