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통합검색

실시간 속보

경제신춘문예 (~12.08)KMA 2017 모바일 컨퍼런스 (~11.23)
세상과 잘 사는법, 내가 잘 사는법 - 네이버 법률

[광화문]카뱅이 진정한 '메기'가 되려면

광화문 머니투데이 송기용 증권부장 |입력 : 2017.08.28 04:21|조회 : 7243
폰트크기
기사공유
광복절 연휴 동안 백두산으로 여행을 다녀왔다. 백두산 '서파' 정상에 올라 천지를 둘러보는 기회도 얻었다. 거센 비가 내리는 가운데 안개 속에 모습을 드러낸 천지는 웅장함 그 자체였다.

날씨도 좋았고, 묵었던 호텔도 괜찮았는데 3박4일 체류 기간 동안 결제문제가 속을 썩였다. 식당은 물론 특급호텔에서도 신용카드 결제가 되지 않았다. 비자, 마스타 등 세계 어느 곳에나 통용되는 카드를 이곳에서는 취급하지 않았다. 아무래도 대도시가 아니라 동북지방의 중소도시라서 그런 것 같았다.

한데 체류기간 중 어느 곳에서나 현금이 없으면 웨이신(위챗)으로 결제하라는 얘기를 들었다. 바이주(白酒·고량주)에 각종 고기까지 잔뜩 시켜 먹은 한 음식점에서 결제문제로 애를 먹자 식당 주인은 "웨이신 계좌에 돈도 없냐"고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쳐다보기까지 했다.

2011년 시작된 중국 최대 모바일 메신저인 웨이신은 한국으로 치면 '카카오톡'과 같은 존재다. 지난해 말 현재 이용자 수가 8억8900만명에 달하는 웨이신은 대화를 주고받는 메신저 기능을 넘어 결제, 공과금납부, 재테크 상품 가입, 차량 호출 등 생활과 관련된 업무를 처리하는 '원스톱 서비스 앱'으로 성장했다.

특히 QR코드 스캔 기능은 웨이신을 독보적인 모바일 앱으로 만들었다. 휴대폰을 QR코드에 갖다 대기만 하면 결제가 이뤄지는 이 기능은 2, 3년 사이에 중국 대륙에 혁명적 변화를 가져왔다. 식당, 택시, 영화관, 시장, 인터넷 쇼핑몰, 백화점 등에서 현금과 신용카드 없이 모바일 결제만으로 구매가 가능하다.

상점에서 계산대 옆 QR코드를 휴대전화로 스캔해 결제하는 모습이 일상이 됐다. "현금으로 계산하실래요? 신용카드로 하실래요?"가 아니라 "싸오이샤"(掃一下·휴대폰을 스캔하세요)라는 말이 더 자주 쓰인다. 그러고 보니 지난 5월 베이징을 방문했을 때 곳곳에 QR코드가 붙어 있는 모습을 봤었다. 길거리 노점에도, 택시 조수석에도 스카치테이프로 엉성하게 붙인 QR코드가 인상적이었다.

사회주의 중국은 당국 규제가 엄격한 나라다. 그런 중국에서 민간기업 텐센트가 운영하는 웨이신이 규제장벽을 뛰어넘어 모험적인 시도를 마음껏 할 수 있었던 것은 중국 정부의 뒷받침이 있었기 때문이다. 금융산업에서 5대 국영은행의 시장독점이 장기화되자 개혁을 위해 텐센트, 알리바바 등 민간기업에 민영은행 설립과 모바일 결제 등을 허용해준 것이다.

중국 정부의 의도는 적중했다. 민영은행들이 금융시장을 휘저으면서 모바일 결제, P2P(개인간거래) 대출 등 핀테크 분야에서 폭발적 성장이 이뤄지고 있다. 모바일 결제시장 규모는 지난해 58조8000억 위안(약 9996조)으로 급증했다. 또 선두주자 웨이신이 차량호출, 주문형식당, 모바일게임 등을 통해 창출한 일자리가 지난해에만 1881만 개에 달했다.

IT강국으로 자처하는 한국은 이 분야에서 중국에 한참 뒤지고 있다. 회계·컨설팅 법인 언스트앤영에 따르면 중국의 핀테크 도입률은 69%로 20개 조사대상 국가 중 1위를 차지했다. 한국은 32%로 12위에 그쳤다.

그나마 인터넷 전문은행 케이뱅크가 4월, 카카오뱅크가 7월에 영업을 시작하면서 바람이 불고 있다. 특히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을 기반으로 한 카뱅은 출범 한 달만에 300만 계좌를 돌파하는 돌풍을 일으켰다. 기존 은행권이 고금리 예·적금 상품을 출시하고 송금 수수료를 낮추는 등 기대했던 '메기효과'도 발생하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효과가 지속 될지는 불투명하다. 카뱅 설립을 주도한 카카오는 정작 지분이 10%에 불과하다. 산업자본의 은행지분 보유를 제한하는 '은산분리' 때문이다. 인터넷전문은행에 한해 IT기업 지분을 최대 50%로 늘려주자는 법안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불과 몇 년 전까지 게임유통사에 불과했던 텐센트는 웨이신을 발판으로 핀테크 분야에서 상상을 뛰어넘는 실험을 시도하고,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 나가고 있다.지분 10%, 그나마 의결권은 4%에 불과한 카카오가 과연 카뱅의 성공을 위해 얼마만큼의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을까? 이래서야 금융에 IT 혁신을 담겠다는 취지가 실현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광화문]카뱅이 진정한 '메기'가 되려면

  • 0%
  • 0%


오늘의 주요뉴스



종료된칼럼

베스트클릭

실시간 급상승

10초

5분간 수집된 조회수 기준

오늘의 운세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