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매거래 절벽... 전월세상한제 득될까 실될까

세금을 비롯해 대출과 청약규제를 망라한 ‘8·2 부동산대책’이 시행 1개월여를 맞으면서 천정부지로 치솟던 서울 집값이 꺾이고 있다. 특히 강남권 집값이 하락하고 있다. KB국민은행 시세에 따르면 지난 21일 기준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의 아파트 매매가격은 일제히 떨어졌다. 강남3구가 동반 하락한 것은 대책 발표 이후 처음이다.
　
일각에선 “투기과열지구 지정에 대출규제까지 강화돼 무주택자들이나 실수요자들만 힘들어졌다”는 불만이 나오지만 새 정부 출범 이후 폭등하던 서울 집값이 잡히면서 대책의 위력을 실감한다.
　
정부는 가격 상승과 투기세력을 잠재운 뒤 공급정책을 시행한다는 방침이다. 구체적인 공급계획은 9월 말 발표될 예정인 ‘주거복지 로드맵’에 담길 것으로 예상된다. 로드맵에는 특히 전월세 안정화 방안이 포함돼 무주택 서민들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관심은 전월세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의 시행 여부다. 8·2대책을 통해 매매가격 상승세가 진정됐지만 전세시장의 불안감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올 들어 전세시장은 매매시장보다 비교적 안정세를 보였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상승세를 이어가며 일부 전세물량이 부족한 지역에선 오름폭이 커졌다. 여기에다 8·2대책 이후 주택거래가 얼어붙으면서 실수요자들이 전세로 돌아설 경우 전셋값이 급등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전월세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이 전격 도입되면 가뜩이나 불안한 전월세시장이 크게 흔들릴 수 있다는 경고음도 들린다. 전월세상한제는 전세와 월세 상승폭을 일정수준 이하로 묶는 것이고 계약갱신청구권은 계약 갱신권한을 세입자에게 부여하는 제도다.
　
두 제도는 문재인 대통령 공약사항으로 정부가 도입 의지를 밝혔지만 오히려 시장 안정화에 역행할 수 있다는 견해를 밝히는 부동산 전문가가 적지 않다. 이들은 전월세상한제가 도입되면 시행 이전에 단기적인 전세금 급등현상이 일어날 수 있고 결과적으로 세입자에게 부담이 큰 월세화가 가속화할 수 있다는 논리를 편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지난 4월 개최한 주택정책 관련 세미나에서 “전월세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이 도입되면 시장가격보다 낮은 임대료가 형성돼 임대주택 공급이 줄어든다”면서 “시장 수준보다 과도하게 제한할 경우 임대인의 재산권을 제약한다는 문제도 있다”고 주장했다.
　
8·2대책은 과도한 집값 상승을 억제하는 효과를 가져왔지만 대출규제에 대한 소급적용 등 잡음이 적지 않았다. 9월에 발표될 주거복지 로드맵의 전월세대책은 보다 정교하고 치밀하게 설계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