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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병의 휴머노미]이재용 1심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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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1 부국장대우 겸 산업1부장
뉴스1 부국장대우 겸 산업1부장
"1996년쯤 에버랜드 전환사채를, 1999년경 삼성SDS 신주인수권을 인수함으로써… '최소한의 개인자금을 사용하여 핵심 계열사 의결권을 최대한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지배구조 개편을 지속적으로 추진'하여… (이건희 회장이 쓰러진 후)…승계작업을 서둘러 진행해야 할 필요성이 커졌고… 친대기업 성향으로 평가되는 박근혜 정부 임기 내에 승계작업을 최대한 진행하기로 계획하고 이를 실행에 옮기게…"

"피고인들은 대통령에게 적극적, 명시적으로 청탁을 하고 뇌물을 공여한 것이 아니라 대통령의 적극적인 지원요구에 수동적으로 응하여 뇌물을 공여한 것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에 대해 실형을 선고한 1심 재판부 판결 일부다. 삼성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뚜렷한 앞 문구들은 1심 재판부가 가졌던 정서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고 생각된다. 선뜻 받아들이기 힘든 '수동적 뇌물공여' 내지 '묵시적 청탁'론이 범죄성립의 근거로 인용된 배경으로 보인다.

삼성측 변호인들은 과거까지 들먹인 이 부분과 관련 끝까지 "대중에게 호소하는 오류, 논점일탈의 오류가 아닌지 냉정하게 살펴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1심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설명자료에서 재판부는 "정치권력과 자본권력의 부도덕한 밀착이 사건의 본질"이라고 했다. 재벌이나 대기업 단어가 아닌 '자본권력'이란 용어를 썼다.

지금 이 부회장에게 중요한 것은 명예다. 손꼽히는 글로벌 기업이자 한국 1위 그룹의 총수라는 사람이, 그것도 희대의 국정농단사건에 연루돼 사익을 위해 실세들에게 뇌물을 줬다는 '낙인'을 받는 것은 견디기 힘든 치욕이다. 설사 그가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나온다 한들 그 낙인이 유지되는 한 정상적인 경영자로서 살아갈 수 있을까. "그 오해를 벗겨달라"고 마지막까지 호소한 이 부회장은 지금 잠을 못 이룬 채 몸서리 치고 있을 것이다.

정의(正義)을 세우는 것은 좋은 일이다. 그러나 그 정의를 세울 때 또다른 논란이 강하게 인다면 정의라 할 수 없다는 생각이다. 지금 이재용 1심판결과 관련해 너무 많은 논란이 있다. 특검이 뇌물 프레임을 갖고 "~~라고 추정된다"고 한 것을 법원이 인용한데 따른 것이다. 특히 '네가 끌려가면서도 호응할 생각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식의 ‘묵시적 청탁’론은 두고두고 논란거리다.

컵에 물이 반이나 남았다고 보면 유죄이고, 컵에 물이 반밖에 없다고 보면 무죄가 되는 모양새다. 이는 사법부로서도 큰 짐이다. 헌법과 형사소송법에 규정된 무죄추정의 원칙과 증거재판주의 원칙에 중대한 도전이기 때문이다.

이재용 부회장은 아직 젊다. 신세대 경영자로서 변화된 세상에 어떻게 처신해야 할지 잘알고 있음도 목격된다. 그는 삼성물산 합병 전 홍완선 전 국민연금기금 운용본부장을 만난 자리에서 지배구조와 관련 이렇게 말했다. "지주사로 가는 방향은 맞지만 인위적으로 (경영권을) 장악하거나 다음세대로 넘겨주는 행위 행위는 하지 않겠다." 어쩌면 이 부회장은 자기 다음으로는 전문경영인체제를 꿈꾸지 않았나 생각도 해본다. 평소 삼성은 스웨덴 발렌베리 모델을 동경해온 것으로 안다.

확실한 증거로 흔쾌히 유죄를 선고하기 힘들다면 이재용 부회장에게 기회를 줘서 그의 '오명'을 벗겨주는 대신 사회와 경제에 큰 기여를 하도록 하면 어떨까. 이미 특검수사와 1심 판결만으로도 이재용 부회장과 삼성에 경종이 됐을 것으로 믿는다.

이 부회장 등에게 무리를 해서라도 뇌물죄를 적용하려는 유혹을 뿌리치고 그같은 결단을 내릴 수 있다면 한층 성숙된 사회로서 공동선을 추구할 많은 가능성이 열리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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