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R&D 예산증가율 ‘둔화’…“4차 혁명 타이밍 놓칠라”

내년 정부 국가 R&D(연구·개발) 예산은 19조6338억원으로 올해 보다 약 0.9% 소폭 늘어난 수준에 그쳤다. 경기 둔화에 따라 세입은 크게 증가되지 않는 반면, 복지수요 등 재정 지출은 매년 확대 추세로 R&D 투자금을 확보하기 어려웠다는 분석이 나온다. 과학기술계는 R&D 예산 둔화로 자칫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할 타이밍을 놓칠 수 있다는 우려를 내비치고 있다.

29일 정부는 ‘2018년 예산안’ 발표에서 일반·주요 R&D 등을 포함한 내년도 국가 R&D 예산 총액으로 19조 6338억원을 편성했다고 밝혔다. 이는 올해(19조4615억원)에 비해 1723억원(0.9%) 늘어난 것이나 유의미한 성장으로 볼 수 없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우선 내년 국가 R&D 사업 가운데 국방과 인문사회 분야를 제외한 ‘주요 R&D’ 예산을 살펴보면 2009년 12조3000억원대, 2011년 14조9000억원대, 2013년 17조1000억원대, 2015년 18조9000억원대, 2016년 19조1000억원대, 2017년 19조4000억원대로 투자 규모는 외형적으로 성장한 것으로 비춰지나 증가율로 따져 보면 얘기는 달라진다.

과기정통부에 따르면 국가 R&D 증가율은 2009년 11.4%에서 2011년 8.7%, 2013년 7.1%, 2015년 6.4%으로 계속 하락세를 기록하다 2016년 처음으로 마이너스 성장(–2.3%)을 기록했다. 이후 지난해 1.8%로 전환, 일시적인 회복세를 보였지만 내년도 성장을 0.9%로 예측, 회복세가 한풀 꺾이는 추세를 보인다.

특히 과학기술과 ICT(정보통신기술)로 창조경제를 구현해 경제성장을 견인하겠다던 박근혜 정부에서부터 문재인 정부에 이르기까지의 정부 R&D 예산 증가폭 둔화가 두드러진다.


전문가들은 이이 대해 경기둔화 및 재정여건 약화, 저유가 지속, 주요 수출국이던 EU(유럽연합)·중국의 경제 성장률 저하 등 대내외 경제 불안 등의 영향으로 R&D 증가율이 좀처럼 둔화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 측은 “올초 국내 총생산(GDP) 증가율이 약 2.5%로 낮게 전망되면서 R&D 투자 증대의 어려움도 함께 예상됐다”며 “전반적으로 공공R&D 예산 증가율(2009~2015년)이 둔화 추세를 넘어 고착화되는 경향을 나타내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에 따라 선제적 미래대비 투자 및 R&D 우선분야에 대한 전략적 투자 등 정부 R&D 투자효율성을 제고하는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장재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 선임 연구위원은 “한정된 국가 재정 여건 속에서 지속적인 중장기 성장잠재력을 강화하기 위해선 정부 R&D 사업구조 및 체질 혁신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조언했다.

이에 대해 과기정통부 측은 “내년도 예산안은 투자 내실화 및 관행적 추진 사업에 대한 일몰제 적용, 재정사업 평가 미흡사업에 대한 감액 등 자체 지출구조조정을 통해 재원을 마련한 것”이라며 “앞으로 투자우선순위가 떨어지거나 성과가 부진한 사업은 부처 자체적으로 구조조정을 실시하고, 유사·중복사업 정비, 사전기획 강화, 정부-민간 역할분담 등을 통해 R&D 재원 확보 노력을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