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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금융권 '코드인사'의 '레드라인'

광화문 머니투데이 권성희 금융부장 |입력 : 2017.09.06 04:31|조회 : 54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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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드인사’가 나쁜 것은 아니다. 호흡을 맞춰 일을 잘할 수 있는 사람을 선임한다는 뜻이니 비난 받을 일은 아니다. 그럼에도 ‘코드인사’라고 하면 부정적인 이미지가 떠오르는 것은 ‘일을 잘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 ‘호흡을 맞출 수 있는 사람’에 방점이 찍히기 때문일 것이다. ‘코드인사’가 적절치 않은 확장성, 무분별한 물갈이, 조직의 의욕을 꺾는 과도한 낙하산으로 진전되면 부작용은 더 심해진다. 이번 정부에선 나쁜 ‘코드인사’가 나타나지 않길 바라지만 금융권 일각에서 조짐이 엿보인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첫째, ‘코드인사’가 있어선 안 될 곳까지 정부 측근 인사를 챙겨주는 행태다. 노무현 정부 때 청와대에서 일했던 B씨, J씨 등이 BNK금융그룹 회장직에 외부인사를 앉히려 밀고 있다는 루머가 도는 것이 대표적이다. BNK금융은 민간 회사다. 민간 회사에 정부 측근이 미는 인물이 회장으로 앉아야 할 이유가 없다. 이는 이 외부인사가 출중한 인물이라는 것과는 별개 문제다. 인물의 문제에 앞서 회장 선임 절차상의 흠결이기 때문이다.

B씨, J씨 등이 이사회에 이 외부인사를 회장 후보로 추천하라는 의사를 직간접적으로 BNK금융 사외이사들에게 전달했다는 루머가 팩트가 아닐지라도 문제는 남는다. 이 외부인사와 정부 측근 인사들의 긴밀한 인연이 회자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명박 정부 때 4대 금융그룹 회장직을 꿰찼던 친정부 인사 4대 천왕이 자연스레 떠오르기 때문이다. 이는 회장 임기 만료를 앞둔 다른 금융그룹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둘째, 무분별한 물갈이다. 최근 IBK기업은행장은 마음이 편치 않을 듯 싶다. KDB산업은행 회장의 임기가 끝나지 않았음에도 친정부 인사가 새 회장으로 내정됐다는 소문이 사실처럼 퍼지니 ‘다음은 내 차례인가’라는 억측이 들지 않을 수 없다. 현 산업은행 회장은 대우조선해양 구조조정 등 각종 현안을 기대 이상으로 잘 처리했다는 평가를 금융권에서 받고 있다. 그럼에도 교체설이 도니 '박근혜 정부 인사라는 점이 마음에 걸리나 보다' 추측할 뿐이다. 이 추측의 한편엔 ‘일 잘하고 능력 있는 사람은 물갈이하지 않았으면…’ 하는 아쉬움도 남는다.

현 기업은행장은 아예 박근혜 정부쪽 사람이 아니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가 만천하에 공개돼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됐을 때 전 행장의 임기 만료로 정해진 절차에 따라 선임된 인물이다. 쭉 기업은행에서 근무해온 '기업은행맨'일 뿐이다. 그가 기업은행장이 됐을 때 “될 만한 사람이 됐다”는 평가가 많았고 내부에선 3대째 기업은행 내부 출신 행장이란 점이 환영 받았다. 국책은행이지만 정해진 절차에 따라 내부 승진 관행이 자리 잡아간다는 점은 기업은행 전직원들에게 고무적이었다.

게다가 기업은행장은 지금까지 정부가 바뀌었다고 교체된 전례가 없다. 대표적으로 2007년 대통령 선거에서 이명박 대통령 당선이 확정된 이후 노무현 당시 대통령은 윤용로 기업은행장을 임명했고 윤 행장은 이명박 정부에서도 물갈이되지 않고 임기를 지켰다.

‘코드인사’가 무분별한 물갈이로 이어지면 “자기 사람을 앉히려 막 잘라낸다”는 인식만 심어줄 뿐 공감을 얻기 힘들다. 지금 금융권은 새 정부의 ‘코드인사’ 교체가 어느 수준까지 이뤄질지 주목하고 있다. 납득할 만한 수준을 넘어선다면 이전 정부의 부정적 ‘코드인사’를 유산으로 물려받는 꼴이 된다.

[광화문]금융권 '코드인사'의 '레드라인'
셋째, 조직의 의욕을 꺾을 수 있다. 공기업은 정부의 정책을 수행하는 만큼 정부가 원하는 사람을 수장으로 앉히는 경우가 많다. 그럼에도 정부 내부 조사 자료에 따르면 국내 공기업 CEO(최고경영자) 중 내부 출신은 20% 남짓에 불과하다는 사실은 낮아도 너무 낮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공기업 CEO 중 관료 출신도 20% 남짓에 그친다.

가장 많은 비중은 교수와 정치인으로 35%가량을 차지한다. 교수와 정치인은 대통령 선거 과정에 도움을 줬던 인물들이다. 교수와 정치인도 탁월한 능력을 가지고 있을 수 있다. 다만 새 정부 출범을 도와준데 대한 보은인사로 공기업 CEO 자리를 나눠주는 식이라면 해당 공기업 직원들은 의욕을 갖고 일하기 어렵다.

새 정부가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처럼 다른 당의 정적까지 장관으로 기용하기를 바라는 것은 아니다. ‘코드인사’를 하더라도 이전 정부와는 다르기를 바랄 뿐이다. 민간 회사의 인사에 정부 측근들이 기웃거리며 개입하는 것이나 자기 사람을 채우기 위한 대대적인 물갈이, 공신들에게 자리 나눠주기는 없었으면 한다. 비어 있는 금융권 수장 자리가 많다. 납득하고 수긍할만한 인사가 이뤄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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