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도시바, 끝내 변심… "반도체 매각 美WD와 우선 협상"

일본 도시바가 반도체 사업 매각과 관련해 SK하이닉스 (179,600원 ▲8,600 +5.03%)가 포함된 '한·미·일 연합'에 내준 우선협상권을 제휴사인 미국 웨스턴디지털(WD) 측에 내주기로 결정했다.

24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도시바는 이날 이사회에서 이달 중 '도시바메모리' 매각을 마무리하기 위해 WD 진영과 우선 협상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WD 측에는 일본 민관펀드인 산업혁신기구(INCJ)와 일본 정책투자은행, 미국 PEF 운용사 KKR(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이 동참한다.


이들은 인수가로 2조 엔(약 20조6650억 원)가량을 제시할 전망이다. 도시바와 WD 측은 이달 말 최종 합의를 목표로 인수금액과 WD의 출자 형태 등에 대한 협상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도시바는 당초 지난 6월 SK하이닉스와 INCJ, 일본 정책투자은행, 미국 PEF 운용사 베인캐피털이 속한 한·미·일 연합을 반도체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그러나 WD가 도시바메모리 매각엔 자사의 동의가 필요하다며 국제상공회의소(ICC) 산하 국제중재재판소의 중재를 요청하는 등 반발하고 나서면서 논의가 교착상태에 빠졌다.

도시바는 상장폐지를 면하기 위해 새 회계연도가 시작되는 내년 4월 전에 반도체 사업을 팔아 채무과잉 상태에서 벗어난다는 방침이었는데 WD의 반발로 계획에 차질을 빚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커졌다. 중재재판은 물론 매각 합의 뒤 관련국 규제당국의 반독점 심사에도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 만큼 이달 중에 매각 협상이 타결돼도 일정이 빠듯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도시바가 끝내 WD 쪽으로 마음을 돌리는 데는 은행들의 압박이 주효했다고 니혼게이자이는 지적했다. 도시바의 주거래 은행들이 이달 말까지 반도체 사업 매각을 끝내라며 도시바를 압박했다는 것이다.

니혼게이자이는 도시바와 WD 측의 협의가 잘 되면 다행이지만 어긋날 공산도 크다고 전했다. 이 경우 도시바가 새 경영재건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도시바의 한 관계자는 도시바메모리 내부에 WD에 대한 강한 불신이 남아 있고 한·미·일 연합의 반격 가능성도 크다며 WD와의 협상이 어떻게 될지는 전혀 알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