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수교 25주년 '냉랭한' 중국… 변화조짐 관측도

문재인 대통령이 6일 (현지시간) 독일 베를린 인터콘티넨탈 호텔에서 열린 한-중 정상회담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악수를 하고 있다. (청와대 페이스북) 2017.7.6/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24일 한중 수교 25주년을 맞았지만, 중국 현지에선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여파가 완연하다. 한국 언론들이 수교 25주년의 의미를 되새기는 기사를 쏟아내고 있는 데 비해 중국에서는 관련 보도가 거의 나오지 않고 있다. 기념행사 역시 최소한 예의를 갖추는 선에 그치고 있다. 하지만 관영언론인 환구시보가 한중 관계의 미래 지향적인 해법을 강조하는 사평을 싣는 등 변화의 조짐이 보인다는 관측도 나온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는 이날 한중 수교 25주년과 관련한 논평을 내지 않았다. 전날 있었던 중국 대외우호협회 주관 수교 기념행사 소식만 동정 형식으로 간단히 보도했다. 인민일보의 중문·영문 자매지인 환구시보와 글로벌타임스를 제외하고는 다른 매체들도 거의 한중 수교 25주년 기사를 다루지 않았다. 바이두 신랑망 등 중국 주요 포털 뉴스 사이트에서도 관련 기사는 찾아보기가 어렵다.

이날 아침 이뤄진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 국가 주석간의 수교 25주년 축하메시지 교환도 국영 통신사인 신화통신조차 이날 오후까지 관련 보도를 하지 않았다. 중국 외교부 홈페이지에도 이 소식은 게재되지 않았다. 축전 교환 등 최소한의 격식은 차리되 적극적으로 의미를 부여할 의향이 없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런 분위기는 전날과 이날 양국 정부가 따로 개최한 기념식에서도 읽혔다. 전날 중국 측이 주최한 기념식에는 중국 외교부장 등 현직 주요 인사가 아닌 전국인민대표회의(전인대) 부위원장이 주빈으로 나섰다. 초청된 한국 측 인사가 40여 명, 중국 측이 60여 명 등 총 100여 명 수준에 불과해 25주년 기념행사로는 초라했다.

이날 주중 한국대사관 주최로 열리는 수교 25주년 행사에도 완강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부주석이 중국 측 주빈으로 참석한다. 정협은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국회격) 정책자문기관격이다. 정협 부주석은 장관급보다 서열은 더 높지만 역시 한중 외교 현안과는 거리가 있는 자리다. 완강 부주석은 특히 공산당 일당독재 국가인 중국의 기타 정당 중 하나인 치공당의 중앙주석이다. 격은 높이더라도 실질적인 의미를 부여하기 힘든 인사를 주빈으로 보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중국이 한중 수교 25주년을 계기로 출구를 모색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시 주석이 축하메시지에서 "한중 관계를 매우 중시하고 있다"며 긍정적인 신호를 보냈고, 강성 논조로 일관하던 관영 환구시보도 이날 사평에서 '차선'을 언급했기 때문이다.

환구시보는 이날 '사드가 영구적인 변곡점이 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라는 제목의 사평에서 "사드 충격 이래 한중 관계는 고위급이 소통하고 무역 및 사회 교류도 혼란에 이르지 않아 양국이 이성을 유지하고 있음을 보여줬다"면서 "중국 측은 보복을 자제했고 한국 측도 불 위에 기름 붓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양국은 관계가 좋지 않을 때 서두르지 말고 '좋은 친구가 될 수 없으면 적이 된다'라는 식의 충동을 피해야 한다"면서 "양측은 최선을 쟁취할 수 없지만 최악은 피할 수 있을 것"이라고 썼다. 또 "(사드 문제는) 중한 양측이 이왕 정책을 결정했다면 그에 상응하는 결과에 대해 누구도 원망해서는 안 된다"면서 "그렇게 한다면 '사드' 문제가 무한대로 확대돼 중한 관계의 '전부'가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베이징 현지의 한 한중 관계 전문가는 "환구시보의 사평은 한중 관계가 최상은 아니어도 최악으로 가서는 안 되며 차선책을 찾아야 한다는 의미"라며 "시 주석의 축전에 있는 '양국간 이견의 타당한 처리'와도 일맥상통하는 것으로 중국 정부가 한중 수교 25주년을 계기로 출구 찾으려 한다는 메시지로 읽힌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